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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Mar 18. 2024

세 번째 인연

50대를 생각하며

인공지능 AI가 득세하면서 사라질 직업 1위가 세무사 2위가 회계사라는 통계를 자주 접합니다. 저는 직함이 세무 회계사이니 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n잡러라고 합니다. 아직 호주는 그 정도로 삶이 치열하지 않으니 업으로 하는 일 위에 진지한 취미 하나 정도 가진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호주 주류 사회에 진출한 적이 없으니 백인들 삶은 잘 모르지만 이곳 이민자들 삶은 이렇듯 뻔합니다.


주중엔 자영업 하다, 토요일은 골프 치고, 주일에는 봉사하는 교회 김집사님이 저에게 각인된 호주 한인 이미지입니다.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저야 그런 평범함에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변태라서 직장 다니며 유도/주짓수 하고 주일에는 정신분석 공부하는 삶을 산다지만 대상만 다를 뿐 결국 같은 생활입니다.


드림 유도, 2024


유도를 2015년부터 해서 블랙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치기도 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전신 마취도 한 번 다녀왔죠. 그래서 지금은 주짓수 수련을 조금 더 늘이고 있습니다. 서서 싸우기에 무릎에 의존도가 높은 유도보다 다양한 관절을 쓸 수 있으니까요.


주짓수도 몇 년 수련 끝에 초보는 벗었지만 블랙까지 가려면 앞으로 10년은 정진해야 합니다. 과연 그 10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난 10년을 생각해 보면 아련합니다. 그리고 지난 10년이랑 다르게 몸이 쉽게 다치고 지치는 나이로 진입했으니 겁도 나고요.



요즘 <군중심리>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걸 브런치에 요약하는 과정에서는 읽으실 분들을 생각하며 최대한 쉽게 옮기고 사례도 제가 생각한 것으로 다시 구성해 보는 시간은 행복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고상한 취미이고 아주 바람직한 일이죠.


이렇게 정신분석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고 사람들이랑 세미나하고 글로 옮기는 과정은 저에게 무척 행복이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자연스럽게 이것을 일로 하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정신분석가가 되고 싶지만 그것은 의료보험 밖에 영역이니 먼저 심리상담사가 되어서 의료보험 혜택을 취득한 후에 정신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드니 교민들에게 부담 없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PACFA나 ACA 같은 호주 심리학회에서 인증받는 학자가 되는 것이 선행 목표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제도권에서 심리학 관련 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50세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 봅니다. 어차피 아이가 없으니 그곳에 쏟을 정성이랑 시간 돈을 나를 세 번째 교육하는데 투자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50대에서 60대까지는 세무사랑 분석가 일을 같이하고 그 후로는 분석가로서 삶을 사는 것이죠. 직업 중에 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넘치는 것이 정신분석가라고 하더군요 (주변에 분석가들도 행복해 보이고요).


맘에 드는 기관에서는 입학 거절당하고..


문제는 좋아하는 것도 일로 하면 싫어지고, 심리학이란 전공은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 실제 학과 스케줄이 우리가 기대한 것이랑 너무 달라서 실망감도 크다고 주변에서 조언을 합니다. 물론 적극 추천하시는 분들이 더 많고요.


아직 시드니에는 한인 정신분석가가 없으니 제가 도전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고 직업 측면에서도 이곳은 블루오션이니 (큰돈은 아니지만) 매력 있는 분야라고 판단해서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습니다. 주짓수랑 마찬가지로 이 역시도 꾸준함을 바탕으로 시간을 희생하고 다시 시험 보고 숙제하면서 인생을 학교라는 출퇴근 감옥에 들어가 3년은 보내야 한다니 주저됩니다.


그 길에서 또 새롭게 만나는 선생님들 학우들로 인해 내 삶이 풍성해지고 그 인연으로 내 세 번째 삶을 꾸려갈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달래 보지만 게으른 제 무의식은 쉽게 설득되지 않습니다. 고민입니다. 어떤 이미지를 대령해서 이 무의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지요.


다시금 호주 사람들하고 경쟁하며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부담이면 한국에 방송통신대학은 어떨지도 알아보고 제가 아는 수준에서는 다 쑤셔보고 있습니다. 이러다 맘에 드는 선생님, 인연을 발견하는 순간 미친 듯이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더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노사임당, 2024, 사랑이라는 착각


4월 말이면 <사랑이라는 착각>이 종이 책으로 출간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책이 대박 나서 남은 인생은 전업 작가로 사는 것도 생각해 봅니다. 1년에 5천만 원을 벌어 주는 책을 두 권만 써도 1억 아닌가? 1억은 고사하고 아침에 보니 브런치 구독자가 또 몇 분 취소를 결정하신 것을 보고 속이 쓰립니다.


왜 날 떠나셨을까?

내 어떤 글, 어떤 문장 때문일까?


남아 있는 구독자분들 이름을 이 아침에 잠시 틈을 내어 하나하나 읽어 봅니다. 새삼 반가운 이름들이고 한 동안 안 보이신 분들은 소식이 궁금합니다. 브런치도 사회생활이라 나도 다른 작가님들 글도 읽고 댓글도 열심히 달면서 팬으로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매번 쉽지 않습니다. 문득 감사한 생각이 들어서, 혹시 이 분들이 나중에라도 날 떠나면 이름이라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엑셀로 박제를 떠봅니다.


196번까지 있습니다.

아, 맞다. 

제가 하드를 날려서 제 책이 출간되면 보내드린다고 약속했던 작가님들 명단 저장해 놓은 것도 날렸습니다. ㅠㅠ 죄송하지만 저에게 이메일이나 여기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주소 다시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어쩌면 인생에 답을 줄 인연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 브런치 덕질도 일종에 투자입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Five Dock, 2024




추신.

어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시드니 일가족 살인 사건 편을 보았습니다. 제가 쓰는 <살인자 시리즈>랑 같은 주제를 하고 있어서 행여 겹치는 부분이 있거나 내가 몰랐던 새로운 부분이 나올까 신경이 쓰였는데요. 다행히 저는 문학으로 접근하고 그쪽은 다큐 예능식이라 걸릴 것은 없어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 시리즈를 완성하기보다는 <군중심리> 끝내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그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조금 기다려 주십사 양해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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