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프롤로그, 그 시작은 피곤함이었다.
지난겨울 주말을 이용해 밤도깨비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10월쯤, 누군가의 홍콩 가자 하는 이야기에
무심코 가자 했던 여행이 실현이 되면서.
여행을 앞두면 설레는 마음이 들만도 한데,
이번에는 마음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탓일지도 모른다.
마음 한쪽을 살짝 내려놓은 채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자유여행을 생각했지만 함께 가는 인원이 여덟 명으로 늘어나면서
패키지여행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그렇게 예약을 하고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 포함 패키지 총인원이 39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꽤 큰 규모의 단체 여행이 되었다.
밤비행기로 시작해 새벽비행기로 끝난 2박 4일의 여정.
여행은 결국 체력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깨달은 여행이었다.
출발 전 주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공항이 혼잡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연착 문자를 받았다.
다행히 아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여유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공항 한편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는데
와... 이렇게 좁을 수가.
앞 좌석이 내 코앞에 와있다.
그런 좌석에 앉은 채로 약 4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기내는 어두웠고, 공간은 좁고.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여행 전부터 이렇게 힘이 들다니....
비행이 시작되고 나서 잠시 눈을 감으며 잠에서 깨면
도착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기류 불안정으로 자리에서 쉽게 일어설 수도 없었다.
그 좁은 좌석에 꼼짝없이 갇힌 모양새로 지루한 시간을 멍 때리며 견뎌야 했다.
참, 처음부터 쉽지 않은 여행이구나..
그렇게 한 참을 지나자 드디어 창밖으로 반짝이는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내린다는 생각에 마음에 안도가 들면서 이 이쁜 광경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로에 앉아있던 나는, 창가에 앉은 일행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밤은
언제나 마음을 살짝 들뜨게 만든다.
그 순간,
정말 다른 곳에 와 있다는 느낌.
여행의 묘미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공항에 도착해 가이드를 만나 각각의 비행기로 도착한 다양한 39명의 일행과 함께 호텔로 향했다.
모두가 피곤해 보였지만
창밖의 밤거리 풍경은 확실히 달랐다.
그제야 ‘홍콩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여행의 시작이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
조금 힘들고 조금 피곤하게 시작된 이 여정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그 나름의 매력도 있는 법.
오랜만의 홍콩은 어떨지 조금 기대되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