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결 Sep 13. 2023

오래 보지 못한 녀석

230913 비도 오고 그래서


범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도 나는 항상 입에 미안해를 달고 살았었지. 네가 누나가 왜 미안해요.라고 말할 만큼.


6년이 지나서 잠깐 얼굴 보는 자리에서도 나는 또 너에게 미안했구나.


나는 나름 미안해라는 말을 이기적이게 사용한다고 생각했어. 어차피 계속 봐야 하는 사람인데 굳이 얼굴 붉힐 필요가 있겠나 싶었으니까.


불편하게 하는 상황에서 관계가 어그러질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 관계가 나랑 전혀 관련이 없어도 다 내가 미안해라고 했었지.


내가 틀렸어. 누가 부여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처해서 소속된 집단에서 기대하는 내 역할에 충실했더라고. 이를테면 밝고, 해맑고, 항상 기쁜 그런 사람.


미안해라는 말로 적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나와 오래 함께 할 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같이 하게 되어있고, 떠날 사람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떠나는 법이잖아. 그걸 알기까지 몸과 마음이 이렇게 망가졌지 머야..


우리 다시 만날 때는 내가 나를 우선으로 보살피고, 나랑 안 맞는 것을 굳이 맞추려 하지 말고,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말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게!


6년 전에도 6년 후에도 누나가 미안할 건 없다고 말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도 못한 순간에 니 얼굴이 보여서 분위기가 무거운 장소임에도 엄청 반가웠어.




매거진의 이전글 랩미팅, 그 작은 스트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