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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웃는 아이..

by 꿈그린

음악이 흐르지 않고 사람 대화도 끊긴 집은 늘 조용했다.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옆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가, 인기척이 느껴지면 그제야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아이를 안고 거실로 나와 장난감 몇 가지를 아이 옆에 두었다. 그 사이 밥을 준비했고 아이에게 밥을 먹여 주었다.


설거지하는 동안엔 다시 장난감 몇 가지를 꺼내 아이 앞에 두었다. 아이와 함께 남겨진 집안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말을 아직 못하는 아이 그리고 말을 할 힘이 없는 엄마만 있을 뿐이었다. 엄마가 감정을 내비치지 않아서 그럴까? 아이도 떼를 쓰거나 우는 일이 크게 없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성격이 순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속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엄마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꺄르르 웃어대는 아이들. TV 속 만화 캐릭터를 보고 따라 춤을 추는 아이들. 엄마에게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쉬지 않고 말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도 조금 더 크면 저렇게 웃을까? 저 아이들은 언제부터 웃었을까? 잘 웃는 아이의 사진에 댓글을 달아 물어봤다.



“어쩜 아이가 이렇게 잘 웃어요? 언제부터 잘 웃었어요? ”

“글쎄요. 그냥 태어날 때부터 잘 웃었던 거 같은데요? ”


아이가 웃지 않는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그저 순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웃지 않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 저녁, 또래 아이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는 동요를 틀었다. 그리고 아이 앞에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노래 부르는 엄마의 모습이 어색했을까? 아이는 나와 상호작용하지 않았다. 아이가 감정을 못 느끼는 건가? 신나는 음악을 듣는데도 왜 안 웃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이도 나도 사람 사는 소리 들으며 삶의 에너지를 채워볼요량으로 친정이 있는 부산에 내려가기로 했다. 아이를 안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친정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아이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으로 경치를 구경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밤 웃지 않는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휴대폰을 꺼냈다. 심리검사와 발달검사 중 어떤걸 받아야 할지 검색했다.


“어떻게 왔어?”

“기차 타고 왔지. 며칠만 있다가 갈 거야.”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마음은 이내 편안해졌다. 친정엄마 표 집밥을 든든히 먹고 짐 정리를 했다. 친정엄마는 거실에 있는TV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한창 빠져있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신이 난 친정엄마는 무아지경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몸을 덩실거렸다.


웃지 않던 아이는 위아래로 몸을 방방 뛰었고, 친정엄마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친정엄마는 아이가 웃는다며 더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가 웃을 수 있었구나. 못 웃는 게 아니라 안 웃었던 거였구나. 아이는 나의 거울이구나.’


휴대폰 사진첩을 보았다. 두 살이 될 때까지 아이의 사진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없었다. 입을 닫고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미안했다. 나의 얼굴이 아이에게 투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엄마가 진정으로 행복해야 아이도 웃는다. 아이가 웃지 않는 이유는 곧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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