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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Aug 24. 2024

고양이는 회계사였다.

쥐로 인한 뱀, 그리고 고양이까지

지금부터 쓰는 글은 정확한 역사 자료를 토대로 했다기보다는 여기저기서 들은 풍월을 기반으로 제가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답해가는 방식이니, 심한 비약이나 잘못된 사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저 재미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작합니다.




1. 농경 시대

다이아몬드 선생님 <총, 균, 쇠>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인류가 떠돌이 수렵 생활을 하다가 농경 생활로 정착하는 과정입니다. 문자가 없던 시기이니 그 과정을 일부 추론이나 상상을 더해서 설명하시는데 요약하자면 우리는 그로 인해서 얻은 것이랑 잃은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농경 생활을 통해서 잉여 생산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노동에서 자유로운 계층이 발생하니 '전문가'라는 집단이 탄생합니다.


그 전문가 안에는 사상가나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면서 우리 인류가 지금 같은 문명을 가지게 되는 결과를 불러오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문명은 고도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문제도 불러옵니다. 책에서 말하는 지독한 '균'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살육이나 강간이 멈추자 인구는 폭발하지만 그러기 위해 문명 속에서 거세되고 사육되는 우리 인간은 심각한 신경증자로 양산이 되는 것이지요 (책에는 이런 정신분석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다시 농경 시대로 와서, 농업은 대륙 여러 곳에서 서로 독립 발생한 후 발전해 나가는데요. 오늘 제가 살펴보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구약을 통해서도 친숙한 이집트입니다. 이집트가 눈부신 고대 문화를 꽃피우고 당시 중동 아프리카 뿐 아니라 전 세계 원톱일 과학 수준이나 건축 기법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강력한 농업력이 선행했다고 보겠습니다.


비옥한 토지를 보유한 지역은 많지만 유독 이집트에서 이렇게 문명이 발달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2. 쥐

농경사회 이전에 쥐는 인간에게 그냥 다른 동물이랑 큰 차이가 없고 심지어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 고마운 존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먹는 것은 거의 다 먹는 잡식성이며, 하루에 체중 4분의 1을 처먹는 식욕에 왕성한 성욕으로 인한 막대한 출산 능력에다 주거지까지 우리랑 겹치는 녀석들은 우리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극악한 골칫거리가 됩니다. 거기에 건물 기둥을 갉아먹는 습성이나 전염병을 옮기는 문제까지 더하면 농경사회 이후 인류 역사는 쥐랑 전쟁하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총, 균, 쇠>는 사실 한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왜 인류는 저마다 다른 발달을 통해 누구는 식민지 사령관으로 임명받고 누구는 노예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정답은 환경으로 인한 주변 도움이라고 합니다. 특히 농경 생활에 필수인 소, 말 등 거대한 동물을 가질 수 있는 지역에서 온화한 기후로 농업에 성공한 것이 막대한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총, 균, 쇠>에서 꼽는 중요한 동물은 노동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커야 하기에 지금 세상에서 단일 종으로 가장 많다는 닭이나 우리랑 친숙한 개나 고양이는 그 동물군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회계사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봅니다.


호주 직원들은 농담조로 우리 회계팀을 cost centre (돈만 축내는 부서)라고 합디다. 즉, 물건을 직접 생산하는 부서나 그 물건을 눈탱이쳐서 시장에 파는 마켓팅 부서는 회사로 돈을 가져오지만 우리는 그 돈으로 팔자 편하게 사무실에 앉아서 엑셀이나 때리며 선비질 한다는 뜻입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막상 급여 날짜가 오면 우리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되고 욕하던 이들 조차 내 앞에서 설설 깁니다. 올바른 급여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힘들게 모은 회사 자금을 지키지 못하면 그 조직은 바로 파산하지요.


3. 뱀

고대 문명이 가진 다양한 원시 종교들 중에는 유독 뱀을 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런 종교를 볼 때면 무지한 고대인들은 징그럽게도 뱀을 숭배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독수리, 사자, 호랑이, 곰 등 멋지고 뱀보다 힘도 좋은 애들도 많은데 왜 굳이 재수 없게 뱀을...


농경 사회에 진입한 모든 인류는 쥐랑 싸우는 역사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나옵니다. 쥐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쥐가 가장 미치도록 혐오하고 무서워하는 대상이 무엇이냐, 신이 네 소원을 들어서 지구상에서 딱 한 종을 없애 주겠다 하면 쥐는 주저하지 않고 답할 것입니다.


뱀이요.


그리하여 뱀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농경사회를 건너 띄지 않는 이상, 추앙받는 슈퍼 스타가 되고 맙니다. 쥐가 얼마나 지겨웠는지 지금 우리는 상상하지 못하지만 뱀이 신이 되어 버린 역사는 대략 짐작이 갑니다.


다시 구약으로 가겠습니다. 창세기로 시작하는 구약은 야훼가 인간을 다른 우상 신들로부터 떼어내어 자기 품으로 인도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잡신, 빌런들이 나오나 감히 우리 야훼에겐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첫 빌런은 바로 뱀입니다.


더 정확히는 뱀 모습을 한 사탄이지만 단순히 스쳐 지나는 은유가 아닌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뱀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인간이랑 원수가 되는 과정까지, 예수 오실 신약으로 가기도 바쁜데, 굳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뱀이라는 동물을 인간이 혐오하게 되는 서사가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때도 궁금했습니다. 왜 굳이 뱀을 유대인들은 미워했을까? 뱀 말고도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놈들은 많은데... 숫자로 보자면 바퀴가 월등하고 징그럽기론 거미, 지네, 돈벌레 등 더한 놈들도 널렸는데요.


아마도 구약이 쓰였던 당시는 농경 사회로 필경사나 종교 지도자 같은 전문가들이 막 나온 시대이니 그 당시에 뱀신은 흔했으리라!


이제 보니 구약은 출애굽기에서도 그렇고 뱀이랑 싸우는 이야기가 많던데 다시 말해 구약은 유대인들이 원시 뱀 종교에서 벗어나는 과정입니다.


여담인데 시골에서 자란 목사님께서는 뱀에 대한 해박한 경험을 통해서 사탄이 뱀인 이유를 설명하신 기억이 납니다. 너무 오래전이고 설교 중간부터 들어서 다는 기억하지 못합니다만 목사님은 사탄을 뱀에 비유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며 뱀 습성을 아는 자신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색을 너무도 즐기는 녀석들은 한 번 교미를 시작하면 3일은 족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섹스만 하며 탐욕이 많고 사악한 동물이라고 했는데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악하다'는 기표는 인간이 겨우 몇 천년 전에 만든 것으로 그전부터 있던 뱀이라는 실재를 규정하기에는 무리수가 많습니다.


4. 고양이

뱀은 인간에도 엄청난 공포입니다. 표정이 없는 눈, 두려움을 모르는 심장, 독이 가득한 이빨. 만약 뱀이 없던 창세기 시절에 쥐가 가장 무서워할 생명체를 야훼께서 선물 제작해 주신다 하면 바로 지금 뱀 모습 그대로를  주문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쥐에게 뱀은 완벽한 안티테제입니다.


문제는 구약에서 지적한 그대로 인간, 특히 여성들에게도 뱀은 '쥐약'입니다. 무엇보다 인간이랑 함께 살면서 창고를 지키는 일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낮은 지능으로 인해 언어로 교육시킬 재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뱀은 신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막강한 힘에 변덕이야말로 인간이 숭배할 대상으로 딱 맞는 스펙입니다.

예측 가능하면 인간은 절대 그를 존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기원전 3~4천 년 경 이집트에서 번성했다는 고양이는 힌두교들이 소를 숭배하는 것 이상으로 칭송 받았다고 하며 역시 신이 되었고 많은 고양이 미라도 발견됩니다. 당시 고양이를 실수로라도 죽인 사람은 사형에 처해졌다니 이집트 사람들이 얼마나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알겠습니다.


고양이는 당신 재산을 지켜주는 성실한 회계사입니다. 비옥한 토지에서 정교한 농업 기술로 수확한 곡물을 아무리 창고에 저장한들 몇 개월도 가지 못해 쥐들에게 빼앗길 상황에서 귀엽기까지 한 고양이들이 쥐들을 때려잡는 장면이 이집트 사람들에게 어떤 오르가즘을 선사했을지는 안 봐도 알겠습니다.


예전 아내 회사 안 쓰는 3층 사무실에 쥐가 설쳐서 고민을 하길래 우리 집 라캉이 쉬가 뭍은 화장실 찌꺼기를 봉지에 넣어서 가져가 두라고 했습니다. 그것을 사무실 구석에 펴놓자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는 고양이 냄새가 건물을 감싸고 즉시 쥐들이 사라졌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쥐 세계관에서 뱀이 메시라면 고양이는 펠레 정도 됩니다. 우리 집에 잡혀온 쥐들이 우리 라깡이 앞에서 노란 오줌을 정말로 지리는 장면을 보면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이집트는 지금 중국이 팬더를 관리하듯 철저하게 지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단순히 고양이가 귀여워서 그랬다기에는 도가 지나칩니다. 고양이를 보유한 것이 이집트가 강대국으로 먼저 도달한 Key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고양이 가축화 성공 → 쥐 개체 저하 → 곡물 보유량 증가 → 잉여 노동력 증가 → 전문가 증가 → 국가 발전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그 당시 회계사로서 역할을 너무도 잘 수행했으며 이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간파한 이집트는 주변국에게 고양이가 새어 나가지 않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지요. 다이아몬드 선생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여기 입니다. 생산력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모든 거대한 조직, 국가는 이를 운영하는 관리 기능이 승패를 가릅니다.


모든 위대한 시작에는 회계사가 필요했습니다.


5. 성경 속 고양이

이스라엘 유대 민족이 이집트를 싫어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져 옵니다. 거의 한일 관계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무협지라는 구약에 이집트가 사랑했던 고양이랑 고양이 신들에 대한 평가 역시 좋을 리가 없습니다만 신기하게도 성경에는 고양이가 단 한 마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성경이 동물 백과도 아니니 굳이 고양이가 나와야 할 이유는 없지만 위에 이집트랑 관계를 생각해 봐도 이상한 일이고요. 무엇보다 개나 새 등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동물은 여지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고양이가 빠진 것이 이상하지요?


성경, 특히 신약을 비꼬며 부정하려는 의지가 넘치는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메가 히트 작품 [쥬라기 공원]이 던지는 질문은 이 많은 공룡들은 성경에 어디에 있느냐, 그들이 살던 세상에 신은 뭘 했는지 말해보라는 도발입니다. 대부분 장로교에서는 이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특정 교단에서는 이를 답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들이 준비한 정답은 성경에 공룡 기록이 있다는 것입니다.


탄닌 (tanniyn; תנין‎‎)


욥기에 나오는 동물로 일부는 '이리' 많은 경우 '용'으로 번역되는 동물로 부자였던 욥 선생이 가진 가축 목록에 나옵니다. 어떤 학자는 공룡이라기보다는 지금은 사라진 특정 동물이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쥬라기 공원을 대적하기 위해서 탄닌이 등판합니다.


아무래도 용이란 단어는 다른 신화에서 다뤄지는 것이고 사탄을 뜻하기도 하니, 탄닌을 '이리'나 '승냥이'같이 지금 있는 동물 이름으로 번역한 현대 성경이 흔하지만 탄닌은 들짐승으로 바다에도 살 수 있다고 하니 늑대과 동물은 절대 아닙니다.


브라키오 사우르스

또 있습니다. 브라키오 사우르스 같은 초식 공룡으로 보이는 동물인"베헤못"도 욥기에 나옵니다.


"이제 내가 너를 만들 때에 함께 만든 베헤못을 보라. 그가 소처럼 풀을 먹느니라. 이제, 보라, 그의 기력은 그의 허리에 있고 그의 힘은 그의 배의 배꼽에 있느니라. 그가 자기 꼬리를 백향목같이 움직이며 그의 돌들의 힘줄은 서로 얽혀 있고 그의 뼈들은 강한 놋 덩이 같으며 그의 뼈들은 쇠막대기 같으니라." (욥 40:15~18)


다시 고양이로 갑니다. 이렇게 보기 힘든 동물도 나오는 성경인데 농경 사회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일을 했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성서가 쓰인 때 그 지역에 고양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해 서아시아 지역에서 그 당시에 고양이는 가축화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성서를 쓴 유대인들은 고양이를 몰랐고 유대 민족은 이집트에 비해 훨씬 약한 국력이나 과학 수준을 이루었는데 그들에게 고양이가 없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자, 이것을 글을 마칩니다. 이렇게 정리해 두었으니 언젠가 다른 글에서 이 비슷한 스토리가 필요하면 이 글을 꺼내 보겠습니다. 얄팍한 제 기억력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추운 시드니 겨울 밤, 날 지키는 우리 라캉이 - 2024

 


추신:

시드니 한인 방송국이랑 '정신분석'관련하여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국장님께 뼈대를 만들어서 보내드렸습니다. 대략 제목이랑 구성은 아래입니다.


시드니 정신분석 기행: 도사를 찾아서

진행자: 드림헌터

전문가: 한 명

도사: 사연자 한 명


일반 사연자라기보다는 특이한 세계관이랑 남다른 증상이 있어 보이는 분들을 주변에서 찾아서 간단하게 인터뷰하고 그들 증상을 정신분석 관점에서 보려는 취지입니다. 전문가 집단도 정신분석가나 정신과 전문의들을 모실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도사(사연자)는 우선 제 주변에서 마주치는 다른 의미에서 전문가들인데요. 다양한 음모론자은 물론 글 쓰는 변호사 / 여행 가이드 / 중고 가구 제작자 등을 모시고 시드니 생활을 나누며 마지막에는 그들이 가진 특이점을 위 전문가들이랑 색다른 눈으로 비춰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정신분석 실천을 짧은 라디오 쇼에서 모두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정신분석이라는, 누구나 알지만 실상 아무도 모르는 그 세계관을 시드니 교민들에게 소개하려는 제 의도입니다.



토요일 새벽이 열였습니다.

자야겠어요.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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