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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나물 봄동이 Sep 19. 2016

카톡 프로필 사진

프로필 사진 속 여자는 남자의 이상형이었다

이 매거진 속 이야기들은 제가 혹은 누군가 겪은 일에서 출발합니다. 아, 물론 상상 속에서의 일도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저는 소설이라고 부를 거예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남자는 몇 시간 전 친구에게서 한 여자의 연락처를 받았다.

여자친구의 후배라며 한 번도 실물을 본 적은 없지만 여자친구 말로는 ‘정말 예쁘고 괜찮은 애’라고 했다.

친구는 그 여자애한테도 말은 해놨으니 연락해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남자는 여자애의 번호를 저장하기 전 자신의 카톡에 있는 프로필 사진을 점검(?)했다.

지난여름 지금은 헤어진 여자친구와 태국 갔을 때의 사진이었는데, 선글라스를 써서 자신의 콤플렉스이자 트레이드마크인 작은 눈이 가려져 스스로 만족했던 사진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괜찮지.     


남자는 여자의 번호를 저장했고, 여자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우와” 소리 내어 말했다.


긴 웨이브 머리의 그녀는 뽀샤시한 피부에 인형 같은 얼굴로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이었다!


남자는 이 여자를 내 여자친구로 만들어야겠다, 다짐했다.

 



카톡으로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괜히 긴장되고 설렜다.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며 남자는 말했다.


-전 얼굴보다 마음 맞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나면 제가 **씨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뭐든 쉽게 단언하지 말지어다.

단정적으로 말할 땐 자주 거짓이 섞이기 마련이라는 걸 남자는 몰랐다.




남자와 여자는 둘 다 약속 장소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 마주쳤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약속 시간이 5분쯤 지나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했을 때, 남자는 자신의 맞은편에서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고 있는 여자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아?” 감탄인지 놀람인지 신음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남자가 용기 내어 말을 꺼냈다.    


-근데.. 카톡 프로필 사진은.. 본인 아니시죠?    


여자가 살짝 웃었는데 그 웃음이 비웃음인지도 모르겠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설마 그 사진이 저인 줄 아셨던 거예요? 그거 영화 스틸 이미지인데. 재작년에 나온 영화고 상도 많이 탔던 건데... 독립영화여서 모르시는 분도 있긴 하더라구요...    


돌이켜보면 여자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

그 영화와 그 배우를 몰랐던 남자는 뒤늦게 여자와의 대화들이 이해되었다.

두 사람은 그날 밥만 먹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온 남자는 여자의 프로필 속 여자 배우의 팬카페를 찾아서 가입했고, 여자가 말한 영화를 다운받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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