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eamHunter Sep 18. 2023

변태 탄생 3/4 -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정신분석

Die ›kulturelle‹ Sexualmoral und die moderne Nervosität (1908)

우리말 번역: <문명적> 성도덕과 현대인의 신경병 / 문명 속의 불만 - 김석희 옮김 (열린 책들, 2012) 발췌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dreamhunter/77

한동안 사랑타령, 고양이 이야기 등등 했으니 이제 다시 진도 나가겠습니다. 바로 시작합니다.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오늘날 문명이 요구하는 엄격한 성도덕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이 단계에서 얻는 성만족이 다른 욕구를 포기한 것을 상쇄할 만큼 만족스러운 보상인가? 

섹스 포기가 초래할 수 있는 결과는 문화 발전이랑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1. 문명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과제


현대 문명 세 번째 단계는 모두에게 결혼할 때까지는 금욕하고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금욕은 해롭지 않고 실행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주장은 모든 관계 당국 입맛에 맞았을 뿐 아니라, 의사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1900년 초 오스트리아 상황). 


그러나 성본능처럼 강렬한 충동을 만족시키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다스리려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승화를 통해, 즉 성 본능 에너지를 성 대상이 아닌 좀 더 고상한 문화 대상으로 돌림으로써 성 본능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며, 그 소수마저도 언제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원기왕성한 젊은 사람일수록 성 본능을 다스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소수를 뺀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 신경증에 걸리거나 이런저런 해를 입닌다.


경험으로 보아,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는 체질상 금욕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 성 욕구에 가벼운 제약만 받아도 병에 걸릴 수 있는 사람들은, 세 번째 단계 문명이 요구하는 제약에 직면하면 더욱 쉽사리 병에 걸리고, 그 증세도 훨씬 심각하다. 타고난 체질상 결함이나 발달 장애는 정상 성생활을 위협하는데, 이 위협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선 수단은 바로 성 만족 자체이기 때문이다. 


신경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일수록 금욕을 참지 못한다.


생식을 위해서라면 자유롭게 sex가 용인되던 두 번째 단계에서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들조차도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상당수가 신경증에 걸린다. 성 만족이 가진 특성은 좌절될수록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다. 


댐으로 막힌 강물처럼 억눌린 리비도는 이제 성생활 구조에 존재하는 약한 부위를 찾아내어 그곳을 무너뜨리고, 신경증에서 대리 만족을 얻으려 하는 상태에 놓인다. 신경병을 일으키는 결정 요인은 성제약 강화이다.


   

2. 만족스러운 보상을 주는가?


결혼 후 행해지는 성교가 여태 제약을 받아온 이에게 충분히 보상을 주는가? 여기에 대해선 아니라는 답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너무 많아 다 소개할 수 없고 요약만 하겠다. 우선, 우리 3 단계 성도덕은 결혼한 부부조차도 아이를 갖기 위한 성교만으로 제약하고 있다. 그 결과 부부 관계에서 만족스러운 성교가 이루어지는 것은 결혼 초기 몇 년에 불과하고 결혼한 지 몇 년이 흐른 후에는 결혼 생활은 더 이상 성욕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부부 생활이 주는 은근한 정이 초기 열렬한 육체 사랑을 대신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는 부부가 대다수이다. 따라서 결혼 생활은 정신에겐 환멸을 육체에겐 불만을 주고 남편이랑 아내는 환상이 깨진 것 때문에 더욱 불행해진 것을 빼고는 결혼 전이랑 똑같은 금욕 상태로 돌아간다. 또 다시 성 본능을 억제하고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불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성욕이 사그라드는 나이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이 일에 성공하는지는 구태어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내 임상 경험으로 보건대, 현대 사회는 이런 규제가 성공하지 못할 줄 뻔히 알기에, 어느 정도 자유는 허용하는 <이중> 성도덕이 존재하지만 문제는 남자들만 사용가능하다. 여자들은 이에 더해 남자들 성 관심을 받는 대상이자 수단이기 때문에 본능을 승화하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고, 결혼 생활에 환멸까지 느끼면 심한 신경증에 걸려 영원히 암울한 삶을 살아간다.


오늘날 문화 속에서 결혼은 더 이상 신경병을 치료해 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우리는 결혼을 권하지만, 여자가 결혼 생활을 견뎌낼 수 있으려면 무척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남자 환자한테는 결혼 전에 신경병을 앓은 여자랑은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고 우리 의사들은 충고한다.


이와 반대로 결혼 생활에서 생겨난 신경병은 불륜으로 치료할 수 있다 (분륜이 치료에요?). 그러나 좀 더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여성일수록, 그리고 문명 요구를 좀 더 엄격하게 따르는 여성일수록 이런 해결책을 택하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여성은 자신 소망이랑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다 견디지 못하고 신경증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질병만큼 안전하게 여자 정절을 지켜 주는 것은 없다.


따라서 이런 여자랑 결혼한 남자는 결혼한 상태이면서도 성 본능을 충족하지 못한다. 결혼 생활은 젊은 사람에게 성 본능을 만족시켜 주는 수단으로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결혼이 지속되는 동안 욕망마저도 충분히 채워 주지 못하니, 결혼이 미혼 시절 금욕 생활을 보상해 주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흑흑..ㅠㅠ)



3. 섹스 포기랑 문화 발전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현재 우리 문명에서 성욕을 그처럼 광범위하게 제한함으로써 얻어지는 문화 이익은 그런 고통은 충분히 상쇄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성욕 제한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에 대한 손실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득보다 손실이 더 많다고 보인다. 금욕은 신경증 외에도 여러 가지 해독을 끼치지만 신경증에 대한 중요성은 아직도 거의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교육이랑 문명은 성 발달이랑 성 행동을 되도록 늦추려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독립하여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연령이 높은 것을 생각하면, 성 발달이랑 성 행동을 늦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여담인데 현대 모든 문화 제도들이 밀접한 상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일부를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20세 이후에 오랫동안 지속되는 금욕 생활은 젊은 남자에게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으며, 신경증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여러 가지 해독을 끼칠 수 있다. 이 강력한 본능이랑 싸우고, 그 싸움에 필요한 힘을 강화하는 과정에 도덕성이 강철처럼 단련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유별난 체질을 타고난 소수에게만 맞는 말이다. 오늘날처럼 개인 성격 차이가 두드러지고 개성이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던 것은 성행동에 제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바로 아래에 다른 이야기 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 성욕이랑 싸우면서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고갈시켜 버리는데, 이 시기는 젊은이가 사회에서 자신 몫이랑 지위를 얻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랑 맞물려 있다. 성욕을 승화 시킬 수 있는 양과 필요한 성행동 양은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고, 직업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금욕하는 예술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만, 금욕하는 젊은 학자는 많다. 학자는 금욕을 통해 모든 정력을 학문 연구에 쏟을 수 있는 반면, 예술가의 성경험은 예술 성취를 강력하게 자극한다. 대체로 금욕이 독립성이나 독창성 뛰어난 정력 넘치는 개혁/사상가를 키우는데 방해하는 것 같다. 오히려 행실은 바르나 의지가 약한 사람, 강력한 개인 지시에 마지못해 따르는 경향이 있는 군중 속에 파묻혀 자신 존재를 잃어버리는 사람을 키우는 경우가 훨씬 많다 (방금 위에 금욕이 존재했기에 개성이 다분화 했다는 말씀은요?) 


현대 문명에서 금욕은 결혼 전까지만 하고 후에는 완전한 자유를 준다고 하지만 성 본능은 그러기 힘들다. 성욕이란 그 특성 때문에 극단으로 억눌러야 금욕이 성공하는데 해방된 뒤에도 본능이 항구 손상되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여성들은 이런 사정을 알아차리고, 이미 다른 여성에게 남성다움을 입증한 남자를 배우자로 선택한다. 결혼 전에 엄격한 금욕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 체질에 특히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교육은 미혼 여성 성교를 금지하고 처녀성을 지키도록 강력히 권장할 뿐 아니라, 성장하는 동안 어떤 유혹도 받지 않도록 성교에서 여성이 맡는 역할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으며, 결혼으로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은 감정마저 품는 것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러니 아무리 소개팅 나가봐야 실패지ㅠㅠ). 그 결과, 남자랑 사랑에 빠지는 것을 부모가 갑자기 허락해도 여자는 사랑이라는 정신 성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 감정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랑 기능을 이처럼 강제로 지연시킨 결과, 여자는 아내를 위해 모든 욕망을 축적해 둔 남편에게 실망밖에는 안겨 주지 못한다.

여자는 감성선에서는 여전히 성욕 억제 권한이 있는 부모랑 결부되어 있고, 육체 행동에서는 불감증을 보인다. 아내 불감증은 남편이 바라는 높고 깊은 모든 성 쾌락을 박탈한다. 문명 교육에서 떨어진 여성도 불감증은 있겠지만 우리 교육은 실제로 불감증 원인이 되고, 쾌감을 느끼지 못한 채 임신하는 여자들은 나중에 잦은 출산 고통을 꺼리게 된다. 


나중에 아내가 여성으로(본문에 한글 오타 있음 p28) 완숙기에 이르러 섹스에 눈떴을 때는 불행히도 남편이랑 관계는 이미 파탄에 이른 지 오래다. 일찍이 부모 가르침에 고분고분 순종했던 대가로 여자는 1> 성욕구불만 2> 불륜 3> 신경증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것으로 오늘 정리는 마치고요. 변태 탄생은 4편을 마지막으로 끝내겠습니다. 오늘 드디어 제 글 <캣토피아>가 다음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시는 모든 작가님들 방문자분들께 깊은 감사드리고 일일이 다 찾아뵙고 감사 인사 드리지 못한 점 양해 구합니다. 사랑합니다^^


끝으로 메인에 올라온 제 글을 찾아 주시고 늘 가까운 거리에서 부족한 제 글을 응원해 주신 우리 정신과 의사 매미 쎔 축하 톡을 아래 동봉합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