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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Jul 03. 2024

매일 분석

매일 성경처럼..

한때는 기독교가 진리라고 생각하여, 나도 주님 음성을 듣고 싶어 매일같이 기도하며 간구하던 때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성경을 매일 읽다 보면 득도하여 세상 궁금했던 것들을 모두 이해할 도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데다 자기애성 장애가 조금 있는 저로서는 그러다 자칫 '흑화'되어 JMS2가 되었으려나요?


프로이트 선생님 영문 전집을 현대 영어로 이참에 바꾼 2024년 R.S.E (The Revised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을 이제는 매일 성경을 대신해서 읽고 있습니다.


마크 솜솜 교수님이 현대 영어로 많이 바꾸었다고 하지만 저는 처음 보는 단어도 좀 있네요. 아직은 번역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단계로 진입하지는 않아서 대충 제 마음대로 의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신분석을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아름다운 영문 시를 대하는 느낌입니다.

"...dogmatically in the most concise form and in the most unquivocal terms." 이런 강한 표현은 프로이트 선생님만 가능한 것 같아요. 정신분석에 평생을 바친 그 어떤 대가라도 감히 이런 표현을 한다면 개싸가지 없는 인간으로 저라도 욕할 것 같은데요. 작가가 정신분석을 만든 프로이트 선생님이니 이렇게 쓴들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절대 까방권입니다.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선생님 논문을 읽다 보면 


이런 강렬한 문장들 때문에 전율이 쫙 올라옵니다.



무의식이라는 병을 따는 열쇠는 언어

이 작업은 이렇게 생활 속에서 함께합니다. 마음속으로 계속 외우고 쓰고 노래처럼 따라 부릅니다. 선생님 논문은 저에게는 그 자체로는 이해 못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그러다 퇴근하면 라깡을 읽습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깡 쎔이 만들어 놓은 도구를 사용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은 대타자가 주는 담화이다."


이 문장을 몇 달째 붙들고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는 노력 끝에 무의식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아 갑니다. 우리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계 속에 살고 있으며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모두가 따르는 문법을 규정할 수 있는 대타자가 필요합니다.


날 보호해 주고 양육해 주는 내 앞에 전능한 존재이며 세계를 '엄마'라는 한 단어로 대체해 버리는 과격한 인간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집집마다 그 단어가 다르다면 결국 살육이 일어날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선생님 총, 균, 쇠를 보아도 씨족 국가에서 추장이 지배하는 부족 국가로 통일되어 가는 과정은 결국 문법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구약에서 각 부족이 전쟁을 통해 부족 신을 통합해 가며 유일신을 만드는 역사는 神진화론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일된 언어, 상징계에서 우리는 이미지(상상계)도 결국 언어 체계로 이해한다고 합니다. 무의식이 언어계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미지를 상상하려면 문법으로 먼저 이해가능해야 합니다.


잘 나기다가 치매는 젠장..

새벽이 되면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 합니다. 바로 시나리오 쓰기 공부입니다. 문감독 조언으로 이것은 저 정도 글쓰기 훈련이 된 사람이면 독학으로 익힐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도 영화를 워낙 많이 보니 좋아하는 영화는 눈으로 보지 말고 그냥 소리로만 듣는 것도 재미있어. 여러 번 본 영화는 바로 영상이 그려지며 다음 대사도 생각날 거야. 그 재미도 꽤 있어. 대사를 욀 정도의 영화라면 같은 대사에 다른 상황을 상상하며 듣는 게 그냥 연출 공부거든. 아무튼 저렇게 뇌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연상 작용도 치매 예방에 도움도 될 듯."


내가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를 배경이랑 대사로 나누어, 읽는 사람들도 그 장면을 그릴 수가 있다면 성공한 시나리오가 된다고 문감독이 그러던데요. 라깡 쎔 말씀대로라면 그 이미지라는 것도 그전에 문법이라니 그 논리를 시나리오에 그대로 녹여서 읽는 사람들에게 언어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일이 시나리오 작업이네요.


출간 이후에 발견되는 문제들 ㅠㅠ


교정은 끝이 없습니다. 여러 작가님들께서 제 책을 보시고 계속 오타랑 잘못된 부분 말씀을 주시네요. 어서 1쇄가 다 시집가서 2쇄 들어간다면 그때 이것저것 바꾸면서 오탈자도 수정하겠습니다. 제 책이 만 6천 원인데요. 인문학에 경쟁 책들을 보니 대부분 2만 원 아래에서 비슷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쇄는 판매보다는 조금 더 곁에 두고 싶은 소장용 분위기로 출판사에 요청하려 합니다. 노쎔 서체도 더 다양하게 넣고요. 사진은 지금 흑백에서 컬러로 부탁하려 합니다. 가격은 만 구천 원 정도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넣지 못한 노쎔 서체들, 2쇄에는 꼭!


이렇게 되니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 취미가 아니고 제 삶에 근간이 되며 언어가 우리를 지배한다는 라깡 쎔 말씀처럼 제 삶도 글이 흐르듯 떠내려가는 중입니다. 프로이트 선생님은 언어학을 직접 언급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역시 지금 제 삶이 가는 방향이 맞다 하실 거고요.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머리 속에서 꿈꾸는 것들을 하나 씩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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