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돌담아래 꽃 같은 사람

by 지혜

<수요 아침산책>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학교 근처 스포츠 파크로 아침 산책을 간다. 늘 가는 길지 않은 산책길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쑥쑥, 성큼성큼 느낄 수 있는 산책길이다. 손을 잡고 가는 친구, 뛰어가는 친구, 삼삼오오 떼 지어가는 친구, 혼자 걷는 친구. 산책길 모습은 가지각색이나 어느 한 곳 어색한 구석이 없는, 자연과의 어울림이 흐뭇한 산책길이다.


오늘은 산책이 끝나갈 무렵 F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내 손은 두 개인지라 산책길에서 F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 그래서 8살 꼬마의 속이 상했던 걸까? 걱정이 되어 F에게 다가갔다. 왜 기분이 좋지 않냐고 물으니 "나는 혼자예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외로웠어요."라고 말한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제법 심각해 보여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지막이. 따스히.>

F가 속상한 이유는 산책길에서 2학년 친형에게 놀림당하고, 이유 없이 한 대 맞았기 때문이란다. 형제의 삶엔 서열과 힘의 역동이 매 순간 펼쳐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F가 다른 1학년 아이들에 비해 힘이 센 것도,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이 강한 것도 일 순간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태어날 때부터 외로웠다는, 엄마도 형아 편이라 자기편은 없다'라고 말하는 꼬맹이의 마음에 어쩐지 진지한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았다.


"F야. 형아가 널 싫어하면 세상 모든 사람이 너를 싫어하는 걸까?

나도, 우리 반 친구들도 모두 너를 좋아하는데? D는 너에게 아주 친하고 싶다고 했잖아. 기억하지?

엄마는 형이랑 너를 똑같이 사랑하시지만 몸이 하나 셔서 상황에 따라 형의 편이 되기도, 너의 편이 되기도 하시는 거야. 내가 너희들을 다 사랑하지만 두 명씩밖에 손잡아 줄 수 없는 것처럼."


별 대단한 말도, 거창한 말도 아니었다. 그냥 형이 F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길 바랐다. 그때 F의 생기가 돌아오는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선생님 저 가서 철봉 한 바퀴만 돌고 올게요!" 하며 달려갔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별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토닥임이 필요한가 보다.


나지막이 따스히. 돌담 아래 꽃 같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내 곁에 웅크리며 다가오는 이들에게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어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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