내일을 위한 속삭임.
수요일 10시 미사가 끝나고 복도가 조금 북적이는 시간, 성가정 대학에 등록한 시니어분들이 각 반 교실을 찾아가는 웅성거림이 느껴진다. 책상을 반듯이 정리하고 적당한 온도의 난방을 체크하고 있는데 우리 반 반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학교종이 땡땡땡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부르시며 들어오시는 기분 좋은 반장님 덕분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오늘도 다섯 분 모두 출석 완료~ 9월 중순에 개강을 할 때만 해도 12주를 어떻게 보내지 했었는데 어느새 오늘 수업을 합쳐 세 번의 수업이 남았다. 마리아 언니와 번갈아 수업을 준비하니 마음의 부담이 덜어졌고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지체 없이 흘렀다.
이번 주 내가 준비한 책은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와 “오늘 상회”이다.
‘미래 - 꿈꾸며 계획하기’라는 주제였는데, 그림책 속, 99살 생일날 5살이 된 할머니의 마음처럼 시니어분들이 무엇이든 꿈꾸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를 골랐다. 할머니는 98살이었을 때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98살인걸, 98살 난 할머니가 고기를 잡는 건 어울리지 않아.” 할머니는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섰고 “하지만 나는 98살인걸.” 라며 습관처럼 말했다.
그런데 고양이가 실수로 우연히 양초 94자루를 빠트리고 남은 5자루로 생일 축하를 해주자 할머니는 5살의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5살인걸….. 어머, 그렇지! 5살이면 고기 잡으러 가야지"
할머니의 세상엔 이제 모험이 가득하다. 5살 난 할머니가 94년 만에 냇물을 뛰어넘는 장면은 사랑이 솟아나고 힘이 넘치는,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바람에 붕 뜬 할머니의 엉덩이와 눈 감은 표정에서 마음 한켠이 사르르 해진다.
“5살은 어쩐지 새 같은걸.”
냇물에 뛰어들고 물고기를 잡는 할머니는 물고기 같고 고양이 같은 5살인 셈이다.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속에 미래가 있지… 나 역시 그랬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쉽게 낙담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결과가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었다. 작은 것이지만 나누고 싶었던 마음을 꺼내고 그림책 봉사를 했던 두 달 남짓한 시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미래라는 주제로 두 번째 고른 책이 ‘오늘 상회’였던 것처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걷는다. 오늘의 한 걸음이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두 손 모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