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여

by 꿈그린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 날씨가 어떤지 확인해 보려고 베란다로 나갔다. 유치원 가방을 들고 있는 엄마들과 그 주변을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였다. 오후 3시 30분. 조용하던 아파트 단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은 특별할 것 없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서로 경계 없이 웃으며 대화했다. 아이가 편식하는데 어떤 음식을 주면 좀 먹을까? 아이가 떼쓰고 울 때 어떻게 하면 잘 달랠 수 있을까? 지난번 영유아 검진 때 아이 키가 작다고 나왔는데 키 크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어디 없을까?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며 하루를 다 보내는 나와 달리 그녀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같이 마음을 나누는 듯 보였다. 그녀들을 보며 내가 유난스럽게 아이 걱정만 하나 싶다가도, 걱정 없이 하하호호하는 그녀들이 부러웠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저녁밥 하러 가야겠다. 준용아, 이제 가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각자의 엄마 옆으로 달려갔다. 유치원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아이의 킥보드를 끄는 엄마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어떤 마음이 저들을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걸까.’


내 마음의 방이 좁을 때는 타인의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까지도 부러운 법이다. 아파트 단지에 있던 엄마들이 뭐 대단한 것을 한 건 아니다. 그냥 아이를 하원 시키면서 수다 떨고 웃는 것이 전부였다. 가디건을 꺼내 입고 현관 앞에서 거울 속 내 모습을 보았다.


1년 3개월 전에 했던 파마는 다 풀리다 못해 서로 뒤엉켜 있었다.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릴 시간도, 힘도 없어 머릿결은 부스스했다. 푸석한 피부는 생기가 없었다. 에센스 바르는 것도 육아하느라 자주 생략하다 보니 피부는 쩍쩍 갈라져 있었다.


입고 있는 홈웨어는 회색도, 흰색도 아닌 애매한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색이 바랜 티셔츠는 목 부분과 밑단이 말려 올라가 있었다. 숱이 많은 나의 눈썹이 무엇보다 가장 거슬렸다. 너무 길어 하루 빨리 다듬어줘야 할 지경이었다.


거울 앞에서 연거푸 한숨만 나왔다. 한참을 무표정으로 거울을 봤다. 내가 꼴도 보기 싫었다.

시계를 보니 아이 픽업을 위해 나가야 할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머리를 정리할 시간도, 옷을 다듬을 시간도 없이 가디건 하나 걸친 채 현관문을 나섰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6화모성애가 강하면 산후 우울증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