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핫도그 기행
양평은 내게 대학생활의 꽃, MT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쉽게 훌쩍 다녀온다는 게 잘 실감나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왠지 하루를 크게 잡고, 북적이는 팬션에서 밤새 떠들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랄까.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아, 양평이 이렇게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구나’ 싶었다.
(이 촌뜨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시작은 무척 단출했다.
동생과 함께 볼일이 있어 함께 나섰고, 각자의 볼일을 마친 후
운전대를 잡은 동생이 슬쩍 물었다.
“언니, 어디 갈까요?”
나는 가볍게 "그러자" 하고 대답했더니,
“그럼, 양평에 핫도그 먹으러 가요!”한다.
가자!
그렇게 우리의 양평행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단순하고 경쾌한 이유인가.
두물머리 연잎 핫도그는 워낙 유명해서, 나도 언젠가 다시 한번 먹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언제였던가.
핫도그 하나가 이렇게 훌쩍 떠날 이유가 될 수 있다니, 그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 동생 덕분에 참 많은 곳을 다녔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길 좋아하고, 기동력까지 좋은 덕분에
나는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참 고맙고, 또 재미있는 동생이다.
그렇게 향한 양평 가는 길.
날씨마저 화창해, 마치 우리의 핫도그 기행을 응원하는 듯했다.
도착한 양평은 고요하고 차분했다.
살짝은 쌀쌀한 날씨 탓에 나들이객도 드문 편이었다.
드넓게 보이는 호수는 또 얼마나 반짝거리고 예쁜지.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오늘의 목적지인 핫도그 가게로 향했다.
핫도그 가게도 한산했다.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설탕을 솔솔, 케찹과 머스터드를 듬뿍—
그리고 야무지게 한입.
오랜만에 맛보는 핫도그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따뜻한 햇살, 기분 좋은 바람, 그리고 한껏 들뜬 마음까지 더해지니
이 순간이 그저 완벽하게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의자를 펼쳐놓고 앉아 있다.
아, 이렇게 가볍게 와서 즐길 수도 있는 거였구나.
굳이 거창한 계획이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냥 떠나고, 즐기고, 머무르는 것.
이유가 뭐든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공짜로 주어져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한 템포 쉬어가도 괜찮아.
마음의 여유없이 살고있는 내 삶의 지경이 조금씩 넓어질수록,
아직도 팍팍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틈이 생긴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신선한 숨이 들어온다.
이렇게 또 하루가 흐르고,
그 하루는 내게 새로운 의미를 남겼다.
맛있다, 양평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