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화 실패 원인 분석

얄팍한 지식에 기반한..

by DreamHunter

살면서 쓸데없이 궁금한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왜 중국은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반 - 4대 발명을 하고도 근대화에 실패해서 그토록 오랜 시간 빈국으로 처절하고 비참하게 살아야 했냐는 질문입니다.


궁금하면 책을 찾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훌륭한 석학들이랑은 다르게 이런 호기심에도 그냥 잘 참고 지내는 편입니다. 만약 이런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면 지금보다 더 유식한 브런치 작가가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이런 거 참을 때는 인내심이 강한 편입니다.


그럼 주면 사람들에게 묻지 그랬냐? 내 주위에 지인들 친구들이란 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거나 역사에 해박한 사람은 없고 책 읽는 습관이 있는 아버지를 두었지만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분석하고 조리 있게 풀어내는 능력은 없는 양반이라 애초에 대화 상대로 염두를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잊어버리는 편도 아니어서 철이 들고 호주에 와서 처음 만나는 호주 사람을 대하면 영어 학교에서 배운대로 '이름이 뭐냐 똥은 쌌냐' 이런 말은 지겨우니 중국이 근대화에 실패한 원인을 묻곤 했습니다. 설마 하니 이 사람이 내가 평생 찾던 답을 아는 사람일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요. 또 서양인이니 밖에서 우리를 보는 혜안이 있거나 호주 정규 교육에서 혹시 이를 다루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아쉽지만 대부분 초면인 동양 남자가 던지는 이 막중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잡소리가 길었는데요. 시중에서 떠도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 우리 작가님들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볼 때는 둘 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시작합니다.



<총, 균, 쇠> 아마 프로이트 박사님 글 다음으로 제가 많이 인용하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시작했으나 역사랑 지리를 극혐 하는 저로서는 각국 역사를 지리 기반으로 풀어가는 이 책은 수면제입니다. 흥미도 없는 분야가 길기도 오지게 길어서 졸다시피 읽어 가는데 중간 중가 기가 막힌 부분이 나와서 잠이 번쩍 깨기도 했습니다. 그중에 큰 것이 바로 중국 근대화 실패에 대한 제 궁금증을 풀어놓은 부분입니다.


다이아 교수님 말씀을 요약하면 중국이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너무 강력한 중앙 집권체제라고 기억합니다. 유럽 전체랑 비슷한 땅덩이를 가졌지만 중국은 통합되어 한 명에게 통치를 받는 구조이기에 절대 권력자가 과학에 관심이 없으면 (권력을 지켜야 하는 등 공사가 많기에 과학까지 챙기기 힘들죠) 발전이 없을 것이고 4대 인류 발명을 이루고도 현실에서 크게 사용하지 않았기에 망가졌다는 이론입니다.


18세기까지 중국은 G1으로 지금 미국보다 막강한 국가였습니다. 유럽이 함대를 보내서 식민지를 겁탈하는 시기에도 중국은 서양을 뛰어넘는 해양술, 조선술을 쟁여만 놓고 국내 정치에 매몰되어 식민지 약탈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습니다. 옆에 사는 우리 입장에서 침략자가 하나 줄어든 꼴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유럽은 많은 나라가 싸우는 과정에서 경쟁이 과학 발전을 선도하였으니 안정된 중앙 집권 체제가 없어서 뜨내기 생활을 오래 지속해야 했으나 이미 누가 발명해 놓은 물건을 사용하는 데는 거침이 없어 결국 중국이 만든 제품은 유럽에서 빛을 보아 과학이랑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크게 빈틈은 없는 논리라서 드디어 인생에 답을 찾았구나 싶었고 그 후로는 이렇게 글로서 가끔 다이아 박사님을 찬양하는 의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캉 쌤 - 프로이트 박사님도 골초라서 암을 달고 살았는데..


정신분석을 공부하다 보니 결국은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렇다고 소쉬르 형이 말한 정통 언어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분석에 필요한 수준에서만 겉핥으며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 관점에서 언어는 우리 인간 사유를 지배한다 했습니다. 지배 피지배 정도가 아니고 우리 인간 자체가 그냥 언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인간은 육신을 가졌는데 보이지도 않는 언어가 어떻게 우리를 구성하는가 언뜻 보기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간에 빠진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의식이며 무의식은 언어 구조로 되어있다.


고로 나는 언어다.


언어는 기의랑 기표로 나뉜다고 하는데요. 서울대랑 연대가 사이좋게 공존할 수는 없습니다. 누가 쎈지 우리는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결론말 말씀드리면 기표가 기의를 압도합니다. 거칠게 말해 언어는 기표라고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중국은 유일하게 기의가 강한 문자입니다. 한자에도 기표 성향이 있다지만 그 어떤 언어보다 뜻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다시말해 알파벳을 조합해서 기의(단어 뜻)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각 단어마다 고유한 뜻이 부여되어 있죠. 심지어 그 뜻은 기표 하나에 고착하지 못하고 시대나 지방에 따라서 미묘하게 차이까지 가지고 있으니 중국어에서 공통 문법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중국 역사에 해박하신 이상 작가님을 드리려고 산 영문 '손자병법'


호주 헌책방에서 발견한 손자병법 영문판입니다. 표지에 관우를 그려 넣은 것부터 느낌이 쏴합니다. 아무리 위나라 조맹덕이 손자병법을 정식 편찬했다고 하지만 설마 삼국지랑 손자병법을 혼돈하는 것인가? 책은 두껍지 않은데요. 해석은 쉽지 않아 그 도움을 받고자 손자병법 연구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그곳에 이 책을 보여드리고 독해를 부탁하자 첫 문장부터 논란이 붙습니다.


Sun Tzu said: The art of war is of vital importance to the State (손자가 말하길: 병법을 연구하는 것은 국가 생존에 아주 중요하다.)


여기서 State가 뜻하는 것이 '국가'라고 일대일 매치를 했지만 그곳에 선생님들은 이 책이 쓰인 연대랑 번역된 과정 등을 고려해서 그것은 국가보다는 '성城'이 맞다 제후가 다스리는 영토가 당시에는 어떻고 하면서 이틀을 논쟁이 지속됩니다. 한자가 난무하고 서로 참고 사료를 들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저는 당최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포기하고 말았지요.


중국어는 개별 현상이나 사물이 가진 공통점을 찾아서 이론을 만드는 '추상抽象' 개념 보다는 일정한 모습을 가진 '구상具象' 개념을 선호한다 했습니다. 잡화를 파는 상점이라면 우리는 Mega mart라고 이름 지어 대략 많은 물건 (Mega)이 있구나 싶지만 중국인들은 Mega가 주는 추상 개념을 견디지 못하고 백화점이라고 '백'개로 딱 규정해야 합니다. 요즘 동네 슈퍼를 가도 백가지는 족히 넘기는 시대에는 만萬화점 억億화점이 더 맞겠습니다. 영원히 사는 것을 기원해도 고작 만세이고 (만년도 우리에겐 길지만) 아이러니함도 방패랑 창을 놓고 '모순'이라며 눈에 보이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일만'이 큰 숫자이지만 수학에서 '영원'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기에, 무한대 개념이 빈약하여 고등 산수로 넘어가지 못하고 추상 개념이 약하니 공통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는 과학 논리가 빈약하여 중국은 근대화 발전이 더디다고 합니다. 중국인을 다스리는 황제보다 그들 생각을 다스리는 한자로 인해 근대화에 실패했다는 설명이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저에게는 더 멋지게 들립니다.


일본어도 영어나 우리말처럼 정해진 알파벳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한자를 차용하며 기의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미개함을 보이지만 지금 노벨 기초 과학상을 많이 배출하고 한때는 G2로서 막강한 군사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니 언어만으로 한 나라 발달사를 다루기에는 힘들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나아가 지금 중국이 가진 우주 과학 능력은 미국도 가지지 못한 달 뒷면 정보를 독점하기에 시대가 포함하는 다양한 요소가 특정 국가 흥망을 결정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어도 기표를 토대로 한 알파벳 규칙이 있기에 완전히 기의에 매몰되었다고 할 수도 없고요.


여기까지 와보니 <총, 균, 쇠>를 통해서 인생 궁금중에 답을 얻었다가 다시 혼란스러워집니다. 나쁜 혼란은 아니고 충분히 혼자 곱씹으면서 즐길 고상한 혼란임에 이렇게 오늘 글로 정리하여 우리 사랑하는 작가님들이랑 나눕니다.


작가님들이 보시기에 어떤 것이 더 끌리시나요? 이 논의도 결국 과학보다는 내가 끌리는 것을 정해놓고 나중에 그 증빙을 모으는 일이 되고 맙니다. 내 무의식에서 더 관심주는 방향으로 우리는 일단 전진하고 나중에 설거지하면서 그 정당성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지요. 과학에서 주장하는 실증론도 결국 그런 것 아닌가요?



이것으로 마칩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2026, 스트라, 우리 딸이랑




References:

"총, 균, 쇠" (1997) Jared Diamond

"The Art of War" 손자병법, Lionel Giles, Word Cloud Classics

Youtube 채널 "일당백" 중국인의 사유방법 1 & 2부

https://youtu.be/CR9cSVUCRt8?si=VexB52qkwEElqYwX


추신:

이상 쌤, 미국 출장 잘 다녀오셨나요? 언제 우리 뵙고 손자병법 드릴까 상상만 합니다. 제가 넷플릭스 작가가 되어 고국에 방문하게 되면 뵙자고 말씀드린 작가님들이 여럿인데 과연 그날이 올까 싶습니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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