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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pr 14. 2024

4차원 연구소

신경증자는 없는 창의력을 찾아서

라캉 저작을 읽는 모임을 운영 중입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온라인 세미나 등으로 라캉 선생님 저작을 읽고 준비한 내용을 나누는 독서 모임 형식입니다. 다만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라캉 정신분석 관점에서 삼라만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석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 일반 독서 모임이랑은 다른 점이겠습니다. 


13/04/2024

지난 모임에서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창의력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우리 회원들이 보이며 자연스레 자신이 경험한 사례들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으로 흘렀지요. 


조현병에 대한 궁금증이나 원인 그리고 프로이트 선생님이 간접 분석하신 슈레버 대법관 사례나 다른 예시를 살펴보았는데요. 그중에서 우리 선임 연구원이 수집한 사례를 기반으로 인문학 입장에서 정신분석을 기반으로 나름 분석해 보기도 했습니다. 사례 요약은 아래입니다. 



광진구에 사는 중년 남자라고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며 대한민국을 위한 완벽한 해결책 50가지를 제시하는 이를 길에서 만납니다. 2006년 전부터 연구하고 깨달은 것을 알리려 노력하는 분으로 내용은 논리가 빈약하여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기괴하다는 느낌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데 가령, 


1. 나라 지도자 등 큰 어르신들을 존경해야 한다;

2. 일본이랑 중국은 역사를 빼앗아 우리 민족정신까지 빼앗으려 함; 

3. 나는 "사이코패스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으로 생각을 빼앗겼음;

4. 그로 인해서 내 몸은 전파로 지배당하고 있음;

5. 우리 모두 사이코패스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지배받고 있음; 

6. 자신은 그 지배에 저항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음;

7. 이 방법으로 지구촌 모두가 노력하여 사이코패스 가스라이팅 지배를 벗어나야 함;

8. 그 방법은 바로 "제스처"를 통해서 이루어짐. (e.g. 특정 손동작이나 몸동작을 말함);


이렇게 말하는 그는 사람들이랑 악수를 하거나 눈인사를 계속 시도하면서 자신이 말한 제스처를 실행하려고 노력했으며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본다는 것도 정확하게 인지했고 공공장소에서 씨끄럽다는 불평이 나오자 오히려 역정을 내며 '조용히 하세요! 당신 우리나라 사람 맞습니까?'는 식으로 반응함.


대부분 그 남자를 두려워하거나 피했지만 우리 선임 연구원은 그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눈인사를 실행했더니 다가와 악수를 건네며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선임 연구원 역시 두렵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그분 진지함에서 무언가 빛나는 창의력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분이 설파하는 논리에 설득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조현병 내지 편집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만들어낸 그 독특한 세계관은 태어날 때부터 보호자 (혹은 대타자)에게 강제로 주입된 세상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기발함이었다고 합니다. 마침 선임 연구원이 인문학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나아가 분열증을 분석하는 석사과정 중이라서 이런 정보 수집이 가능했다고 보입니다. 


남성 분이 보이는 증상을 다른 연구자인 "신경정신분석"님이 AI에게 라캉식 분석을 의뢰해 본 결과를 아래 동봉합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추구하는 방향이랑 일치하기에 거의 그대로 전문을 공개합니다.


라캉 관점에서는, 이 사람은 상징계 질서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언어를 통해 소통하려 하기보다는 제스처를 통해 교감하려 하는데, 이는 상징계 질서를 거부하고 상상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지배'와 '저항'은 라캉이 말하는 '대타자'랑 관계 속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는 대타자(국가, 역사 등)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느끼며, 이에 저항하고자 하나 상징계 질서 바깥에서 현실성이 별로 없는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후배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와 출산한 동네 고양이

굳이 라캉을 연구하지 않은 분들이라도 이 사례를 통해서 정신증자는 우리 신경증자들이랑 다른 세계, 문법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원인 때문인지는 아직 밝혀지진 않았으나 해부학 기준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라캉 선생님 말씀처럼 실체를 언어로 치환/은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우리가 사는 신경증 세상에 편입되는 것에서 실패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로써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유아기에 대타자를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문법도 일부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만 그들은 우리를 흉내 내면서 스스로가 만든 대타자/문법을 따릅니다. 그로 인해 우리랑은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요.  


가령 위에 사진을 보면 우리 신경증자들은 고양이, 아기 고양이 이런 단어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동네 고양이가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새끼를 낳았다는 서사를 추가로 듣게 되면 비슷한 감정에서 나온 스토리를 예상하게 됩니다. 누가 입양했나요? 아픈 아기 고양이는 없나요 등등. 하지만 4차원 세계관을 가진 이는 공인된 언어관이 없기에 자신들이 만든 단어를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식입니다. 그 세계관은 이렇듯 고유하기에 비슷한 증상을 가진 정신증자들이라고 해도 서로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이야기를 계속하기에 앞서 두 가지를 규정하고 가겠습니다. 이런 세계관 설정 없이 진행된다면 역시 이해받지 못할 4차원 속 글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조현병이나 정신병이라는 표현대신에 우리랑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4차원을 사는 사람" 혹은 줄여서 "4차원"이라고 통칭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랑 함께 이 모임에 있는 분들은 실명대신 '연구원'이라고 호칭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연구원들 서로가 알고 있는 사례들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프로이트 선생님께서 간접 분석을 시도했던 슈레버 대법관 정신병 사례를 시작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했던 편집증상들을 이야기하다가 저는 그 안에서 추가로 위대한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특히 이에 관련해서 탁월한 식견이랑 생생한 경험을 말씀해 주신 "신경정신분석" 연구원에게 먼저 감사드립니다.


프로이트 선생님은 아무래도 약물치료보다는 인터뷰 형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원들도 다양한 시도나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신경전달물질로 증상을 다루는 현대 의학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없기에 그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고요. 치료 방법을 찾거나 DSM-5에 맞추어 증상을 연구하는 모임이 아니라는 점 다시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신경정신분석" 연구원에 따르면 편집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전이/역전이를 조심하면서 그 세계관을 들어주고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우리 세계관을 이해시키는 방법을 통해 실제로 증상을 해소시킨 경험이 있다고 하니 분명히 이것은 연구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보았다는 편집증자들 공통점은 아래입니다. 


1 고유한 문법 - 특수한 대타자를 가지고 있다;

2 감시 환상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고 특수한 '거세' 과정을 만들어 냈다;

3 그로 인한 유일한 세계관/창의성이 있다.


신경증자로 태어나 학교에서 디지게 맞아가며 겨우 겨우 문법이랑 셈법을 배우고 졸업 후에는 가슴 조리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우리 신경증자들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파격이랑 개인차가 있는 천재성이 4차원을 사는 그들에게는 분명하게 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신경증자로 지내다 글을 쓰거나 창의력을 요구하는 시간에만 편집증을 일으켜 기가 막힌 환상을 그려내는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우리 결론입니다. 그러니 신경증자인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이미지를 만들어낼 방법은 그들이 가진 창의력을 옆에서 살펴보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결론도 내렸습니다.


심약한 신경증자로 살 것이냐 아무도 이해 못 하는 천재로 우울하게 살 것이냐는 문제로 요약해도 좋겠습니다. 물론 이는 의지로 선택할 수 있거나 교육으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아닙니다. 아직 인류는 4차원을 일으키는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정확한 해답도 모르니, 모든 이론이나 과정은 유연하게 수용하려 합니다. 이것이 우리 연구소가 다른 곳이나 제도권 교육 기관이랑 다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름하여 '4차원 연구소'

어제 라캉 세미나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가지게 되고 창의력이란 무엇인지 천재들이란 어떤 모습인지 다시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테슬라 머스크 형이 보이는 모습도 여기에 겹쳐집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단어로 아들 이름을 만들거나 평소에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등 4차원에 사는 기인이지만 창조주로서 그가 만든 세상에 우리는 피조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이것으로 '저세상' 창의력에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했다 보이고요. 이를 더 발전시킬 수 있게 사람들을 모으고 서로 도움도 나누며 풍부한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연구소를 출범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 많은 참여 부탁드리고요. 이곳에서 각자 연구 주제랑 방법을 나누겠습니다.


제 연구 방식은 전에도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브런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4차원에 사는 분들을 현실에서 보기는 힘들뿐더러 보았다고 해도 무작정 다가가 인터뷰를 하거나 이 연구에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칫 그분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에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4차원 증상을 가진 작가님들 글을 연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설정한 대타자를 찾고; 그들을 감시하는 절차를 분석해서 왜 거세/치환/은유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어떤 문법을 만들었는지; 그 언어체계로 탄생한 세계관은 무엇이고 나아가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천재성을 찾아내는 것이 제 연구 목표입니다. 


개그맨 전유성 선생님이 인터뷰한 글을 20년 전에 읽은 기억이 납니다. 역시 기인이며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그 천재성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전선생은 특이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는 스스로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 수감 정신병동에 3개월 정도 자진 입원한 경험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엄청난 창의력을 정신병자들에게서 보았다는 증언을 합니다. 


구스타브 르 봉 쎔이 극도로 혐오한 직접 경험은 없이 책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제도권 교육이 우리 창의력을 어떻게 말살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4차원 연구소는 진지한 학문보다는 따듯한 인문학 관점에서 유쾌하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곳으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자유롭게 공부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오래갈 것입니다. 시험으로 인한 강압이나 체벌을 동반한 공포를 통해서 공부했던 지난 시간이랑 철저하게 다르지만 진지한 노력이나 꾸준한 공부를 기반으로 하겠습니다.



4차원 연구소장 드림

시드니에서



정신분석을 모르시더라도 이 연구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그럼 오픈톡방에서 "4차원 연구소"를 찾아 주시고 다양한 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시 인원이 모이고 기회가 되면 연구 결과 공유를 위한 온라인 세미나도 진행하겠습니다. 





당신은 규칙을 깬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Douglas MacArthur 맥아더 장군



2013, Oxford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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