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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Nov 09. 2023

풀꽃과 바다

풀꽃이 좋았다.


들판의 살결 가까이 흙인 듯 꽃인 듯 피어

바람 따라 산들거리던 풀꽃이 좋았다.


어느 틈에도 어디에도 낮게 낮게 흙과 함께

몸을 낮추고 해맑게 피어나던 풀꽃이 참 좋았다.


고개를 참 많이도 숙인 채 걸었다.

어느 틈에서 선물 같은 그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며.


나도 풀꽃처럼 겸손하고 예쁜 사람이고 싶었다.




요즘은 바다가 보고 싶다.


휘몰아치는 삶 앞에서

더 이상 고개를 떨구며 걷고 싶지 않아

내 삶의 파도보다 더 큰 파도를 품고도

담담하게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올망졸망한 위로로는 아직 가슴이 시려

그저 평평하고 묵직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인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위안이 된다.


나도 바다처럼 거친 파도를 품고서도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니.

그저 평평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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