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오늘 오후에 예약할 수 있을까요?”
집 근처에 있는 미용실 다섯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디자이너 미용실에 가고 싶었으나, 모두 당일 예약은 안 된다고 했다.
딱 한 곳만 더 전화를 걸어 보자며 핸드폰을 들었다. 동네 근처 상가 미용실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오늘 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집 앞 미용실이지만 기분을 내고 싶었다.
늘어진 티셔츠를 벗고 가벼운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자를까? 길어진 머리를 잘라볼까? 파마를 다시 해볼까?’ 혼자 중얼거렸다.
하늘에 구름이 있는지 고개도 들어보고, 콧구멍으로 가슴에 들어차는 신선한 공기도 느꼈다. 걸어가는 내 발등도 한번 쳐다봤다. 음악소리가 나오는 가게 앞을 지나갈 때는 무심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떻게 해드릴까?”
“음, 그냥 다듬어 주세요.”
길어진 머리카락을 다듬고 정리만 했을 뿐인데, 누군가의 손길이 닿으니 관심조차 주지 않던 나 자신이 사랑받는 느낌이 들면서도 스스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나를 아주 살짝 가꿨을 뿐이었다. 한껏 가벼워진 머리카락처럼 마음도 가벼웠다.
미용실 창문 밖을 보니, 커다란 벚나무가 보였다. 나뭇가지 위로 크고 작은 벚꽃들이 매달려 있었다. 기지개 피듯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생각했다. 따듯한 봄도 왔으니, 나도 계절에 맞게 따듯한 손길로 자신을 더 보듬어 줘야겠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미용실을 다녀온 뒤 곧장 집으로 가는 건 달라진 헤어스타일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놀이터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네를 타며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는 내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거렸다. 서로에게 붙잡힐까 봐 도망치는 아이들 얼굴에도, 미끄럼틀을 타고내려오는 아이들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어느새 나의 입꼬리도 올라가 있었다. 맞은편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엄마들의 웃음이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