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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Mar 28. 2024

종이 감옥

다시 만난 벨라에게

가장 힘들다는 첫 교정 시작


편집부에서 1차 교정을 마치고 저에게 확인을 부탁하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무척 꼼꼼하게 제 글을 다 보시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까지 손이 많이 간다니... 대략 상상은 했지만 막상 엉성한 제 글을 현실로 마주하는 충격도 올라왔습니다.


소중한 빨간펜


종이로 출간되어 박제가 될 글이니 오탈자를 바로 잡아는 일은 책을 사서 보실 분들에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표준어가 아닌 줄 알지만 일부러 구어체로 표현한 것들인데요. 이것은 표준어로 쓰면 제가 의도한 감정이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살려두기도 그렇고 죽이기도 그렇고, 고민입니다.  


쎄게 => 세게

오즈가즘 => 오르가슴

여친 => 여자친구

멘탈 => 멘털

쎔 => 선생님


구어체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문감독 표현에 따르자면) 판소리 같기도 하고 변사 만담 같은 제 글투를 여러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의도인데요. 이런 제 서사를 모르시고 책을 바로 접하는 독자들은 교정도 없이 대충 작업했구나 오해를 살 여지도 충분히 있겠습니다.


<군중심리>에서 보았던 것처럼 대중 무의식에 침투해서 그들을 열광시키는 것은 섬세함 보다는 강력한 자극이고 바로  무의식에 침투할 빠르고 날카로운 표현들입니다. 주로 이런 것들은 영화나 대중 연설에서 현실감을 주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데요. 책은 종이가 주는 권위가 있기에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갈팡질팡 할 때는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박영스토리 편집부에게 받은 조언대로 가개로 했습니다. 너무 감정이 지나치고 필요 없는 욕이나 비속어는 줄이는 것으로 말이죠. 하지만 제 판단으로 필요한 곳에서만 절제하여 쓰는 것은 좋겠다는 중간 지점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제가 2차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의도가 있다 해도 표준에서 벗어난 단어나 문장은 수정하자

너무 야한 부분은 tone-down 하자

ㅅㅂ - 등 욕은 빼자


지난 며칠 겪은 일을 담백하게 썼지만 삼일을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네요.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조급하지 않게 출간될 제 글을 찬찬히 읽어 보고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감옥을 넘어, 더 큰 종이라는 감옥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며칠 골머리를 썩을 때 조언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우선 정신과 전문의 매미 쎔. 늘 많은 조언 주시지만 이번 교정 작업에도 큰 도움을 받았네요. 그리고 이 아침에 선생님께서 직접 만드신 영화 속 장면 같은 기가 막힌 영상을 하나 선물로 받았습니다.


매미 쎔, 2024, 드림 & 벨라


잠시 연재를 멈춘 <살인자 시리즈> 중 벨라 편에서 그가 허망하게 떠난 것이 저도 아쉬웠는데 벨라를 각별히 아끼셨고 탄생하는데 소재를 주신 매미 쎔 역시 그렇게 느끼신 것 같습니다. 위 영상을 보니 벨라가 살아서 절 찾아온 환상이랑 환청이 느껴졌습니다.


누가 보아도 실버워터 감옥에 다시 수감된 벨라를 만나는 드림 회계사 장면이고 발랄한 오렌지색 서양 수의가 아니라 슬픔이 녹아있는 벨라를 위한 수의부터 난감해하는 드림 군 얼굴 표정하나하나까지 제가 상상했던 장면 그대로라서 백번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긴 영화 한 편을 본듯한 느낌이고 드림 군이 벨라 앞에 다시 앉는 일련에 긴 사건이 제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갑니다. 글이 또 나오려 합니다. 어서 교정을 마치고 <살인자 시리즈> 들어가야겠습니다.



문감독,

보았지?

극화로 한다면 이 장면을 꼭 넣어주길 바라네.

드림 역은 지진희 배우, 벨라는 단아한 김현주가 어떨까?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노사임당, 2024, 카나미도 잊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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