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스토리 출간 준비 과정
사랑하는 브런치 작가님들 & 독자님들 출판 중간 과정 말씀 올립니다. 요즘 하루하루가 바쁘게 가고 있어서 아주 오랜만에 소식 전하는 느낌입니다. 원래 성격상 가만히 있지를 못해 뭐든 미친 듯이 몰입해야 하는데, 요즘은 과할 정도로 몰입할 거리가 있어 행복하면서도 뭔가 회로가 타들어가는 느낌마저 드네요.
유도/주짓수 도장 이사 & 수업;
먹고사는 일;
중량 운동 & 복싱 훈련 & 재활 치료;
정신분석 공부;
그리고 출간 작업.
대략 이런 것에 집중하는데요. 다행인 것은 대충 몸에 익은 것들이라 이렇게 동시 진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이 욕심으로 잡고 있는 것들입니다.
작년부터 다시 진지하게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정신분석 공부에서 '라깡' 선생님 글을 추가하니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무언가 더 공부하겠다는 동력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출간 작업 마치면 다시 시도해 보려 합니다. 구식 라디오 메인 보드 같은 제 머릿속에서 회로가 타다 못해 연기가 나는 이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행복한 일로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을 사랑합니다.
마치 좋아하는 일로 둘러싸여 잠 못 이루는 일론 머스크가 된 느낌입니다.
제 개인사는 줄이고 출간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우선 노사임당 쎔을 계속 괴롭히고 있습니다. 절 위해서 열심히 자료 찾고 연구하시고 서체 개발하고 계시는군요. 노쎔 회로도 같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시드니에서도 받고 있습니다. 박영스토리 편집 부장님이 노쎔 서체를 맘에 들어하시고 작가로서 <노쎔> 캐릭터를 워낙 좋아해서 지금 셋이서 열심히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출간 마치고 제가 한국 가면 출판사에서 노쎔을 서울 본사로 초청하신다고 하네요. 그때 뵙기로 했습니다.
책은 두 권 분량으로 우선 1권은 위처럼 발행 준비하고 있습니다. 편집 부장님께서 몰임도를 평가하시고 재 배열한 것이고요. 다음 글들은 몰입도 9 이상 모두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보겠습니다.
출간되어 시중에 판매된다면 사서 보실 독자님들을 위한 예의로 우선 지난 글들은 모두 가리기 하였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처음으로 한국 계약서를 보았습니다. 제11회 브런치 출간대회를 통해서 그토록 받고 싶던 것인데 실패하였고 잠시 방황했지만 결국 이렇게 계약서를 마주하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발간할 책 서두에도 브런치 대회 실패한 글이라고 먼저 밝히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뒤끝이 아니고 브런치에 대한 제 사랑 & 아쉬움입니다.
편집부에서는 출간 이후에 제가 할 수 있는 마케팅 작업으로 지인들 친지 가족들에게 널리 널리 알려서 꼭 1인 1권 구매를 독려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글은 정신분석을 설명하는 것에 더해 수기 형식으로 그것을 달달한 서사로 만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기 형식으로 작성한 부분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드림 회계사>는 현실에서 제가 아닙니다. 그는 저보다 싸움도 잘하고, 능력 있는 회계사로 영어에도 능통하고, 여성들 보기에는 섹시하며, 키 크고, 의로운 사람으로 주변을 돕는, 제가 만든 <초자아> 일뿐입니다. 즉 저랑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으로 나약하고 치사하며 인기 없는 제 모습이랑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죠.
그리고 극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드림 회계사> 주변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은 역시 반대로 엉망진창 표현했습니다. 파렴치한 부모, 인간말종인 형제, 사기꾼 비슷한 친구들, 모자란 듯한 선/후배들. 하지만 이 역시도 그들이 가진 일부 증상, 캐릭터를 극대로 과장하다 못해 아예 없는 부분도 추가한 가공 배역들로 <드림 회계사>를 더욱 빛나게 하려는 글에서 기교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핑계를 나열해도 제 책을 읽고 나면 제가 어떤 고충으로 왜 이런 글을 썼는지 독자들은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온통 부모 원망이랑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토로 만들어진 못난 제 글을 아무리 파렴치한 저라도 부모나 형제 장모님에게 보내면서 '당신들 욕이지만 날 위해 주변에 널리 알리고 팔아 주시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저도 그 정도 염치는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오해가 없을 친구 몇몇에게만 부탁하는 것으로 하고 제 책 운명은 그놈이 알아서 혼자 헤쳐나가도록 두는 수밖에요. 못난 아비로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심경이라 가슴이 아프고, 흙수저로 태어날 제 아이로서 책이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그래도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영상으로 만드는 꿈도 열심히 꾸고 있습니다. 박영스토리 컨텐츠 부서에서도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하셨고 내 페르소나 문감독 역시 좋게 보아서 용기 냅니다. 제 책이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그것이 지인찬스 구매보다 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위로도 같이 하고요.
책이 나오면 문감독이 후배 PD나 영상 제작자들 몇 명에게 전달하면서 노력해 본다고 했는데 저도 광고 제작사 대표님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고객인데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예전에 함께 작업하던 CF 감독님들이랑 작가들 몇 분에게 물어봐 주신다고 하네요.
"선생님, 부가세 신고는 그렇게 하시면 되고요. 아, 맞다. 제가 책을 출간합니다."
"잉, 책?"
"네, 이재갑 교수님 추천서 덕에 가능하게 되었는데요. 다음 목표로 그걸 영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야.. 드림 회계사는 진짜... 자기는 나랑 너무 비슷해. 회계사 말고 예술가가 어울린다니까."
"아 휴~ 과찬이세요. 혹시 아시는 감독님이나 시나리오 작가님들 있으시면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응, 그래 내가 알아볼게. 근데 뭐에 대한 글이야?"
"정신분석 약간에, 호주 회계사가 유도 배워서 싸우고 미인을 구출해서 마구 섹스하는 내용입니다."
(요약해 놓고 보니 얄팍하기가..-_-;)
"푸핫! 딱 좋아. 내가 알아볼게. 그리고 나도 부탁이 있어."
"네, 말씀하십시오"
"내가 티벳 불교 공부하는 것 알지? 거기 칼융 쎔이 쓴 글이 같이 있는데 어렵더라고. 자네는 정신분석 공부했다니 좀 알 것 같아서 말이야. <사자의 서>라는 책을 읽고 이해한 후에 그걸 재미있게 각색해서 자네 다음 시리즈로 만들어 줄 수 있겠나? 환생, 환상, 성욕, 유혹, 죽음, 사후 세계 이런 것들이 잔뜩 나오는 글인데, 어때?"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사자의 서> 칼융 쎔이 극찬하고 관련해서 글을 썼다니 순간 구미가 확 당깁니다. 그 양반 글도 난해하고 정신없기로 라깡 쎔이랑 쌍벽이라니 과연 제가 읽는다고 해서 뭔가 이해를 하겠습니까 만은 이 책을 추천하신 선생님께서 흥분해서 저에게 설명하는 사후 세계, 글에 나오는 무당개구리, 춤추는 여자 치맛자락 비유들을 듣고 있으니 제 안에 있는 글 근육이 꿈틀거립니다.
그래, 지인 찬스로 책장사할 생각하지 말고 읽는 분들께 더욱 재미있는 글을 써드리자. 그것이 작가 된 도리 아닌가! 그러기 위해선 내가 더 박살 나게 고전이랑 싸우고 이해해서 내 글에 살살 녹여 풀어드리면 되는 것 아닌가? 괴테 문학상을 수상한 필력에 20세기 3대 천재라는 프로이트 선생님 글 중에서도 백미라는 <꿈 해석>도 초판 판매가 부진했다는데 내 책이 안 팔릴 걱정으로 시간을 보낸다니, 이 얼마나 교만하고 황당한 짓거리인가!
흙수저로 태어나면 어떻습니까?
내 마음속은 온통 황금으로 만들어진 환상이 가득할 뿐입니다.
더욱 빛나는 환상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없던 세계 그러나 우리 위대한 인류 천재들이 남겨 놓은 단서를 토대로 지금 우리 이야기 속에 넣어 보지요. 그곳으로 다시 여러분을 초대해 드리겠습니다. 출간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책이 나오고 얼마를 벌고 하는 따위는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새로운 회로를 마더 보드에 추가합니다. 그리고 그 길로 가려합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