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출간 실패 이후
사랑하는 작가님들 독자님들 새해 첫인사드립니다.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대회에서 낙방 이후 처음 올리는 글이네요. 준비를 열심히 했고 나름 만족하는 브런치 책이었지만 선택받지는 못해서 아쉽네요. 그래서 다른 출판사나 신문사 등등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제 마지막 목표는 <날 사랑한> 시리즈를 제 벗인 문감독이랑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니 그전에 제 힘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책으로 출간하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지요.
낙방한 지난 12월 20일부터 생각날 때마다 투고하며 따로 글은 쓰지 않고 지냈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아, 100번 넘게 소개팅한 여성들 사연이랑 기록을 착실하게 모아 놓았더라면 내 글이 더욱 풍부한 소재로 사실감 넘치고 재미있게 되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늘 있기에 이번에는 100번 투고할 계획을 세우면서 착실하게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글을 투고하면서 어색한 것은 스스로 제 글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들 때문입니다. 나아가서 얼마나 팔릴지 예상해 달라는 질문이나 내 글에 장점 따위를 직접 말해보라는 질문을 마주할 때면 영화배우 오디션을 보는 늙은 연극배우가 된 기분으로 무척이나 창피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메일로 직접 투고하는 방법은 그나마 덜 뻔뻔하게 제 글 자랑을 해야 하는데 아래처럼 정해진 형식에 맞추어 쓰려면 더 죽을 맛인데요. 많이 하다 보니 이것도 요령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황당한 질문이라도 담담하게 답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고요. 출판사마다 질문은 비슷하니 한 개만 대략 옮겨 보겠습니다.
이 책을 기획/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시드니에 20년째 사는 이민자입니다. 회계사 일을 업으로 하지만 평소 정신분석에 관심이 많아 따로 공부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이곳에 사는 이야기들이랑 섞어서 나름 새로운 소재들로 글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데요. 대신 구성은 너무 특이하지 않게 쓰고 있습니다.
마치 익숙한 음식처럼 잘 읽히지만 그 내용은 신선한 재료로 하여 읽는 분들에게 거부감은 없지만 새로운 맛을 전해드렸으면 하는 목표로 쓰고 있습니다.
대상 독자는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읽을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적어주시면 좋습니다.
3,40대 성인들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혹은 정신분석뿐만 아니라 외국 이민자들 삶에 관심 있는 분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책의 수명은 몇 년 정도 예상하시나요?
정신분석에 대한 이론을 다루고 있지만 주로 이민자 삶을 기반으로 했기에 5년 정도는 살아남지 않을까 합니다. (100년을 넘는 고전이 된다고 뻥칠 수도 없고, 1년도 못 가서 절판될 거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서 대략 5년으로..)
경쟁 관계이거나 비슷한 책이 있나요? 있다면 제목, 출판사, 장단점 등을 적어주세요.
심리학을 다룬 책은 많지만 정신분석이라는 분야에서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비슷한 글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비슷한 분야의 책들과 비교할 때 출판하려는 책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적어주세요.
정신분석은 프로이트나 라캉 논문을 다시 쉽게 쓴 2차 저작이 많지만 그 책들 역시 이론서 범위에 있습니다. 저는 이론서 색채를 완전히 떠나서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출판이 결정된다면, 홍보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핵심 문구(슬로건, Head Copy)는 무엇일까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에 하나 일 수도 있겠구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봅니다. 물론 다시 돌아간다 해도 사랑하겠습니다. 어차피 이런 것들은 모두 환상일 수도 있으니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내 보겠습니다. 이렇게 써 보았습니다.
본인이 예상하는 판매량, 특별한 홍보 또는 판매 계획이 있으신가요?
제가 외국에 있어서 한국 시장에서 정가랑 판매 부수를 감히 예측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특별히 원하는 편집 방향이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예를 들면 사진, 일러스트나 부록 포함 여부 등입니다. 아직은 없습니다.
경력 등 참고할 수 있는 이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호주에 사는 회계사이고요. 유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를 옮기거나 새롭게 구직할 일이 내 인생에서 없기에 이력서를 다듬거나 사람들 앞에서 인터뷰 대상이 되는 치욕은 없는데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다시 그 길을 가게 됩니다.
남들에게 평가받고 심사당하는 상황은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안 되는 일로 늘 엿같은 기분입니다. 그만큼 나 자신이 교만하고 얄팍한 인간이구나 싶습니다.
그만하자 싶다가도 열심히 재미있게 쓴 <날 사랑한> 시리즈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원하는 마음이 크고 그 과정에서 또 지인들에게 뜻밖에 조언이랑 정보 아니면 따끔한 충고를 들으면서 깨닫는 것들이 있어서 기쁨이 있습니다.
네 글의 구조가 도탄에 빠진 여자. 그녀를 구하는 너. 이거잖아. 이 구조가 쌍팔년도 식인 데다가 여성주의자들에게는 되게 비난받아. 여성들이 무지성이냐고. 그런 놈들은 애초에 자신이 신고한다는 거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선배한테 성폭력이었나 위계질서 하에서 폭력을 당한 성현아를 지금 네 글에서
너의 역할을 하는 김태우였나가 몸을 씻겨주며 '내가 이렇게 씻으면 깨끗해지는 거예요' 뭐 이딴 개드립의 대사를 쳤는데 이로 인해 여성주의자는 물론 일반 여성 관객들에게 완전 욕먹고 홍상수 영화는 많은 여성 관객들에게 역겨운 영화가 되었지.
그런데 너야 알겠지만 지금의 이 구도가 당시에 프로이트가 빠졌던 어려움에 다름 아니지. 러프라게 얘기하자면 '당신 이론에는 무의식을 성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밖에 없느냐'는 반발로 많은 추종자들이 그를 떠나서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갔잖아.
네 창작물이 프로이트학에 기초해서 만들어지고 있으니 다루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연장선에서 나도 그런 것을 느낀 것 같아. (내 글에 대한 문감독 평 요약, 2023)
글은 당분간 쉬려 합니다. 지난 책을 시집보내는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던 결과를 내는 것이 지난 글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야만 저도 다시 글을 시작할 수 있을 힘이 날 듯해요.
계획은 인간이 세우나 신의 뜻만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만 그 신이란 것도 결국 무의식이라고 결론 내린 저로서는 그 신을 만나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좀 따지고 답을 찾아서 오려합니다. 허공을 향한 막연한 기도는 아니니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소망하고 계획하셨던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기쁨이 있기를 멀리서 기원하겠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