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외여행] 홍콩의 마지막 밤, 화려함과 씁쓸함 사이

밤도깨비 홍콩여행(7) 홍콩의 야경, 그리고 그 후

by 이설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몸이 노곤해졌다.

하지만 레이저쇼를 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8시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쇼핑몰 안에서 볼 요량으로 정해 둔 장소가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카페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타이 음식점이었다. 조금 당황했지만,

그저 웃으며 밖으로 나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찬 바람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래도 야경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추위가 무색했다.

비록 레이저쇼는 기대만큼 화려하지 않았지만,

홍콩의 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 하루의 여유가

여행을 마무리하는 우리에게는 꿀 같은 시간이었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홍콩을 보고, 즐기고, 맛보았다는

사실이 소중했다.

우아한 호텔 카페에서 시작해 맛있는 저녁,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던 홍콩스러운 거리와 밤의 풍경이

이 여행의 아쉬움을 채워주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낸 뒤 버스에서 일행을 만났을 때,

모두가 제 몫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둘째 날이 우리에게는 여행의 가치를 더 깊게 남긴

하루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고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새벽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긴 기다림이 남아 있었다.


혹시 홍콩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텀블러를 챙기시길.

공항에 편의점이 없고, 물을 살 수 있는 곳도 드물다.

맥도날드에서 판매하긴 하지만 가격이 거의 두 배다.

정수대가 있지만 컵이 없어 물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면세점에서 겨우 물을 샀지만,

텀블러를 챙기지 않은 게 끝내 아쉬웠다.


홍콩 공항에서 느낀 불편함 덕에,

인천공항의 편리함을 절절히 깨달았다.

이렇게 잘 갖춰진 공항이 드물구나...!




홍콩 하면 떠오르는 것들.


나에게는 여전히 야경과,

한때 특유의 분위기를 뽐내던 영화들이 먼저 스친다.

예전 홍콩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화려함과 묘한 우울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만난 홍콩은 그런 느낌이 조금은 퇴색된 듯했다.

순전히 나만의 느낌이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의 홍콩은 제니베이커리, 베이크드하우스 같은

먹거리로 더 알려진 듯하다.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그것도 나쁘진 않다.

여행지마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첫날의 고생을 두고 농담처럼 말했다.

“앞으로 10년 뒤에나 다시 와볼까?

강산이 한두 번 변하고 말이야.”

10년 뒤, 나는 오늘의 홍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때의 홍콩은 또 어떤 얼굴을 하고 나를 맞이할까.

그 답이 궁금해졌다.


4C5A7EDC-C086-494E-B452-D41517C6AC42.jpe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