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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 Jul 18. 2022

봄의 공원.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계수나무, 자작나무


메타세콰이어, 목련, 크리스마스 트리


완연한 봄이 온 눈부신 오월, 매주 한류천에 간다. 봄의 호수공원은 뛰고 걷는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한류천 수변도로는 거의 늘 한산하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 가끔 리드줄을 풀고 자유로워진 강산이랑 함께 뛰기도 한다. 단지안의 조경만 해도 다양한 나무들과 꽃들이 있는데 이름표가 보이면 기억하려고도 애쓰고 수변도로를 뛰다가 아는 나무들이 나오면 반갑게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꽃도, 나무도 그냥 쉬이 지나쳐지지 않는 봄의 공원은 초록빛 낙원이다. 축복 같은 오월의 나무들 사이에서 펼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자연을 동경하고 나무를 좋아하는 작가님이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바라본 나무들이 가득한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그림책에는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지만 꽃이 피거나 새순이 올라와 각기 다른 나뭇잎이 가득해지고 때가 되면 저마다의 특색 있는 수형을 뽐내는 다양한 나무들이 나온다. 나무들이 갖고 있는 빛과 색, 열매와 향기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자태를 빛내며 함께 어우러진다. 한 뼘 더 깊게 뿌리를 뻗고 햇빛을 향해 가지 끝을 좀 더 길게 늘어뜨리면서 말이다. 


크리스마스 나무로 자주 쓰이는 구상나무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침엽수림 중 하나인데 현재 기후변화로 제주도 한라산에 있는 많은 구상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작년 미술 전시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인간의 욕심과 부주의로 생태계는 그 어느 때 보다 불안정하지만 어떤 이유든 나무들은 자신이 뿌리 내린 그 곳에서 생명을 지키려 부단히 애쓰고 있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 접혀진 양쪽의 페이지를 넓게 펼치면 다양한 나무들이 조화롭게 서있는 공원이 나타난다. 나무들 사이에 길이 있고 산책을 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반려견과 함께 있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작가님이 나무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이 마지막 장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같아 보이지만 다른 생명들은 이렇게 더불어 땅 속 깊이 뿌리 끝을 맞잡고 연결된 채 근사한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말이다. 몇 주 전 수수 꽃다리의 향기가 그런 것처럼  요즘은 이팝나무의 향기와 폭죽 같은 하얀 꽃잎들이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새순이 돋고, 꽃 피우고 향기 나며, 열매 맺고 낙엽 지는, 모든 순간순간들이 눈부시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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