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늘 아쉽다

강렬한 햇빛 아래 오렌지의 상큼함, 연희에스프레소바

by 이설


언젠가의 주말,

집에 혼자 있자니

괜히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

평소 눈여겨보던 연희의

작은 에스프레소 바를 찾아갔다.


평일에 지나다닐 때는

늘 한가해 보였던 곳이다.

그래서 주말에도 비슷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생각이다.


나의 연희동은 늘 조용하지만

주말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걸

이렇게 잊어버리다니.


매장 안에는 앉을 틈 없이

이미 꽉 차 있었고

.야외 테이블도 마찬가지였다.


포기해야 하나 잠깐 망설이던 순간

딱! 야외 테이블 하나가 비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가방부터 먼저 올려두었다.

주말의 자리 경쟁에서는

그 정도 순발력은 필수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함께

후르츠 산도도 판매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도와 에스프레소를

함께 주문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커피가 목적이었다.


메뉴판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연희 에스프레소를 골랐다.



종이에 이름을 적고

메뉴를 체크해 주문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조금 아날로그 같은 방식.


종이에 글씨를 적는 동안

손끝에 전해지는 질감이 좋다.


잠시 후 나온 에스프레소는

잔 아래 오렌지 잼이 있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와 크림이 얹어져 있었다.

작은 스푼에 담긴 오렌지 시럽도 재미있다.


처음엔

이 조합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다.

커피에 오렌지 잼이라니

조금 낯선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 모금 마셔보니

생각보다 훨씬 산뜻했다.


처음에는 크림과 커피가 부드럽게 섞였고

스푼으로 천천히 저어 마시니

맛이 또 조금 달라졌다.


마지막에 남은 오렌지를 씹어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에스프레소가 늘 그렇듯

순식간에 끝났다.


하지만 그때,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햇살 아래에서는

잠시 앉아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일어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그 이상은... 버겁다.


물론 양은 늘 아쉽다.

진하지만 커피 한 잔을 마셨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조금 부족하다.


하지만 그 짧음 덕분에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는

어떤 에스프레소를 마셔볼까.


양은 적지만

여운은 길었다.


뜨거운 햇살과 함께했던

그날의 기억은

색과 향, 그리고 온도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따뜻한 햇살이

그리운 오늘,

문득

그날의 에스프레소 한 잔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