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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20. 2024

쓰다듬어 보내자.

마음에 지금의 일하나, 그것만  담으면 될걸

갖가지 짐들을 덧붙여 꾹꾹 눌러 담았다.

삶은 빼곡히 차있었고 빠르게 휩쓸려나갔다.

모든 것이 머무르듯 달리듯 흘렀다.

눈길 보내며 사랑했던 초록도

애정 어리게 쓸고 닦던 나의 방도

시간을 가득 채웠던 사람도 

그날의 나도 잠시 머무르다 흘러갔다.

모든 지겹고도 아름다웠던 장면에 가 닿을 수 없게 되자

내 속 뭔가가 툭 꺼지며 둥글고 시린 아픔이 가슴에 퍼져나갔고

마음에 지금의 일하나 그것만 담는 일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오직 지금 나는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오직 지금 나는 너를 부르고 너에게 가 닿을 수 있다.

내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것들을 밀어내지 않고

마음에 지금의 일하나 그것만  담고

짧게나마 곁을 주고 따스한 손길로 쓰다듬어 보내자.

그러다 더욱 자주 따스하게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고 

머리칼을 쓰다듬어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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