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그리고 아름다운 대처>
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그려내기가 참 어렵다는 걸 느낀다. 우리들의 시간은 단순히 기쁘다, 슬프다, 행복하다로 정의되기 힘든 순간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어른의 시간을 겪으며 초라함에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도 평평한 미소를 유지해야 하거나, 기쁨에 도취되어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도 입을 꾹 다문채 대수롭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직구 같기도, 변화구 같기도 한 감정. 정답이 없기에 가장 난감한 주제가 바로 감정이다. 때때로 난감함이 따르더라도 직면해야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세상은 쉽게 밝았다 흐렸다, 더웠다가 시원해진다. 아이들의 조그만 가슴은 언제나 열려있고, 그 열린 문으로 많은 것들이 여과 없이 드나든다. 어른처럼 표정과 감정이 다른 경우도 별로 없다. 가슴에 차오르는 감정에 따라 환하게 웃기도, 앙앙 울기도, 와락 안아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 감정에 대해 세세한 구분을 짓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의 감정을 충실하게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금방 울고 있다가도 웃을 수 있나 보다.
하지만 우리 반 8살 꼬마들도 '자신의 감정을 잘 느껴보고 더 아름답게 반응할 수 있음을 알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감정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으로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림책 '컬러 몬스터-감정의 색깔'>
감정들을 엉망진창으로 해 놓다니.
그렇게 뒤죽박죽이면 네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어.
이 책은 뒤죽박죽 여러 가지 색이 섞인 컬러 몬스터에게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노란색 기쁨, 파란색 슬픔, 빨간색 화, 검은색 무서움, 초록색 평온함의 상태에 대해 묘사하고 각각의 감정을 느껴보도록 이끈다.
아이들이 다양한 마음의 상태에 이름을 붙여주고, 그 마음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지 알아차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 행복한지, 언제 슬픈지 아이들을 재잘재잘 이야기해 주었다.
형이 날 놀릴 때 눈물이 나고 너무 화가 나요.
난 책의 바탕처럼 하얀색일 때가 더 많아요. 그저 그럴 때가 많거든요.
바다를 볼 때 차분한 마음이 들어요.
꽃이 날 보고 웃어줄 때 마음이 평온해져요.
열받을 때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차분해져요.
처음엔 뒤죽박죽 몬스터와 비슷했던 아이들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화가 날 때 어떠했었는지, 그럴 땐 어떻게 할지, 자신이 평온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자연스럽게 찾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름 붙이지 않았고, 구분하지 않았을 뿐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의 다양한 얼굴을 이미 충분히 겪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이야기했다.
난 슬픔을 뒤죽박죽으로 덮었어요. 그래서 별로 슬플 때가 별로 없어요.
쿨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말이었다. 하지만 밝은 아이라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슬픔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은 비단 어른들의 마음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 몬스터>
평온할 때는
천천히 깊게 숨을 쉬어.
마음이 평화로워.
요즘의 나는 평온함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천천히, 깊게 숨을 쉬어보았다. 평온함으로 물든 초록 몬스터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나도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고 더 아름답게 대처할 수 있기를, 감정이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지 헤아려 보고 스스로를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수업을 마쳤다.
컬러몬스터 중 평온함을 상징하는 초록 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