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나의 변곡의 시작점에서
단양.
짧았던 여행.
하지만, 나에게는 복잡했던 여행.
단양은 가족모두가 갔던 곳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루만 머무르고 돌아왔지만, 단양을 가기 전 나는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했다.
이후로 나를 흔들어놓았던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만나기 직전 떠났던 곳이었으니까.
사실 이곳을 가야 할까 하는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부모님은 모처럼의 가족들이 다 모이는 여행에 내가 없는 걸 기꺼워하지 않으셨기에,
하루 휴가를 내고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가보는 길,
단양에서 처음 만난 한옥의 숙소.
무척이나 고즈넉했던 단양과의 만남은 조금은 복잡했던 내 마음을 다스려주는 것 같았지만,
내 속에 휘몰아치고 있는 폭풍까지 잠재우기는 힘들었다.
웃고 떠들고 아무 일도 없는 냥 행동하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비밀하나를 떠안고 있는 듯한 그 느낌은 못내 서럽기도 외롭기도 했다.
단양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긴 어렵지만,
나에게 단양은 창공의 기억이다.
패러글라이딩.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그것.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았던 나에게 패러글라이딩은 삶의 버킷리스트였다.
언젠가 멋지게 창공을 떠있는 나를 상상하곤 했다.
커다란 낙하산에 내 몸을 맡기고 두 팔을 벌리고 그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을 상상하면 가라앉았던 기분도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 패러글라이딩의 성지가 단양인지 몰랐던 나는,
정말로 우연히 그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고 나서 무엇을 하까 고민하던 차,
얼마 전 단양을 다녀왔다는 언니에게 소개받은 카페가 생각이 났다.
카페 산.
이름처럼 산 꼭대기에 있는 이 카페는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런데 올라가는 순간 단양이 눈 아래 펼쳐 보이는 광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의 푸르른 카펫이 맞이해 주는 이곳은 정말 하늘과 지척에 있는 듯했다.
손을 뻗으면 하늘이 닿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날은 날이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그 멋진 풍광에 이끌려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로 날고 있는 색색의 패러글라이딩은 마치 살짝 어두운 회색빛 파랑 도화지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꼭 동화같은 풍경에 감탄이 나왔다.
그 광경을 보면서 문득 입에서,
아. 나도 하고 싶다.
하는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뱉어졌다.
해요. 언니!
그 말과 동시에 내 등을 밀어주는 말.
사실 망설였다.
이걸 해야 할까? 내가 해도 될까? 이렇게 준비도 없이 갑가지?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 말한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그 생각이 들자 없던 마음에 없던 용기까지 차올랐다.
해보자.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체험 사무소를 향해 갔다.
혼자서 열심히.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이야.라는 나의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아마 평소였다면 꺾였겠지.
날 좋은 날 다시 오자 했겠지.
패러글라이딩복장을 입고 무거운 낙하산을 메고 나를 실어 하늘을 함께 날아줄 강사분을 만났다.
그분왈,
오늘 날씨는 유유히 하기는 힘드니 조금 묘기를 섞어서 갈게요.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네 했는데,
이게 실수다.
내려와서 알았으니 이미 늦은 후회다.
여하튼,
강사와 나는 한 팀으로 하늘을 날 준비를 했다.
천천히 걷다가 힘껏 뛰는 순간 갑자기 만나는 절벽에 가슴이 철렁.
하지만 그 순간 하늘을 난다.
유유히 바라보고 싶은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쇼를 하면서 내려가니 어질어질하다.
짧은 하늘의 유희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느낀 땅과의 충돌은 그 충격이 만만치 않다.
아...
나의 패러글라이딩은... 나의 상상과 너무도 달랐다.
돌이켜보면,
하늘에서의 풍경보다, 그날 하늘을 날기 위해 뛰었던 그 순간 발이 땅에서 떨어져 공중을 날았던 그 순간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발이 공중에 떠 있던 그 순간, 처음 느끼는 바람과 처음 느끼는 하늘 그 처음 느끼는 감각들이 온몸을 휘감았다.
주변 모든 것들이 날라가고 오직 나라는 하나의 존재만 남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나의 버킷 리스트를 지운 날.
복잡했던 내 마음은 조금 정리가 되는 것도 같았다.
내가 앞으로 만나야 하는 일들에 대해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하늘도 날아봤는데 못할 게 뭐 있겠어. 안그래?
단양.
그 창공의 기억.
패러글라이딩의 강렬한 추억.
지금 다시 간다면, 그때와 달라진 나는 어떤 마음으로 단양을 만날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