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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Mar 17. 2024

군중심리 - 1부: 끝

경이로운 전설

구스타브 르 봉 쎔이 쓴 <군중심리>를 저는 무의식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것으로 심리학 측면에서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부산 중고 서점에서 샀기에 전 주인이 밑줄 그은 흔적이나 메모한 것들을 보면서 그 사람은 어느 구절을 집중해서 보았고 어떤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는지 나아가 왜 이 책을 읽었는지 따위가 적나라하게 남아 있습니다.


투박한 글씨체나 중간 중간 요약한 문장 따위에서 사용한 단어로 보아 그는 남자일 것이며 앞에서 누차 봉쎔이 강조한 것을 한 참 뒤에야 이해한 듯, 뜬금없는 별점 표시로 보아 독해 능력이 엄청난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애매해 보이는 문장에는 여지없이 물음표(?)를 남겨 놓았고 결국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모습이라 이 책이 그 사람에게 준 혜택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이 책을 왜 읽었을까하는 추론만하고 요약을 시작하겠습니다. 3장이 끝나는 빈 공간에 "악재에 사고 호재에 판다"는 주식투자 일반론을 써 놓았습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뜻으로 쌀로 밥 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아마도 주식투자를 하는 길에 판판이 깨지다 군중심리를 알면 도움이 될까 하여 이 책을 본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며, 결국 헌책방에 되팔아 천 원이라도 건질 목적으로 최종 노선을 변경했으니 지금도 어딘가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면 개박살나고 있을 거라 보입니다. 봉 쎔 <군중심리>는 프로이트 저작처럼 방대하지도 않으며, 라깡 저작처럼 외계어도 아니고, 읽기는 대중서처럼 쉬우나 얻을 것은 어느 고전보다 풍부하니 평생에 간직할 책입니다. 지금 이런 절 봉쎔이 무덤에서 보신다면 이 책을 잘못 이해했다 하겠습니다.


드림 군, 자네야 말로 내가 이 책에서 말하는 지능 낮은 군중일세.


 *Text에 나오는 프랑스 비유는 너무 낡은 것이라서 오히려 설명을 방해하기에 지금 감성에 맞게, 제 수준에서 싹 다 새로 썼습니다.

그래, 호재에 팔아서 재미 좀 보셨습니까?


3장: 군중 사상/추론/상상력

군중은 특히 경이로운 것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런 경이로움이랑 전설스러운 것이 문명을 버티게 한다.


모든 문명은 몇 가지 기본 사상으로 되어 있다. 그런 사상이 어떻게 군중 영혼 속에 자리 잡는지는 이미 설명했으니 군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상은 어떤 형태인지, 군중은 어떤 형태로 그것을 이해하는지를 보자. 


사상은 두 부류다. 첫째로 당대 어떤 인물이나 교리에 심취하다 우연히 잠시 갖게 된 일시 사상이 있다. 둘째는 과거 종교 신념이나 현대 민주주의 사상 등 유전이나 환경, 여론이 견고한 안전성을 부여한 기본 사상이다. 일시 사상은 매일 탄생하나 극소수만 선택을 받아 군중에게 들어가고 기본 사상은 제도 기반이 되는 것이나 현대에 와서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어떤 사상이 되었든 간에 그것은 매우 절대성을 가지며 단순한 형태를 지녀야만 우세해져 <이미지>가 된다. 이미지가 되어야만 대중에게 각인되고 접근하여 채택된다. 이렇게 이미지로 나타낸 사상은 마치 안경 상자 안에 선글라스처럼 그때그때 끄집어내어 쓰기에 완전히 모순되는 것도 하루아침에 채택가능하고, 심지어는 동시에 유지될 수도 있다. 군중은 이미지에만 집중하며 비판정신은 없기에 그 둘 간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고립된 많은 개인도 이런 현상을 보인다. 많은 종교인들이 직업으로는 과학자나 다양한 논리를 연구하는 경우가 흔한 이유이다. 그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종교 위에 그랑 아무 관계없는 서양 사상을 올려놓았고 유산으로 받은 그 종교나 이상한 관습을 그대로 지킨다. 이런 모순은 표면에서 다뤄지는 것으로 개인행동을 유발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유전된 사상만 강력하게 나온다. 


군중은 사상이 극히 단순한 형태를 취해야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 사상은 철저히 변화해야만 군중에게 인기를 얻으니 높은 철학 사상이나 과학을 군중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낮추려면 방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그 작업은 사상을 최대한 축소하고 단순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기에 어떤 사상이라도 군중이 이해하는 것이 되면 거의 다른 것이 되고 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군중에게 영향을 주는 사상은 내용이 좀 빈약하거나 잘못된 것으로 수준도 높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국가를 이끌어가는 요인이 된다. 


이런 사상이 변모하는 과정은 무의식을 통해 침투하여 감정이 되는 식인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한 개인을 설득하는 과정을 보자. 쉽게 설명하여 타당성을 오늘 입증했다고 해도 며칠 뒤 그를 다시 만나면 처음 가지고 있던 생각으로 (무의식을 통해) 다시 돌아가 매번하던 주장을 다시 펴고 있다. 이전에 사상은 감정으로 그 안에 남아 있고 며칠 전에 내가 설득한 것은 이성으로 받아들여 이미 다 휘발되었다. 


어떤 사상이 다양한 과정을 거쳐 군중 정신에 침투하기만 하면 그것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힘을 획득, 아무도 거스르지 못한다.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진 철학 사상은 군중 정신 속에 자리 잡기까지 백 년이 걸렸으나 이제는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되었다. 이런 사상은 뿌리내리는 것도 오래 걸리지만 빠져나오는데도 그만큼 걸린다. 즉, 군중은 학자보다 항상 몇 세대씩 늦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군중들이 지금 가진 사상이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여전히 강력하기에 자신들도 믿지 않는 그 사상에 따라 통치할 수밖에 없다.


지독한 가뭄에 기우제를 드리지 않는 왕은 민중들에게 맞아 죽고, 자기가 기우제를 드리면 정말로 비가 올 거라고 믿는 놈도 결국 끌려 내려옵니다. 다만 진실로 기우제를 올리는 연기하는 왕만이 가뭄에 살아남습니다. 그도 몸으로 배운 심리학을 배운자입니다.

 

군중은 논리 수준이 크게 떨어지기에 오직 유추작용만 가능하니 그 논법에 이성추론이라는 이름은 붙이기 힘들다. 그것은 연상을 토대로 하나 군중이 연상한 사상들 사이에는 표면상 유사 관계나 연속성만 있다. 정력 화신이라는 물개 남근을 먹으면 자신도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 해구신을 먹거나 삼일을 섹스한다는 뱀 속성을 보고 나도 오래 좀 하겠다고 한국 남자들은 아직도 뱀을 그렇게 녹여 먹는다. 단백질로 같은 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아무리 해보라. 돌아서면 처먹고 있다. 그 논리라면 마이크 타이슨 살점을 먹으면 권투를 잘하게..


오직 표면상 관계밖에 없는 다른 사실들을 연결해서 특수한 사례를 즉각 일반화해 버리는 것이 바로 군중 추론이 띠는 특성이고 언제나 이런 추론법만이 군중에게 영향을 준다. 군중에게 설파할 연설문은 논리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혹할 이미지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정치가 중 최고 달변이라는 김대중 대통령 40대 연설문을 보면 독재정권을 미친 소로 비유하여 초대박을 터뜨린 사례는 유명하다.


군중은 오로지 자신에게 강요된 판단만 받아들일 뿐 토론을 통해 내려진 판단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부분 개인도 추론 능력이 높지 않아서 대부분 특정 사항에 견해가 없다. 


아래는 제가 1부에서 백미로 꼽는 부분으로 프로이트 선생님 <꿈 해석>을 떠오르게 합니다.


군중은 잠자는 사람이랑 비슷하다. 잠을 자는 동안 이성을 발휘할 수 없어 강렬한 이미지만 머릿속에 출현한다. 만일 자면서도 비판하고 성찰할 수 있다면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사건이 경이롭고 전설 같은 측면이 있을수록 군중에게 극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어떤 문명이든 자세히 분석해 보면 진정한 버팀목은 경이로운 것이랑 전설 같은 것이고 항상 실재보다 외관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현실보다 비현실 같은 것이 우세했다. 


오직 이미지를 통해서만 생각할 수 있는 군중은 오직 이미지에 의해서만 감동한다. 그들을 행동하게 하는 것은 오직 이미지뿐이다.


예로부터 연극이나 영화가 군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극장에서 모든 관객은 똑같은 감정을 동시에 체험한다. 그중 매우 강력한 것은 암시 효과를 주어서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극 중 악역에게 분노한 관객들이 그 배우를 폭행한 예는 흔하다.


군중은 현실 비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명백히 있다.


이런 비현실성을 '군중 상상력'이라고 하자. 정치인들은 이런 상상력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했고 성공하면 그들을 끌고 가며 통치할 수 있다. 나폴레옹도 늘 군중 상상력을 사로잡는 데 골몰했다. 그럼 군중 상상력을 어떻게 감동시킬 것인가? 


그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긴 해석따윈 필요 없이, 경이롭고 신비로운 몇 가지 사실을 동반하는 강렬하고 매우 선명한 이미지 형태로만 가능한데 위대한 승리, 엄청난 기적, 흉악한 범죄, 거창한 희망 등이 있겠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 소개하는 것은 효과 있고, 발생 경위를 알려주는 것은 의미 없다. 


매년 백상아리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지만 개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15만 명 수준이다. 하지만 사람들 머릿속에는 죠스~ 뚜둔 뚜둔~ 백상어가 주는 공포만 남아있다. 


난 이거 만든 분 노벨 평화상 줘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상어들 관점에서는..


군중 상상력에 충격을 가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건이 어떻게 분류되어 소개되느냐 하는 것인데 사건은 응축되어 군중 마음을 꽉 채운 채 떠나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를 생산해내야 한다. 군중 상상력을 사로잡는 사람이 군중을 지배한다.


4장: 군중 확신이 띠는 종교 형태

종교 감정은 신 숭배랑 무관하다. 군중에게 신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군중이 느끼는 공감이 순식간에 숭배로 바뀌고 반감도 일순간에 증오로 돌변한다는 것을 보았다. 이런 현상은 군중이 품고 있는 확신성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마치 종교 같아서 '종교 감정'이라고 표현하겠다.

 

우월해 보이는 자를 숭배하고, 그가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마술 같은 힘을 두려워하며, 그가 내리는 명령에 맹목 복종하며, 그를 반대하지 못하게 하고, 그 신조를 전파하려 하며, 추종하지 않는 놈들은 적으로 간주한다. 종교가 된 것이다.


군중은 당장 자신을 열광시키는 정치 신조나 승리를 거둔 지도자에게 무의식을 통해 신비한 힘을 부여한다. 사람이 신을 섬길 때만 종교가 아니다. 정신력을 모조리 동원하고 열의를 다해 자기 뜻을 다해 어떤 사상이나 인물에게 봉사하면 그것이 종교다.


종교 감정은 두 가지 요소를 가진다. 1-비관용 2-광신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어떤 확신 자극을 받아 집단을 이룬 모든 인간에게서 발견된다. 군중 확신은 종교 감정; 맹목 순종; 비관용성; 과격한 선동성을 가진다. 이런 군중 신념은 종교 형태를 보이며 그들이 찬양하는 영웅은 신이 나 다름없다. 


미움을 사면서도 500년을 버틴 로마제국이 유지된 것은 군사력 때문이 아니라 황제를 신으로 추앙한 종교 찬미였다. 군중에게는 종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군중이 무신론을 받아들이면 그것도 종교 감정으로 가면서 표현하는 형태는 무신론을 위한 예배형태가 된다. 대상만 바뀌었고 종교 감정은 남는다.


이렇게 취약해 보이는 종교 형태를 통해서 군중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요한 역사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혁명이란 군중 정신에 새로운 종교 신념을 정착시키는 과정에 불과하다. 큰 역사 사건들 저변에는 언제나 군중 영혼이 발견될 뿐 왕들 권력은 없다. 



사랑스러운 시드니 군중들.. 2024



군중에게는 종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Dr. Gustave Le 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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