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의 말말말

자유로운 영혼들

by 지혜

<쉿, 나무가 자잖아>

어느 수요일, 수요 아침 산책을 하며 나뭇잎, 꽃 등을 살피고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수업으로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 대해 알아보고 나무 꾸미기 활동을 하였다. 나무를 정성껏 꾸미는 동안 아이들과 즐겨 듣는 피아노 음악을 틀어주었다. 피아노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랑하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우리 반 아이들이기에 나는 수업 중 자주자주 음악을 켜 두곤 한다.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활동에 빠져들어 평온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나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나요? 나무의 이야기가 들리나요?" 장난반, 진심 반 섞인 나의 물음에 대한 아이들의 대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무가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대요, 나무가 나를 예쁘게 만들어줘서 고맙대요, 나무가 졸리대요... 그렇게 아이들은 나무 대신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느라 교실은 재잘거림으로 가득해졌다. 그때 한 아이가 말했다.


"얘들아, 쉿~. 나무가 자잖아."

그러자 재잘거리던 아이들은 한순간 조용히 나무가 푹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선생님 남편은...>

"선생님, 비행기 2개 접었어요. 하나는 선생님 거, 하나는 선생님 남편 거." 이렇게 늘 '선생님의 남편'까지도 챙겨주는 고마운 아이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 하리보젤리 2개 드릴게요. 하나는 선생님 거, 하나는 선생님 남편 거."라며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정말 고마워, 선생님이 집에 가서 남편이랑 꼭 사이좋게 나눠먹을게."라고 대답했다. 싱글싱글 웃던 아이는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 말은 나의 고정관념을 톡~하고 일깨워주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선생님 남편은 남자예요? 여자예요?"



<책 읽는 쌍둥이 동생>

6학년 아이들이 우리 교실에 와서 "선생님, 쉬는 시간인데 이 책 읽네요!" 하며 A를 칭찬해 주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가 요즘 부쩍 책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 나도 칭찬을 보태었다. 그러자 A의 쌍둥이 형이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A가 이상해졌나 봐요."



<선생님이 본 것은>

한 아이가 '친구가 자신이 만든 디폼 블록 디자인을 자꾸 따라 만들어서 기분이 나쁘다.'라고 불만에 차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는 자기의 생각대로 열심히 만들던걸~'하고 대답했다. 그래도 계속 따라 했다고 주장하기에 '그 친구가 열심히 만드는 걸 선생님이 봤어.'하고 답했다. 돌아온 대답에 하하하하 웃었다.


"선생님이 헛것을 보셨네요."



<시계가 보고 싶어서>

아직은 시계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나에게 시간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럴 때 나는 '긴 바늘이 8까지, 긴 바늘이 2에서 6까지 가는 동안' 등 긴 바늘로 아이들에게 시간의 감각을 익히도록 돕는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선생님, 우리 이 놀이 언제까지 할 수 있어요?"라고 묻기에 "긴 바늘이 9까지 갈 때까지 할 수 있어."라고 대답했다. 나의 말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던 아이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럼 9시에는 우리 어디 가요?"



<코피>

수업 중 한 아이가 갑자기 코피를 흘렸다. 책위로 코피가 서너 방울 떨어졌고 아이들을 우르르 화장지를 뽑아다가 너도나도 그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풍족한 휴지로 코피를 닦던 아이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야! 휴지 좀 더 갖다 주라."


그 말에 아이들은 또 우르르르 풍족한 휴지를 배달해 주었다.




어리고, 표현이 미숙하고, 궁금한 것이 많고, 순수한 아이들과의 만남은 매일매일 웃음을 준다. 소소하게 흘러갈 아이들의 해맑은 말들을 붙잡으려 기록하면서 또 한 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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