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대만, 딘타이펑에서 시작된 하루

난리난리 대만여행(8) 배부른 자유여행의 시작

by 이설



여행 셋째 날, 드디어 자유 일정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 마음껏 보낼 수 있는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이 하루 때문에 선택한 패키지였기에

전날 밤, 어디를 갈지 고민했던 시간마저도 즐거웠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도 자유 여행에 대한 기대에 들떠있던 우리였다.


대만에 왔으니 딘타이펑은 가봐야지.

딘타이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화산 1914의 카페에서 잠시 머물다, 단수이의 노을을 본 뒤 101 타워를 가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일정.

생각만 해도 꽉 찬 하루였다.


숙소를 나서며 다짐했다.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체력을 아낄 수 있을 때 아껴 최선을 다해 다니자는 결심과 함께.




타이베이의 아침, 햇살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다.

대만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대중교통 특히나 택시 가격이 착하다는 거.

그래서 걷겠다면 걸을 수 있겠지만 알찬(이라고 쓰고 빡쎈!이라고 읽는) 하루를 위해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에 올라타 구글 지도로 우리의 목적지를 보여주자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계획대로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융캉제의 딘타이펑이었다.

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샤오롱바오의 최고봉이라는 곳.

대만여행을 간다고 하니 꼭 가보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곳이니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이상한 기운.

문이 닫혀 있고, 주변은 공사 중이었다.

왠지 불길했다.


“뭐지...?!”

구글지도는 여기가 맞다는데 하고 다시 둘러보니

안내문이 보인다.

‘포장 전용’.

순간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다행히 친구 한 명이 빠르게 검색을 했다.

“여기 근처에 또 하나 있대.”

그래도 있다니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택시를 타고 지도를 보여드리니

짧은 영어로 친절하게 이야기하신다.

걸어서 5분이니 굳이 타지 말라고 하신다.

그냥 태울만도 한데 양심적인 친절한 분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걷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5분이 이렇게 길었던가.

외국에서 길을 찾는 일은 언제나 ‘탐험’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길 표지판을 읽어도 감이 오지 않고, 핸드폰 지도를 돌려 봐도 방향이 헷갈린다.

그 와중에 골목은 왜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벽면의 낡은 간판, 늘어진 전선, 식물 화분이 놓인 입구까지 모두 사진 한 장의 배경이 되었다.

“여기 너무 예쁘다. 잠깐만!”

“그만 가자, 배고파.”

서로를 타박하면서도 결국 한 장 더 찍고 만다.

그렇게 웃고, 길을 헤매며, 여행의 절반은 이미 채워진 기분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딘타이펑 앞.

운 좋게도 대기 인원이 많지 않았다.

직원에게 인원수를 말하자, 금방 자리가 있다고 잠시만 있으란다.

그 순간, 모든 고생이 사라졌다.



식당 안은 사람들의 소리로 가득했다.

거기에 입구 유리 너머로는 흰 옷을 입은 직원들이 샤오롱바오를 빚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듯 능숙하게 솨라락~ 빚어 나오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한지.

작은 반죽이 손끝에서 순식간에 딤섬이 되어 간다.

리듬감 있는 손놀림은 하나의 공연 같았다.

안내해 주겠다고 나온 직원이 아니었으면 한참을 그곳에 붙박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리에 안내받고 담당 서버가 배정되었다.

딘타이펑의 직원들은 모두 국기 마크 배지를 달고 있는데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언어를 표시한 배지란다.

우리에게는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다가왔다.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모르는 것도 얼마나 마음 편히 물을 수 있는지.


메뉴 주문은 QR코드로 하는데, 새롭다.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금세 감을 잡았다.

한 번에 여러 메뉴를 눌러 주문하고 나면 잠시 후, 음식이 차례로 차려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샤오롱바오, 깔끔한 우육면, 색색의 채소볶음이 테이블을 채웠다.


드디어 맛보게 된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

조심스레 한입 베어 무니 뜨겁고 진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한국식 만두가 더 좋다.

속이 꽉 차고 한입 베어 물면 푸짐하게 씹히는 느낌 말이다.

만두러버인 나는 어쩔 수 없다.


딘타이펑의 다른 메뉴들도 모두 맛깔스럽다.

과하지 않게 깔끔한 맛.

어떻게 보면 세계화된 맛(?)이라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조금은 아쉽겠다 싶은 맛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편안한 한 끼를 선사했다.

익숙하지 않은 메뉴 속 익숙한 맛을 느끼며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 뻔했다.

운도 여행의 일부라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거리로 나오니 융캉제의 오후 공기가 느긋하게 느껴졌다.

오래된 가게 간판과 나무 그늘이 어우러져, 도시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평화가 느껴졌다.

그 풍경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었다.


낯선 길을 헤매던 시간 그 시간 함께 웃던 순간들이 겹겹이 포개져
이날의 시작을 한결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여행의 맛이란 결국 그런 것 아닐까.
계획과 우연, 기대와 혼란이 섞여 만들어지는 하루는
언제나 조금 엉성하지만, 그 엉성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이 있다.
그날의 점심도 그랬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
그런 하루의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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