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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by 호야아빠

"화장실에 오줌 누고 물 안 내린 사람 누구야??"


가끔 화장실 변기에 소변보고

물을 안 내린 채로 두는 사람이 있어

식구들 대면조사(?)를 해보았으나


아내도 딸도


(아내) 미쳤어? 나는 절대 아니다.

(딸) 나는 오늘 화장실에 간 적도 없다,

아빠가 범인 아니냐?

(아빠) 나는 절대 아니다.

나는 그런 걸 까먹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들 극구 부인 또는 의심을 하는 가운데

변기 오줌 누튀(누고 튀기) 사건이

잊혀져 갈 무렵.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온 뒤

금방 다시 배가 아파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물을 내리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남아 있는

노란 소변......?!


식구들 모두 집을 비운 상황으로

범인은 단 한 명.


바로 나...


나는 내가 범인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범인이 나였다니....


범인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고,

그렇게 가까운 사람이 나를 속일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너무 믿고 확신하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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