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소망이 있었다.
나에게 지독히도 들러붙어
나의 눈길과 숨길이 머무는 곳마다 나타나
멈추지 않고 내 안과 밖을 넘나들었다.
어떤 소망은 이루어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지치고 상처투성이인 내 두 손으로
지독한 소망의 얼굴을 씻겨주었다.
그리하여 조금은 더 또렷해진 그 얼굴을
내 눈길과 숨길이 닿는 곳마다 새겼다.
볕에 마실 나온 꽃잎마다,
지천으로 솟구치는 초록 잎마다,
쓸쓸히 불어오는 바람마다,
뽀얀 입김 사라지는 저 하늘 언저리까지
빠짐없이 새겨두었다.
그사이 지독한 소망이 찾아오기 전
나에게 기거하던 크고 작은 소망들은
겸손하게 자리를 비우고 사라졌다.
대개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지독한 소망을 품어본 사람은 안다.
그 하나의 지독한 운명이
삶을 간결하게 해 준다는 것을.
셀 수 없는 간절함으로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게 기도해 본 사람은 안다.
나의 기도가 새겨진 모든 것은 아무 말없으나
이루어지게하고 이루어지지 않게 함으로써
나의 기도를 저버리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