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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Oct 17. 2024

인공지능 성선설

혹은 성악설?

인류가 자동차를 발명하는 순간에 저항이 격렬했습니다. 이미 저렴한 기차가 있는데 뭐 하러 그 비싼 물건을 한 두 명 좋으려고 만들 이유가 없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어느 정도 잡는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차들이 길 위를 달리면서 사고를 낼 텐데 줄초상 치를 일 있냐!


아시는 것처럼 가격 문제는 빠른 시간에 해결했습니다. 회사를 만들어 그 안에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정한 생산 라인을 설계하는 식으로요. 줄초상 공포도 신호등이라는 간단한 장치를 설치하고 약속을 지키는 훈련을 통해서 역시 정리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논의하는 문제는 이런 것보다는 자동차로 인한 막대한 환경 파괴랑 교통사고 중 99%를 차지하는 부주의나 피곤함, 기계 오작동 등 우리가 저지르는 잘못을 해결하는 방안입니다.


호주는 매일 아홉 명이 교통사고로 죽습니다. 자료: ABS




인간은 가슴속에 있는 그 뜻을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언어를 개발했고 그 언어는 기표 (전달 수단)랑 기의 (전하려는 뜻)로 나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은유나 환유 등 수사학을 통해서 풍성해지는데 문제는 그런 언어 구조가 우리 뇌를 그대로 지배합니다.


내 컴퓨터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 대부분 윈도를 다시 깔거나 특정 바이러스를 의심하지 컴퓨터를 열어서 회로에 용접을 다시 하려는 시도는 적듯이 우리도 삶에서 저지르는 많은 실수나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후회하는 경우에도 언어 구조로 인한 오류를 지적합니다.


초판 천권도 팔리지 못한 내 책 ㅠㅠ

오류가 나쁘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환상이 나오고 예술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오류를 만들어가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제 하루를 돌이켜보아도 고객 잘못을 수정하거나 내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려는 노력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올 초에 출간한 제 책을 보신 분석가님은 '작가 스스로 분석을 받고 싶어 하는 외침이다'라고 하셨는데 비슷한 맥락 같습니다.


대부분 작가들은 쓸 수밖에 없어 글을 쓴다고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아를 표현하는 것으로 그 과정에는 역시 언어로 지어진 구조로 실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작가들이 마주하는 어색함을 어쩌지 못해 몸부림친 개인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또 오류가 아름답다고 하는 소리도 아닙니다. 이런 모든 논의에는 도덕성이라는 것이 들어가 평가받을 자리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뭐든 덕성을 부여해서 따지려는 심리를 우리는 먼저 마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기억을 못 할 뿐이지 모국어라고 쓰는 지금 이 언어 역시 외국어를 배우는 고통 이상으로 혹독한 시간을 거쳐서 얻은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국 언어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엄마를 "맛있는 젓"이라고 부르고 싶은 욕망이 있더라도 버려야 합니다. 그는 우리 문화권에서 '엄마'라는 기표로 통일했으니 엄마를 생각함에 떠오르는 따듯한 체온, 맛있는 젖, 똥 치우는 손, 이런 것들은 다 희생되고 '엄마'라는 기표로만 문신됩니다.


브런치 작가라는 저도 국어나 영어를 씀에 지금까지 맞춤법 때문에 곤혹입니다. 국어는 영어에는 없는 띄어쓰기도 있는데 한글 맞춤법 제1 장 2항에 따라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를 기반으로 한다지만 계속 추가 사항이 붙습니다.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 그럼 조사는 무엇인가요? 명사, 대명사, 수사 뒤에 묻는 품사로 어미랑 달리 단어로 인식되지 않는데 순우리말로 '토씨'라고도 한다. 하지만 의존 명사는 단어이기에 조사랑 구별해서 띄어 써야 한다. 그럼 의존 명사는 뭔가? 이것은 관형어 수식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명사인데 관형어란 체언 앞에서 체언을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성분으로 관형사, 용언의 관형사형, 체언에 관형격 조사가 붙은 말을 지칭하는데 결국 문장 성분이랑 품사를 알아야 구분 가능하다. 더구나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예외도 있다. 그럼 보조 용언은? 그 앞에 나왔던 관형사, 체언은 뭐지?... 그만하겠습니다.


이렇게 기표가 끝도 없이 흐르다 보면 "띄어쓰기"를 정말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고 이런 우리말을 번역했다는 외국인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심지어 맞춤법 검사기도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결과가 나오고 같은 검사기도 두 번, 세 번 돌릴 때마다 다른 결과를 주기도 합니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하여간 이렇게 내 머릿속에는 불완전한 상태로 모국어가 장착되어 있고 이 허술한 논리로 세상을 보고 일을 하고 글을 씁니다. 위에서 말한 은유나 환유는 단순 기법이 아니라 우리 사고를 형성한다 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오는 오류란 물건에 감정을 느끼는 의인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들을 연결시키는 미신, 완벽한데 우리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인격신 따위이며 그들이 문학을 지배하고 돈을 요구하며 그것을 공부하는 학문은 우리 인류에게 가장 근본이 되는 지식이 됩니다.


정신분석을 공부하다 보니 언어학을 조금 보아야 했고 그 둘이 어떻게 깊은 연관이 있는지 살짝 눈이 터지자 제 인생은 이제 그것이 만능키가 되어서 그것으로 또 세상 모든 이치를 해석하려 합니다.




AI가 대세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기 위해 관련주에 투자하는 사람들 이야기나 특이점으로 우리가 멸종한다고 외치는 자들 하소연, 기술자들끼리 좋네 나쁘네 하는 공방이 귀를 닫아도 들려옵니다.


제목: 다시 만난 그날. AI가 쓴 시나리오. 밑줄 보이니? 너도 맞춤법 공부 다시 해야겠다.


하도 말이 많으니 이러다 회계사 짓거리도 놈들 때문에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함에 논문 몇 개를 찾아봅니다. 읽어 보면 다들 뻔한 이야기입니다. 모라벡 역설 (우리에겐 쉽고 AI에겐 어려운 것), 예술은 공감이며 자아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사회를 지탱하는 틀인데 자아도 없고 타아를 느낄 수도 없는 AI는 예술을 모른다는 뻔한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논의에 공통으로 깔린 것이 있습니다. 바로 AI를 인격체로 보는 시선입니다. 동물인 인간을 선하냐 악하냐를 따지느라 평생을 보내신 철학자들이랑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가 처음 출연하는 시기에 그 안에 있지도 않은 덕성을 논하는 것이랑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자동차는 이제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이나 지금 호주에서도 매일 열명 가까이 사람을 죽이는 장치입니다.


그럼 차는 나쁜 건가요, 좋은 건가요?


우리는 언어를 탑재하여 생각하기에 정보가 부족한 사물을 설명하거나 예측할 때에는 특히 효과가 좋은 환유 기법을 씁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그 사물에 인격까지 부여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환유 과정에서 새로운 사물에게 부여한 그 인격은 나아가 나쁜지 착한지를 따지는 상황까지 미끄려져 갑니다. 새로운 사물을 단순히 설명하기 위해 쓴 환유가 거꾸로 그 사물 실제까지 규정하면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입니다. 결국 시작부터 잘못된 출발이기에 좋냐 나쁘냐는 덕성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이죠.


AI가 인류를 말살시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전에 자동차가 뿜는 매연이랑 오염물질로 우리가 멸망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보입니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어디 결과가 나오던가요?


아마도 AI는 덕성을 가지고 우리랑 경쟁을 하기보다는 자동차가 그러했듯이 나름 우리 삶에 자리를 잡아갈 것입니다. 그들이 잘하는 것은 패턴을 분석하는 일로 그것은 인간이 이제 따라 할 수가 없는 능력이라고 놀라지만 지금 작가님 컴퓨터에 엑셀만 켜보아도 그 비슷한 능력은 VBA 안에 이미 있습니다. 그런 능력치에서 기계가 우리를 앞선 것은 벌써 오래입니다.




글을 마치려 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생각하는 답이 뭐냐를 짧게 정리합니다.


1. AI는 얼마나 글을 잘 쓰는가? 과연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가?

글을 잘 쓰는 것이 뭔지 예술가가 뭔지는 다음에 논의하고요. AI는 우리 같은 무의식이나 불완전함이 주는 슬픔 등을 진실로 가슴에서 피 끓게 느낄 수는 없기에 그저 아이가 멋모르고 피카소를 따라 그린 것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 따위는 없다는 말로 그들에게는 혼魂, 즉 무의식이 없기에 예술도 창작성도 없습니다.


2. 그들이 가진 언어랑 우리가 가진 언어는 같은 것 아닌가?

다릅니다. 그들은 기표랑 기의가 태생부터 하나입니다. Wednesday는 AI에게 당연하게 수요일입니다. 이거 저더러 다시 만들라고 하면 절대 이렇게 안 씁니다. Wensday라고 할 거예요. 왜 사람 곤란하게 저렇게 씁니까? 영어 역시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 어법으로 알고 있는데 왜 뒤통수 깝니까? February는요? 중간에 /뷰/발음을 여기서는 /bru/로 했지만 제가 듣기에 같은 기표인 bureaucratic에서는 /bu/입니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랑 오류 없이 받아들이는 AI는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기의랑 기표가 다르기에 발생하는 것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것이 결국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예술을 만들고 종교를 탄생시키고 세상을 건설합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발음을 모르면 대화 중에 쓸 수 없습니다만 AI는 단어랑 발음을 그대로 인지하기에 정확하다고 칭찬은 할망정 거기까지입니다. 기표랑 기의 차의를 모르는 AI는 죽었다 깨도 우리랑 다른 언어를 쓰는 존재입니다.


3. 그래서 AI는 좋냐 나쁘냐?

놈들에게 그따위 도덕성은 없습니다. AI가 발달 속도가 빠르며 엔지니어가 아닌 우리에겐 신비해 보이니 결국 놈들은 새로운 대타자가 되어 인격을 갖춘 신이 되려고 합니다. 그들이 되려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들을 그 위치로 올리고 있습니다. 놈들에게 그런 권위를 주지 마세요. 그냥 고도로 발달하는 새로운 운영체계 혹은 기계일 뿐입니다. 성능이 좋고 나쁘고만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AI군, 이걸 먹어본 맛을 나는 기억하고 글로 쓸 수 있는데, 자네는 어떤가? 쓸 수 있겠나?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추신 1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제 글에도 이미 AI에게 인격을 부여해서 놈들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성별까지 추가해서 남자로 대하는 것은 제가 웃기려고 했다가 보다는 언어가 가진 한계 때문이며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류지만 더욱 풍성한 느낌을 작가님들에게 줄 것을 알기에 차용한 은유 혹은 환유이겠습니다.


추신 2

마지막 사진은 시드니 올림픽 공원 앞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은 사진인데요. 고기를 썰던 저 칼은 오징어 게임에 마지막 3인에게 제공했던 것이랑 비슷하여 저녁을 먹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성기훈이 허겁지겁 고기를 썰어 먹던 기분도 생각해 보고 몸이 아픈 새벽이는 그마저도 먹지 못해 끙끙거리던 아픔이랑 경쟁하듯 에너지를 채우려고 눈에 불을 켜고 썰던 조상우 얼굴까지도요.


추신 3

AI군, 자네는 저 고기 맛을 절대 느낄 수 없으니 그것이 주는 풍미를 성기훈이 먹던 것이랑 상상하며 비교하는 글을 쓰거나 동생을 생각하며 죽어가는 강새벽 심경을 헤아릴 일은 없지? 저 칼에서 오징어 게임에 나온 칼 패턴은 자네도 발견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칼 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숱한 감정은 자네는 그릴 수가 없다고 단언하겠네. 글을 쓴다는 것은 일부 패턴을 따르지만 결국 나도 설명하지 못하는 뿌리 깊은 그 환상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옮기는 직업이 아닐까 해. 모든 공모전에 떨어진 내 글이라도 일부는 내가 세상에 처음 내어 놓은 문장도 있지만 자네는 그런 새로움을 만들 능력도 그 과정에서 피어오르는 희열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오늘도 내가 이겼네.


이런 것을 기대했다 보는 제 글은..

추신 4

워낙 방문자가 뜸한 브런치다 보니 와주시는 한 분 한 분 모두가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유입키워드를 보는 재미도 있는데요. 대부분 "야동"이나 "섹스"에 관한 검색어가 주를 이룹니다. 야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제 글을 누르신 분들은 처음에 슬쩍 던진 떡밥 말고는 야할 것이 전혀 없는 내용에 너무나 실망하고 분노하실까 걱정이긴 합니다. 최근에 제 이름으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분이 계시니 어떤 분일까 상상을 해봅니다. 혹시 미슐랭 심사관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넷플릭스 직원이 아닐까? 그분이 내 글이 맘에 들어서 이렇게 매번 날 찾아오는 환상! 그러고 보니 AI에게 없는 것이 하나 더 있군요. 바로 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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