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대만, 맛으로 기억되는 시먼딩 2

난리난리 대만여행(7) 마지막까지 불태운 우리의 먹방

by 이설


시먼딩의 두 번째 방문은 지우펀을 다녀온 날이었다.


여행 둘째 날 저녁이 자유식인 것을 안 순간부터

우리의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오늘은 무조건 훠궈다.

이 선택이 정말 탁월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둘째 날 그 고된 여정을 생각하면 말이다.




훠궈로 결정을 하고 첫날 가이드 분께 어디가 맛있냐고

물으니, 다음날 지우펀 가이드 분에게 말해보란다.

그러면 맛집 추천은 물론, 예약까지 도와주신다고.


원래는 미리 찍어둔 다른 집이 있었지만,

둘째 날 가이드님이 우리가 가려던 곳보다는 다른 곳을

더 추천한단다.

“두 군데 비교해 보시고 더 마음에 드는 쪽을 말씀하세요. 어디든 예약 도와드릴게요”

하는 말까지 곁들이시며 말이다.

현지인의 추천은 거부할 수 없지.

그렇게 우리는 가이드 추천 시먼 훠궈로 마음이 기울었다.

예약까지 완벽하게 도와주신 덕분에

저녁이 해결됐다는 든든한 마음으로 관광을 다닐 수

있었다.

물론 그 관광의 끝은 물에 젖은 생쥐였지만.


최악의 날씨를 지나 도착한 타이베이는 야속하게도

비 한 톨 오지 않은 듯한 날씨였다.

지우펀이 이랬어야 했는데~!

질퍽질퍽한 신발

우비까지 뚫고 들어온 비에 자작자작 젖어버린 옷..

만약 이날 저녁까지 못 먹는다면 최악이리라.


생각보다 도착시간이 자꾸 지체되어 우리의 걱정은

이 훠궈를 먹을 수 있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예약해 주시며 예약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취소된다는말을 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는 곧 안심할 수 있었다.

예약 시간 연장까지 미리 친절하게 해 주셨더라는.

정말 완벽한 가이드 분이다.


그렇게 시먼딩에 내려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그 길을 걷는데, 비에 젖은 신발은 질퍽거렸고,

비 오지 않는 거리에서 입고 있는 우비는 너무 무거웠고,

젖은 상태로 걸으니 몸은 서늘했다.

얼른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가니 느껴지는 따뜻한 공기와

맛있는 냄새에 마음이 노곤 해 지는 걸 느꼈다.


자리를 안내받아 주섬주섬 짐들을 내려놓고,

(누가니 우롱차니 바리바리 얼마나 무거운지..)

주문을 시작했다.

이곳은 보니 무한리필가게다.

세 종류의 가격으로 준비된 것 중 하나를 주문하며

육수만 정하면 나머지는 큐알을 통해서 원하는 것들을

가져다 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엔 고기도 포함되어 있고,

가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소소한 먹거리들이 있다.

나머지는 그냥 가져다가 먹으면 되고.

우리는 가장 일반적인 홍탕과 백탕으로 육수를 선택하고주린 배를 채울 훠궈의 재료들을 자리로 날랐다.

얼큰한 붉은 국물과 순한 흰 국물이 나란히 끓어오르기

바쁘게 먹기 시작!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고백하자면 이것은 나의 첫 훠궈였고

그 첫 훠궈와 강렬한 만남이 시작되었다.



먹는 순간부터는 누구도 말이 많지 않았다.

국물은 끓고, 고기는 익고, 젓가락은 쉼 없이 움직였다.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버릴 테다!라는 전투적인 마음으로

마음껏 가져다 먹었다.

배고픔 앞에서는 대화보다 음식에 집중이 먼저다.


그 덕에 테이블은 금세 작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훠궈만 해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디저트도 얼마나 다양한지.

술을 좋아한다면 아마 더 좋았을 곳이다.

술까지 무한리필.

하지만 술 안먹는 우리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 더 꽂혔다.

입가심은 아이스크림이지!


따뜻한 국물에 몸은 데우고, 후식까지 먹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정말 전투적으로 먹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배를 잔뜩 채운 뒤,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배가 부르고 나니 해결 햐야할 문제가 보인다. 바로 신발.

해결책은 쇼핑뿐이다.

분명 이곳에서 신발 살 곳이 많다고

늦게까지 여는 가게들이 많으니 걱정 말라고 했던

가이드분의 이야기가 무색하게 거리의 조명은 꺼져가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가게들.

보여도 신기엔 애매한 신발들만 있다.

그렇게 걷던 우리가 발견한 건 바로 ABC마트였다.

급하게 들어가 신발들을 보는데

도저히 말은 안 통하고 답답하다.

거기다 느껴지는 불친절함.

알고 보니 폐점하려는 시간에 우리가 들이닥친 거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퇴근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신발사이즈며 뭐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거

찾느라 귀찮게 굴고 있으니.

하지만 그런 불친절함과 그들의 퇴근에 대한 간절함은

외국인 특권으로 살짝 흐린 눈을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사기는커녕 그냥 나왔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약 이날 신발을 사지 않았다면 우리는 끝날까지

젖은 신발을 신어야 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오는 날까지 제대로 마르지 않았다...)

신발까지 갈아 신고 나사야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둘째 날의 서문정을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세번째 방문은 마지막 날.

공항가기전 급하게 들렸다.

집에 가기 전 행복당 밀크티도 먹어야 하고

곱창 국수도 한번 더 먹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고.

그것만 먹으려고 했는데

마지막 날 가이드 분이 또 여기서 꼭 먹어야 한다며

85도씨 소금라떼를 추천해 주셨다.

현지인 추천은 또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그런데, 이게 너무 아쉽다.

분명 짭조름 한 맛이 달달한 크림과 함께 느껴지는

맛있는 커피였는데, 하필 행복당 밀크티를 마신 직후라니.

느끼와 느끼의 연속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안먹어봤으면 후회했을 거다.






이렇게 우리의 서문정은 맛으로 시작해 맛으로 끝났다.

밤과 낮을 모두 느껴봤던 서문정.


의외로 대만의 밤은 안전했다.

어쩌면 함께여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 밤의 공기를 느끼며 웃고 떠들며 걸었던 시간이 마치

사진처럼 지금도 떠오른다.

그리고 서문정에서 호텔로 오는 그 길을 가는 중간에도

편의점에 들러 먹거리를 맛보았더랬지.


지금 생각해도 서문정에서의 기억은 온통 먹는 기억으로

가득 차 있다.

음식을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그 나라도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입에 맞지 앉는 음식들도 있지만

그것 또한 더 강렬한 기억이 된다.

예를 들자면,

취두부라든가, 취두부 같은?


못 먹는 음식 좀 있으면 어떤가.

다른 먹거리들이 넘쳐나는데.




배부른 여행 그 자체였던 대만.

버블티 한 잔, 곱창국수 한 그릇, 추위를 녹여주던 훠궈,

느끼했지만 짭조름한 소금라떼까지.

모두가 후회 없는 먹방이었다.

그 덕에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배가 꺼지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가면 또 먹고 싶을까?

아마도 그렇겠지만,

여행 후 한참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먹거리에 대한 아쉬움은 1도 없었던 여행이었다.


지금도 대만을 생각하면

먹방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행이 끝난 지 오래인데도 말이다.

특히나 비맞은 후 먹었던 훠궈.

그 따뜻함으로 채웠던 한 끼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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