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감사한 시간

아이들 선생님

by 지혜

1학년 겨울 수업시간, 우리는 한국의 전통문양에 대해 알아보고 전통문양 족자 만들기를 했다.


<이어나가 보세요>

"선생님, 여기서 부터 지겨워요."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하고 이어 나가보세요. 거기서 C의 마음이 한 뼘 더 강해질 거예요."


완성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었기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 '이어가 보라.'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답해놓고는 '아이들을 단련시키는 것과 괴롭히는 것 사이의 경계가 아주 얇은 계란 막 정도의 차이밖에 안 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1 또는 +2 정도로 너무 과하지 않도록, 살펴보고 조절해나가며 아이들이 마음 근육을 실하게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 찾아냈다!>

"선생님, 꽃 부분 색칠이 어려워요."


"D가 방법을 찾아낼 거야."


어떻게 할지 힘들어진 아이가 나에게 빠르게 탈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빨리 난감한 기분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아이의 기대와는 다른 대답을 했더니 그로부터 5초쯤 후 아이가 기쁨에 차서 말했다.


"아! 찾아냈다."


다급한 마음에 휩쓸려 아이의 생각을 가로막지 않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의 최선은...>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B는 최선을 다 안 하는 거...(같아요.)"


아직은 내가 세상의 중심인 한 아이가 나의 최선을 자랑하고 싶어 크게 나쁜 마음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한 말이다. 그때 살짝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B랑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의 최선은 그 사람만 알아요."


순간, B의 눈빛이 편안해졌다.



전통문양 족자를 만드는 한 시간의 수업 속에서 아이들은 내게 참 많은 것들을 가르친다. 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인지 모를 이런 시간에 늘 감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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