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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어둠이 내려앉기 전
, 그 찰나의 순간

강화, 일몰을 맞이하다.

by 이설

강화.

이렇게 자주 찾는 곳이 될 줄 몰랐던 작은 섬.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스며들었다.

늘 멀게만 느껴졌던 이곳이 가깝게 다가온 건, 결국 사람 때문이었다.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 그걸 알려준 고마운 사람들.




강화에서의 일몰을 보자며 가볍게 길을 나선 첫날, 나는 끝내 일몰을 보지 못했다.

조금은 일찍 출발한다고 했건만,
차 한잔, 맛있는 밥 한 끼를 즐기다 보니 해는 순식간에 저물어 있었다.

다 져가는 태양의 머리끝만 겨우 보고 돌아서야 했던 아쉬움.

그 아쉬움은 결국, 반드시 일몰을 보겠다는 다짐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이번에는 오직 일몰을 보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
돗자리를 준비하고, 바닷가에 앉아 먹을 간단한 음식을 챙기고,
넉넉한 시간을 들여 강화도로 향했다.


강화의 바다는 여느 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가득 차오르지 않은 바다를 보고 있으면,
언제쯤 물이 이곳을 가득 채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덕분에 풍요로운 갯벌을 만날 수 있는 것이겠지.


그 갯벌이 시작되기 전, 모래 위에 돗자리를 펼쳤다.
어슴푸레 저물어가는 하늘.
태양은 곧 빠르게 떨어질 테고,이번에는 놓치지 않으리라는 굳건한 생각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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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물길이 빠져나간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어느 순간,

붉은 태양이 저 멀리 보이는 섬사이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눈부시게 빛나던 해가 서서히 빛을 거두고, 일렁이며 사라져간다.


얼마나 짧은 순간인가.

아름다운 것들은 왜 이토록 빠르게 사라지는 걸까.
길고 긴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일까.


해가 완전히 바다에 삼켜지자, 어둠은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어슴푸레 보이던 풍경도 자취를 감추고,
드문드문 놓인 조명에 의지해 겨우 형체만 가늠할 수 있을 뿐이었다.


붉게 물든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문득, 언젠가 나이가 들었을 때,
바닷가 어딘가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며 사는 삶을 꿈꾸어 보았다.

매일 바라보는 자연의 흐름은 오늘처럼 감동을 선사할까?

지금이야 가끔 마주하는 자연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때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


아직은, 나는 도시 사람인 듯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골길을 걸으며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문득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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