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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Nov 10. 2023

저마다의 시간

시간을 이끌어 보려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어

그 속에 이일 저일 쑤셔 넣었다.


시간의 조각 속에 구겨진 일들은

때론 가뿐히 해결되기도 했지만

더욱 종종 밖으로 흘러나와

내 마음을 조바심 나게 하고

나에게서 친절을 지워내고

내 걸음을 거칠게 했다.


내 마음처럼 잘게 부순 시간이

내 삶을 잘게 부수고 있었다.




거친 걸음의 한복판에서,

모든 일은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해

저마다 필요한 시간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밥을 먹고 몸을 돌보는 것도

청소를 하고 가계부를 쓰는 것도

먹고사는 일도 마음을 전하는 일도


내게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즐겁든, 그렇지 않든

모든 일은 저마다 필요한 시간을

오롯이 거쳐야 함을 알게 되었다.


무던히, 묵묵히 이어나가면 

크든 작든 이루어짐을 알게되었다.


고개들어 바라본 하늘이 참 곱다.

세상만사 빨리 익어가길 바랐던

바스러진 내 마음도 부끄러움에 붉어온다.


마음도 시간도 덩이 덩이 굴리며

온전한 모습으로 모든 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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