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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Mar 06. 2024

도사道士를 찾습니다.

살면서 궁금했던 것들

살면서 제 능력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을 만날 때면 어딘가 이 답을 아는 사람을 언젠가 꼭 만나 제자가 되어 그 궁금증을 해결받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도사를 살면서 만나는 기적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얻고 그간 궁금했던 내 질문에 (설령 틀렸던들) 명쾌한 답을 주는 기인을 우리는 늘 찾고 있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랑 다름을 주는 도사에게 끌리지만 가까이에서 찾기 힘듭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공부하며 답을 찾다 보니 어느새 내가 도사가 되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얄팍한 지식에 (로고스), 그럴듯한 간판을 걸고 (에토스), 수 없이 써온 글로 단련된 말빨로 (파토스) 무장한 도사! 적어도 20년 전 드림헌터 군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줄 도사 말입니다.



호주 구조냥 - 프로이트랑 라캉이


1. 동물도 무의식이 있는가?

이랑 비슷한 것으로 동물도 꿈을 꾸는가 하는 것이 있겠습니다만 라깡 쎔께서는 무의식을 해석하는데 꿈 해석을 이용하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니 꿈을 꾼다고 곧장 무의식이 있다는 답을 내리기는 곤란합니다. 


무의식은 결국 억압으로 발생하며 그 억압이란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은유'나 '환유'를 통함이라고 했습니다. 특정 대상을 내가 느끼는 대로 부르고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정한 단어, 상징 가령 지금 아기인 나를 지켜주고 젖을 주는 대상을 "엄마"라고 규정해야 하는 법을 배워가는 억압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유년기가 그 어떤 짐승보다 긴 우리는 그 시간에 엄청나게 복잡한 은유랑 문법 따위를 배워야 하고 강제로 주입되는 그 법칙을 따르면서 참고 억제하는 연습으로 무의식이라는 언어 구조가 생겨납니다. 다시 말해 태어나면 몇 시간 안에 뛰어다니고 몇 주 지나면 어미가 없는 상황에서도 살 수 있는 야생 짐승들은 은유를 배울 시간도 이유도 없이 독립하게 됩니다. 


동물들이 쓰는 언어랑 우리가 쓰는 언어는 여기서 차이가 납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기 힘든 것도 바로 문법 이외에 또 배워야 하는 예외조항, 은유, 뉘앙스 같은 것들입니다. 


"아, ㅅㅂ 오빠~ 좋아 죽겠어~"


이 문장은 감탄사를 동반한 욕으로 시작해서 오빠라는 속어 존칭이 나오다가 좋다는 감정 표현으로 흐르는 듯하더니 갑자기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이렇게 해석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으리라 믿습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정말로 모르겠다는 분은 댓글 남겨 주세요. 아주 혼쿠녘을 내드리겠습니다. 


이런 농담, 뒤틈, 비아냥 등은 문법을 배운다고 해서 알 수가 없습니다. 동물들이 쓰는 언어에는 이런 복잡함이 없습니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의미(기의)랑 표현(기표)이 그대로 일대일 매칭이 되어 죽인다면 정말로 죽음을 불사하는 싸움을 의미합니다. 우리처럼 '좋아 죽겠어~' 식으로 표현이랑 의미가 반대로 가는 경우는 없지요. 


결론은 이런 언어로 인한 억압이 없기에 짐승들은 우리 인간 같은 언어 구조로 된 무의식, 은유로 가득한 창고가 의식 뒤에 숨어 있어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에게 조정 당하는 일 따위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추가로 인간이 가진 생물학으로 구별되는 지점도 큽니다.


-몸 크기에 비해 엄청난 뇌용량;

-그리고 80년 가까이 장수하는 수명.


다른 예로 AI 역시 무의식이란 가질 수가 없기에 그저 영원히 우리가 싼 똥만 치우며 AI가 보기엔 영 논리가 박약하고 변덕스러운 인간들 결과물만 뒤따라 흉내 내게 될 것입니다. AI가 멍청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걔들도 무의식이 따로 장착되어 있지 않기에 그런 것입니다. 인간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종교에서 이야기하는데요. 그걸 증명하기는 힘드나 


인간만이 무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개미, 1991, 베르베르 

2. 동물이랑 얼마나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개미가 위대한 곤충이라고 생각했으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 <개미>를 무척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 소설을 보면 개미들이 이룬 사회는 거의 인간 사회랑 비슷하다 못해 어떤 면에서는 낫다는 Mr 쌍베르 논리에 압도당합니다. 전쟁하고 파티를 즐기고 노예 개미를 부리고 가축도 기르며 농사를 짓는 모습까지는 팩트라고 합니다. 


문제는 소설로서 상상력을 조금 더해 개미들이 모여서 농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로 소통하는 개미들 생태를 이용해서, 하루는 어떤 개미가 실없는 소리를 페로몬으로 표현하자 다른 무리 개미들이 빵 터져서 웃으며 유쾌한 페로몬을 공중에 뿌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어렸다한들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 싶었는데 그렇다고 개미 학자도 아니며 언어대한 이해도 부족했기에 스스로도 반박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설명한 것처럼 개미가 쓰는 페로몬 언어라는 것은 짐승들이 쓰는 언어보다 더 미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이 양보한다고 해도 그저 위험 신호나 먹이가 있는 장소에 좌표를 찍는 것들 정도에 일차원 표현만 가능할 뿐 은유나 비꼼을 통한 농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글 마지막에 주인공 개미에게 인류 역사를 압축한 다큐를 보여 주면서 서로 교감하고 슬픈 인류 전쟁사에서 눈물을 흘리는 설정은 그때도 믿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보아도 개뻥입니다.


"소리"라는 단어에 반응해서 답하는 우리 프로이트, 2024


2.1. 그럼 개미보다 더 크고 고등한 동물들은요?

애니멀 커뮤니 케이터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략 어떤 직업이라고는 알지만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찾아보니 아래 작가님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분 제자가 [동물농장]에도 나와서 유명세를 탔다고 하네요.

아멜리아 킨케이드, 루비박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 아멜리아 킨케이드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절판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사서 읽고 싶지는 않아서 대략 요약된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목차에서 눈에 띄는 것을 보겠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물 대화 실천법도 있다네요.


3장 신호주파수 만들기 -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고

4장 사랑으로 귀 기울여 듣기 - 동물들의 예언

5장 의식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 - 신호주파수를 읽어라

9장 천국의 문을 열어라 - 천사들과 나눈 대화

10장 천국에서 보내는 눈짓 - 환생을 믿으십니까? (천국은 기독교 개념이고 환생은 불교인데..-_-;)


예언, 주파수, 천국, 천사, 환생


위에서 이야기한 언어 구조 측면으로 접근은 아니고 종교 느낌이 납니다. 그럼 실제 글 중에 일부 인용된 것을 보겠습니다.


"엄마가 (보호자를 뜻하는 듯) 이리저리 살피시는 동안 먹이를 주다가 한번 텔레파시를 보내봤어요. 눈을 감고서 버즈(말horse 이름) 심장하고 연결된 빛줄기를 쏘아 보냈어요. 그러면서 사랑을 보내니까 그 순간 내가 말이 된 거예요!" - 3장 신호주파수 만들기, p.56


"난 개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클로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클로이에게 어느 부위가 아프냐고 물으니 한 곳만 부러졌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중략) 게슈탈트를 시도해서 의식을 그녀 (클로이) 안으로 옮겨가 살폈더니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등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 6장 별들의 꼬리를 좇아, p.130


"(중략) 노쇠한 고양이가 (동물병원에) 찾아왔는데 (중략) 피를 뽑아 샘플을 연구소에 보내면서 고양이에게 우리가 뭘, 왜 하려는 건지 텔레파시를 통해 알려주면서 협조를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흔쾌히 검사에 응하더군요. (중략) 다시 (주사를) 꼽으려니까 고양이가 펄쩍 뛰어 달아나더군요. 그때 고양이로부터 성난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 9장 천국의 문을 열어라, p.253


호주 고양이 두 마리랑 사는 입장에서 킨케이드 여사는 분명 사랑스러운 분이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다는 것은 느껴지나 텔레파시를 통해서 동물들이랑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그 짐승으로 빙의하는 장면은 저로서는 믿기 힘들고요. 라깡 쎔 책에서 보았던 게슈탈트라는 용어를 여기서 마주하니 오히려 아쉽습니다.


차라리 귀여운 도사 캐릭터로 계속 가셨으면 좋았으련만 갑자기 게슈탈트라는 단어가 여기 왜 나올까? 혹시 본인이 생각해도 빈약한 논리를 저런 권위 있어 보이는 용어에 기대 해결하려는 의도인가? 


그럼 책 말고 실제로 관련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을 찾아보았습니다. 웹사이트에 관련 서비스가 공시 가격이랑 친절하게 나와 있어서 몇 가지만 보겠습니다.


가인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leela.kr)


정상가는 7만 원 / 사후교감 8만 원 (질문 세 개 + 전하는 말)이라는 것으로 보아 정상가는 살아있는 동물이랑 대화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고 사후교감을 한다는 것으로 이분도 우리가 생각하는 언어 구조론보다는 영매로서 역할로 보입니다. 온 김에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Definition을 정리한 부분이랑 사례 등도 보겠습니다.


"동물의 에너지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직접 연결해서 동물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것입니다."


-간식, 장난감 취향 등 반려동물 마음 알기;

-이상 행동을 하는 이유 알기;

-사후 반려동물에게 마음 전하기;

-반려동물이 아플 때 보호자에게 원하는 것 알기.


교감 대상으로는 흔한 강아지, 고양이 같은 포유류 뿐만 아니라 조류, 파충류는 물론이고 사마귀도 가능하다고 하며 사후 서비스는 동물 사진으로 진행한다고 하네요.


수요가 있으니 이를 공급하는 서비스가 있음을 우리는 인정합니다. 단지 이런 서비스가 귀여운 도사 이미지를 넘어서 사람을 잡는 선무당으로 가는 길에 있다면 다들 거부감이 크겠지요. 이렇게 보는 것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저는 그다지 사랑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네요 (항의 연락 오면 바로 지워야지, 헤헤).


저분들이 말씀하시는 접근 방식으로 인해 한 가지 명확해진 것은 있습니다. 동물들은 우리가 가진 언어 체계랑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치거나 그들이 하는 언어를 우리 구조에 넣고 돌려서 의미를 뽑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증으로서 좋은 사례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결론 내리겠습니다. 동물이랑 대화를 하려면 그들 언어 구조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들에게 우리 언어 구조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호주 직장 동료들, 2014


3. 유학 생활을 하면 그 나라 말로 (무의식을 반영한) 꿈을 꾸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가끔 영어로 꿈을 꾼다는 유학 선배님들 보지만 허풍인 경우이고요. 제가 영어를 못하기에 남들도 다 나 같으려니 판단할 수는 없지만 20년 넘게 이곳에서 산 저로서는 꿈에서 영어를 하는 경우는 꿈 상황 중에 호주 사람이 있어서 짧게 대화하는 장면 따위입니다.


카타오카 이치타게 선생이 쓴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에 보면 꿈을 언어 구조를 통해서 분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일본어 한자에서 나비, 손을 합치면 수첩이라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꿈에서 손으로 나비를 잡는 것을 수첩에 적은 내용으로 치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꿈을 해석할 때 이미지는 *시니피앙적으로 해석해야만 합니다. 비단 꿈에서뿐만이 아니라 이것은 정신분석의 철칙입니다.

*시니피앙 = 기표記表 소리 내어 읽을 때 음성 따위 (기의記意-뜻이랑 묶여 기호/언어가 된다).


진실로 영어로 꿈을 꾼다는 유학생 놈이 있다면 단순히 영어 단어 몇 가지가 꿈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영어 발음이 이미지랑 뒤엉켜서 표현이 되는 식으로 가야 하지만, 해마hippocampus 뒷자락에 겨우 걸쳐있는 제 영어 수준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유학 시절 여담으로 이 질문을 닫겠습니다. 평소 가위를 자주 눌린다는 무당 같은 느낌을 주던 선배랑 영어 학교를 같이 다녔습니다. 점심시간에 누나들도 모인 자리에서 형은 또 신기한 꿈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에서 자주 당하던 끔찍한 가위눌린 꿈 이야기인데요. 잠에서 깨어 눈을 뜨기에 꿈을 초월한 신비로운 것이라고 밑밥을 깝니다.


"꿈인지 환상인지 남자 둘이 창문 위를 걸어가는 것이 보였는데 조금 지나자 몸은 멈추고 목이 잘라져 나가서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꺄악~ 무서워 그런 이야기하지 마! 밤에 혼자 잔단 말이야!"


그 꿈 이야기를 들은 누나들은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뭔가 또 궁금해진 나는 은근히 뿌듯해하는 형에게 묻습니다.


"형, 여기는 호주인데 그 귀신들은 호주 남자인가요? 한국 남자 귀신이면 바다를 건너서 따라온 거네요? 외모가 명확하게 호주 백인인지 한국 사람인지 아니면 제 삼국인 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았는지 몹시 당황한 형은 아.. 저.. 그게.. 호주 사람..인 것 같은..하면서 버벅 거렸고 그런 모습에 다들 빵터졌습니다. 그 장소에서 바뀐 것은 하나도 없는데, 형이 처음에 한 이야기로 누나들은 공포에 질렸다가 내가 한 질문으로 개그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언어가 우리를 지배한다는 것을, 울고 웃는 화상들을 보며 새삼 알았습니다.


가위 눌린다는 선배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아니고 그가 꾼 꿈은 외부에서 귀신이 들어와 만들어 주었다기 보다는 자기 무의식에 있던 알지 못할 욕망이 억압을 뚫고 나와 만든 이미지라는 것이죠. 그러니 언어로 다시 설명하는 과정에서 호주인지 한국인지 혼돈도 오는 것이고요.


오페라 하우스 근처, 실버맨


어제부터 한 분씩 찾아보며 브런치 글을 살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사 찾는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언어 이야기를 동물 사례로 살펴보았으나 자료도 별로 없고 있다한들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준비된 것은 아니기에 그럼 인간들 중에 우리랑 다른 언어체계를 가졌다는 조현병자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제가 임상을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니 어디서 조현병자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브런치에 조현병을 가진 작가님들이나 가족 중에 있어서 관련 글을 쓰는 몇 분 찾게 됩니다.


단점은 글로만 살펴본 것이니 제가 궁금한 것을 여쭤보아 답을 얻는 경험은 없지만 수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어렵지 않게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고요. 비용도 거의 들지 않으며 혹시 실례되거나 서로 상처 줄 수 있는 미안함 등은 없이 궁금증을 찾아본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조현병 언어체계를 가지고 계시지만 신경증자인 제가 쓰는 언어 체계도 사용하여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가진 증상 중에 망상이나 환청, 환시 등은 우리 신경증자들 언어 체계로는 해석하기 힘들어 대화하는데 무척 애를 먹는다고 하는데요. 위에 작가님들은 신경증자 언어 구조도 통달한 Bi-lingual이기에 대단한 능력자들입니다.


제가 감히 그 작가님들 글 평을 하자면 기가 막힙니다. 그분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완전한 신경증자 언어로서 99% 이해 가능하며 작가님들 마다 색채도 명확하여 어떤 글은 너무도 순수한 아이 같은 마음이 느껴지고 다른 분은 전문가로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집니다. 물론 신경증자들이 만든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정신증자로서 겪는 슬픔 미안한 심경 등을 읽을 때면 오히려 신경증자인 제가 부끄럽고 가슴이 찡해 집니다.


이분들 글을 읽으면 드는 생각은 (작가님들이 걱정하는 선입견, 편견 따위는 전혀 없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천재 화가들, 작가들 삶으로 이 시대에서 조화롭지 못해 고통받던 모습이 중첩됩니다. 이렇게 조현병 구조도 가진 글을 읽을 때 제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나도 모르게 그분들 문장을 따라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신경증만 가진 저로서는 신경증이랑 정신증을 모두 가진 능력자가 쓴 글을 봄에 기절할 만큼 강렬한 통찰력이랑 감동을 배우고 느낍니다. 나는 정신증이 부족하기에, 그들이 보는 특수한 환상이랑 환청을 경험하지 못하여서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으니 슬며시 그 문장을 외워 보려는 자신을 마주하기에 얼른 화면을 돌립니다. 이러다 결국 언젠가 제 글에 그 슬픈 천재들 감수성을 내것인양 도둑질할 것 같은 두려움이 큽니다.


브런치에 따스한 글들이나 전문성이 있는 글들은 넘칩니다. 하지만 게으른 저는 다른 작가님들 글을 무의식에서 따라 할 까봐 읽지 않는다고 대충 핑계를 대었지만 위에 작가님들 글은 정말로 그러합니다. 너무 아름답기에 계속 읽고 싶지만 내가 절대로 쓸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한 글들이라서 읽고 나면 지우려는 노력을 엄청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이분들이 진정한 도사입니다.


노사임당, 2024, 사랑이라는 착각



우리 인생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끝도 없지만 대답은 아직까지 주어지지 못했다. 그 답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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