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안엔 적막이 흘렀다. 그날 새벽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꾸었는지 자다가 갑자기 소리 내어 울었다. 안아서 토닥인 지 20분이 지나자 아이는 진정된 듯 울음을 멈추었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려고 하는 순간 다시 울어댔다.
오래 걸릴 것 같아 아기띠를 찾았다. 아기띠를 허리에 채우느라 아이를 잠깐 내려놓았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울고 진정하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아이는 겨우 잠에 들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재우느라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거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집안으로 들였다. 따뜻할 줄 알았던 바람은 차가웠다.
계절이 바뀌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겨울에도 미니스커트를 입었고, 봄에는 민소매를 꺼내 입었다. 가벼운 옷차림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여유로웠다. 아이가 태어나고 맞이하는 첫 겨울이었다.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아이와 매시간을 함께 했지만, 나의 마음만큼은 좀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거지 같은 기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계절도 시간도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어떤 일에, 누구의 말에, 왜 기분이 안 좋은지 계속 물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남의 탓 같다가도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자신에 대한 자책,실망, 후회만 남았다.
하루를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나는 날이 늘어났다. 친정 부모님도 함께 사는 남편도 육아가 힘들어서, 출산한 여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산후우울증이 왔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위로도 덧붙였다.
그후엔 점점 괜찮아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체 산모의 10~15%가 겪는다는 산후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우울증 증세와 더불어 아이에게 화가 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이를 미워하는 증상을 동반한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나는 산후 우울증이 아니었다.
아이의 배고픔을 달래려고 우유를 데우고, 아이의 청결을 위해 물 온도를 정확하게 체크한 후에 목욕시키고,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아침, 저녁 상관 없이 몇 시간 동안 아이를 안고 있는 일, 전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었다.
아이 곁에서 떨어져 본 적도 없었고, 단 한 번도 아이가 미워 보였던 적도 없었다. 사랑하는데 이 정도의 헌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랜 인고 끝에 아이와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데, 혼자 있을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은 이유는 뭘까?
문제는 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