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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입문 - 2

착오

by DreamHunter

프로이트 박사님 [정신분석 입문] 두 번째 강의 <착오 I>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중간에 예시로 나오는 독일어 사례는 우리 작가님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두 우리말로 제가 임의로 바꾸었습니다. 오늘도 원작 훼손 양해 구하며 시작하겠습니다.




가설이 아닌 실제 연구 사례로 시작하겠다. 연구대상은 흔히 나타나지만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현상으로 질병은 아니며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잘못으로 바로 실수(error)다. 예를 들면


1 - 잘못 말하기 = 무슨 말을 하려는데 다른 말이 나오는 경우;

2 - 잘못 읽기 = 문서에 있는 글자랑 다르게 읽는 경우;

3 - 잘못 듣기 = 청력에 장애가 있는 경우 제외;

4 - 망각 = 종종 말하던 사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

5 - 둔 곳 잊기 = 완전히 잊어버리는 망각;

6 - 분실 = 망각이랑은 다르게 잠시 막혀서 기막히고 짜증 나는 경우;

7 - 착각 = 이것도 잠시 발생한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깊게 관계가 있으며 저지르고 바로 잘못이라는 것을 알거나 나중에라도 문득 깨닫게 되지만 행하는 순간에는 모르고 말하거나 행동해 버린다. 또한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하찮은 쓰레기 현상으로 치부되어 학문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진 적이 없다.


사람들은 규모가 있는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중요하고 큰 문제를 연구하려는데, 해봐라. 대개는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끝날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소한 징후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증거에서 출발해야 커다란 증거에 도달할 수 있다.


살인 현장에서 형사는 범인이 남긴 빈약하고 불확실한 증거에서 시작한다. 어떤 미친놈이 누구 좋으라고 자기 주소랑 이름이 적힌 사진을 남겨두는가? 우리 mz들에게 묻겠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아차리는가? 상대가 내게 다가와 미친 듯이 끌어안고 혀를 밀어 넣어야 비로소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몰래 던진 추파라든가 나만 본 교태, 남보다 1초 정도도 더 길게 악수를 해주는 행위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던가? (박사님,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요. 이 정도로는 확신하기에 부족해요. 모텔도 각서 쓰고 가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하찮은 착오에 대해서 여러분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다. 정신분석을 위대한 학문이라고만 기대했던 사람에게 첫날부터 착오를 연구한다고 하면 너무나 실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은 사건은 인과관계를 따지기도 민망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과학으로 세계를 보는 눈을 포기하는 꼴이다.


이런 사소한 기능장애나 정신활동 잘못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발생한다. 1 말하는 사람 기분이 좀 나빴던가 2 피곤했거나 3 흥분했을 때 4 주의가 다른 일에 집중되고 있을 때 5 혹은 방심하고 있을 때라고 하면 누구나 납득하고 반론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일으키는 불쾌감이나 순환장애가 원인이 되어, 모든 것을 생리 현상에서 기인한 주의력 결핍이나 주의력 장애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착오를 연구함에 그 사람은 흥분 상태였을 거라는 후속 조건이 만들어지며 흥분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많은 착오들은 분석하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주의력이 높으면 착오가 없고 주의력이 떨어지면 착오가 발생한다는 공식도 나타날 수 있는데 오히려 멍 때리며 기계처럼 행동하는 때에 일이 실수가 없고, 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데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오히려 있지 않은가? 단순히 주의력 탓으로 돌릴 수 없는데 '흥분'도 일조하긴 했다.


착오에는 이런 것들로 이해할 수 없는 추가 현상이 있고 잡다한 모습으로 얽히기도 한다. 가령 애인이랑 약속을 잊어버리고 박살 난 후에 결코 잊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다음에는 시간을 완전 잘못 알아 낭패하는 경우나 오타를 출간하고 나중에 그것을 바로 잡는다며 정정기사를 내면서 거기에 또 오타를 넣는 황당한 경우 말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그냥 '도깨비장난'이라고 넘길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주의력이 부족했다는 따위로만은 잘 해명할 수 없다. 무언가 보충할 것이 필요하다.


ZCKTZM3LXKJN5XK6GGC6KTSERQ.jpg?auth=1abadd20807d39373092fd0ae680493026239909f097eb9e84a3d9618fe6ec68&width=464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을 '야동'이라고 잘못 발음했다.


잘못 말하기를 좀 더 파보자. 언제, 어떤 조건에서 사람은 말실수를 하는가? 그전에 왜 꼭 이런 식으로 (반대 뜻이나 그 상황에 아주 어울리지 않는 단어만 골라서) 실수를 하게 되는가? 과거처럼 생리학으로만 접근한다면 '우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필이면 왜 수많은 단어 중에서 문맥에 맞으면서도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실수를 우리는 하는가?


"이번 사태는 무능력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야동 탓입니다, 여러분!"


이렇게 말실수는 하지만 "이번 사태는... 야삿 탓입니다!" 이런 아무 의미 없는 단어를 만들어 쓰는 말실수란 없다. 언어 학자 메링어랑 정신과 마이어 박사가 말실수를 다섯 가지로 구분한 적이 있다.


1 도치: 집에 가다 빵 있으면 돈 사 먹어.

2 선행발음: 앞에 단어가 뒤에 단어에 영향을 주어 발생하는 오류

3 후퇴발음: 반대 상황

4 혼합: 독일어로 begleiten(모시고 가다)를 beleidigen(강간하다)를 합쳐서 begleitdigen을 만들어내어 지나가는 여성에게 "강간하러 모시겠다"라고 부탁하는 독일 신사 사례;

5 대치: 가장 흔한 경우로 유사한 단어를 혼돈하는 경우 (위에 야당-야동).


가장 흔하고 가장 연구할 만한 것은 하고자 하는 말이랑 정반대 뜻을 가진 말을 하는 실수이다. 그 이유는 반대말이라는 것이 개념상 친근성이 있고 심리 연상에서는 서로 특별히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발음상 그 둘이 비슷한 유사성만 볼 것이 아니고 연상 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라캉쌤은 프로이트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소쉬르 언어학 일부를 차용했습니다. 언어학이란 것이 프로이트 박사님 이후 소쉬르 형 때부터 본격 연구 되었기에 프로이트 박사는 이렇게 막연하게 설명했지만 후대에 라캉을 통해서 프로이트 이론을 언어학에 비추어 읽게 됩니다. 우리가 언어로 구성되어 있고 나아가 우리 생각은 언어 자체이기에 우리는 언어에서 일어나는 연상 작용, 은유나 환유를 통해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아야 정신분석, 무의식을 제대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말실수 그 자체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말실수 작용에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랑 적당한 심리 행위가 있다는 뜻으로 <실수> 자체를 내용이랑 뜻을 가진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즉 착오는 중요한 행위로 의도한 원래 행위랑 대치되는 무엇인데 이것이 지닌 독특한 의미는 종종 아주 이해하기 쉽고 뚜렷하다. 착오를 분석해 보면 그 안에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실수나 착오가 다 의미가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중에서 어떤 것이 무의식을 반영하는지 선별하는 내용은 다음 장에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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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가 대부분 어떤 의미를 내포한다고 가정하면 착오는 이제부터 매우 중요한 연구거리가 되고 생리학 등 실증과학으로서 접근은 버리고 오직 심리학으로 연구해야 한다. 말실수에 대해서는 언어학자나 정신의학자에게 배우는 것보다 작가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작가들은 착오를 간혹 기교로 사용해 창작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검열이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혹은 더 강조하려고) 경탄할 만한 미요한 기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가 농담을 할 때는 그 농담 속에 문제가 감추어져 있다.
- 괴테


다음 강의에서는 착오가 가진 뜻을 해석하며 우리 견해가 시인들이랑 일치하는지 알아보자.




이것으로 두 번째 요약을 마칩니다. 중간중간 사례를 변형시킨 것도 모자라서 일부 결론은 거의 제가 다시 쓰다 시피했기에 김양순 선생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기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는 수준에서 반복되는 느낌이나 애매한 표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재미를 더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요. 양해를 구하며 흥미롭게 이 글을 보신 작가님들은 꼭 원글을 보시기를 다시 권합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KakaoTalk_20251104_200340914.jpg 요즘 다시 집 탈출에 재미 들린 우리 호주 고양이 라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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