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도깨비 홍콩여행(6) 걷고 보고 맛보다 베이크드하우스 K11 MUSEA
만다린에서의 꿀 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슬슬 걸음을 옮겼다.
향한 곳은 베이크드하우스.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어제와는 다른 홍콩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가 생기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같은 길인데도 전혀 다른 풍경처럼 느껴졌고,
그게 참 좋았다.
확실히 마음의 여유는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한다.
베이크드하우스 앞에는 예상대로 줄이 서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덕에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엔 이곳이 에그타르트 전문점인 줄 알았는데,
안에는 다양한 빵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미 만다린에서 빵을 실컷 먹은 뒤라, 욕심이 나지는 않아 마카오 일행과 함께 먹을
에그타르트 여덟 개만 사가지고 나왔다.
나중에 공항에서 먹었는데,
정말 첫날의 타르트와는 달랐다.
겹겹이 바삭한 페이스트리 사이로 부드러운 커스터드가 퍼지고, 식었는데도 고소하고 깔끔하다.
아, 이래서 여길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먹어보니 알겠다.
어제의 그 타르트가 얼마나 음....
불평 그만.
다시 발길을 돌려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어제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벽화 골목도 들르고,
작은 거리의 상점들도 구경하며
그저 그렇게 거리를 누볐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하루는 그 자체로도 그냥 좋았다.
이렇게 목적 없이 걷는다는 것 자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가고 싶은 곳을 간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구나.
이게 자유 여행의 묘미구나.
그렇게 홍콩섬의 여유를 즐기고
우리는 다시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스타의 거리에 도착했을 땐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해풍을 맞으며 바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느긋한 풍경을 즐겼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거리의 바에서 간단한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기를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해서 너무 좋아!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었다.
하지만 해가 져 갈수록 바람이 차갑게 변해가서
우리는 추위를 피해 근처 쇼핑몰 ‘K11 MUSEA’.로 향했다.
층마다 화려한 브랜드들이 늘어서 있었고,
4층쯤 올라가자 익숙한 로고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우면서도 묘하게 느껴지는 현실감.
가격비교가 자연스레 되는 현상을 느꼈다.
아, 쇼핑은 못하겠다.
저녁이 가까워오자 배도 고파온다.
춥고 배고프면 안 되지!
맛난 거 먹자!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가 맛집인가 알 수가
없었다.
검색하면 되겠지만 넘치는 정보,
이동거리 고민까지 하기엔 기운이 달렸다.
결국 이곳 쇼핑몰의 지하 2층 푸드코트로 저녁 식당이
당첨되었다.
처음엔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음식은 금세 골라졌다.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먹고 있던 국수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실례를 무릅쓰고 물었더니,
그분이 웃으며 직접 매장 앞까지 데려다주고
메뉴까지 알려주었다.
알고 보니 일본식 라멘이었다.
물어보길 잘했다.
우리끼리만 여행하니 모든 일이 잘 돼 가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우리는 라멘과 소고기 볶음면, 스테이크까지 야무지게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은근한 기대가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음식이 하나둘 나왔을 때,
어제와 오늘 낮까지의 소소한 고단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거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식탐 없는 나도 먹으면서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라멘 국물은 진하고 깊었고,
볶음면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고
스테이크는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
그동안 아쉬웠던 식사들이,
이 한 끼로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제야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미식의 홍콩을 만날 수 있었던 순간,
행복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
그중 하나가 바로 먹는 즐거움이라는 걸
너무나 깨닫게 한 홍콩 여행.
이제 점점 그 여행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