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기대했던 시간은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낙방할 것을 계산해 보니 거의 100%에 수렴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았던 기억입니다.
낙방을 했고 노력했던 것이 아쉬워 수 십 곳 출판사를 두들기다 기적처럼 '박영스토리'에서 출간을 하였습니다. 문제가 많은 공모전이다 욕하고 다녔지만 브런치북을 만들고 공모전에 응모하는 그 과정들은 저를 더 성장하게 했습니다.
12회 공고가 떴을 때는 '마, 그만 댔다. 마니 묵읏다 아니가..'싶은 심정에 심드렁했고요. 사람이란 간사해서 출간을 이루었고 다른 곳에 관심이 생겼으니 뭐 하러 또 DAUM 주가 올려주려고 춤을 추나, 두 번 속으랴! 했지요.
5수 끝에 브런치 고시에 합격한 기쁨이 작년입니다. 그리고 출간을 이루던 기적은 올 초이고요. 아내는 콧방귀도 안 뀌지만 저를 작가라고 불러 주시는 지인들을 뵈오면 '맞춤법도 틀리는데 작가는 무슨..' 멋쩍게 대답 하고 말았지만 속으론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 글을 스스로 하찮은 것이라고 폄하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 안에는 내 글이 어지간한 다른 브런치 글들보다 우월하다는 교만이 깔려 있기 때문임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이런 제 모습은 겸손이 아니고 무척 예의가 없다는 것도 대화 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지 자식을 함부로 하는 아비에게서 무슨 좋은 글을 기대하겠습니까?
저는 작가는 아닙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브런치 작가입니다. 작가 홍수인 시대에 일조한 것이 브런치라고 혀를 차는 기성 작가분들 심정을 저는 십분 이해합니다. 작가라는 이름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을 매번 글을 쓰고, 쓴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 열심히 글을 썼고 '회계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끝으로 뭔가 에피소드 하나가 일단락된 느낌을 받습니다. 내친김에 다시는 안 한다던 12회 브런치 북 공모전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또가 황당한 짓이라지만 그래도 1등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긁는 노력이라도 그 사람은 했다는데 나는 뭘 했는가?
공모하려면 책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11회처럼 수능 시험 답안지 작성하듯이 덜덜 떨며 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발행한다는, 그 첫 브런치 화면이 주는 전율은 지금도 같습니다. 이 느낌, 그래 이 느낌 때문에 내가 이러고 살지!
새 브런치북 제목은 [시드니에서 만난 프로이트]로 했습니다. 원래는 한국 신문이랑 준비 중인 팟캐스트 프로그램 제목으로 염두해 둔 것인데요. 국장님이랑 상의 끝에 다른 것으로 변경되면서 그냥 버리기 아쉬웠는데 이렇게 쓰이게 되었으니 이것도 보람있습니다. 라이킷 부탁드립니다 (__)
표지 사진을 올리고 목차를 정하는 일은 이제 간단하게 끝이 났지만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입니다. 브런치 작가로 살면서 1년을 정산하는 것으로 응모전에 내 책을 보낸다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으리라. 상을 노리던 때랑은 다르게 한 해 동안 내가 쓴 글들을 돌아보는 연례행사로 적합하다 평합니다.
물론 수상을 포기하고 대충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자는 소리는 아닙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뜨겁게 수상 소식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런 기대감이 저에게는 또 다른 환상을 심어줍니다. 아무리 쓸데없는 환상을 하려해도 현실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이 섬세하고 진실할수록 다음 환상은 더욱 아름답고 애절하리라.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