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난리 대만여행(6) 배 꺼질 틈 없었던 우리의 대만
여행 이야기를 풀 때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유여행을 먼저 이야기할까, 아니면 시먼딩의 이야기를 먼저 할까.
여정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만의 시먼딩의 흔적은 워낙에 곳곳에 남아 있는 터라 한 곳에 몰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참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승리는 시먼딩.
자유여행의 시작 전 우리의 여행의 시작과 끝이었던 서문정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한다.
대만의 명동이라 불리는 시먼딩은 그야말로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 사람들로 거리가 채워지는
곳이었다.
먹거리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곳.
밤에도 마치 낮 같은 분위기가 넘치는.
그런 시먼딩은 내게 배 꺼질 틈이 없는 장소였다.
짧은 일정 속에서도 세 번이나 들렸던 곳이다.
먹거리 때문에.
정말 대만 여행은 먹는 것만큼은 후회 하나 남기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첫 방문은 여행 첫날밤이었다.
스린 야시장을 다녀온 뒤 숙소에 짐만 던져두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자유 일정이 있는 하루에 모든 일정을
몰아넣기보다는 조금씩 나누어 즐기자는 계획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시먼딩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건 밀크티였다.
스린에서 맡았던 취두부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나와 다른 친구에게는 이 냄새를 잊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대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밀크티였으니,
가이드 분께 가장 먼저 추천받은 곳이 바로 행복당이었다.
맛집을 따로 조사하지 않고 온 덕분에 오히려 더 좋았다.
추천 받은 곳 그냥 가보고 싶은 곳들을 편하게 다닐 수
있어서.
시먼딩은 사람과 간판, 냄새와 소리로 가득했는데,
‘대만의 명동’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이것 저것 구경하며 행복당을 찾아가는 길,
웬 국숫집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테이블도 없는 그 국수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후루룩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발길을 멈출 뻔했지만, 밀크티부터 먹어야지.
결국 눈도장만 찍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행복당은 시먼딩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간판에 딤섬 그림이 크게 붙어 있어
처음엔 이곳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우선 줄은 섰지만, 여기 맞아? 하며 계속 두리번거리니,
뒤에서 서 있던 친절한 한국인이
맞다고 확인해 주신다.
이왕 대화의 물꼬를 틈 김에 뭐가 젤 맛있냐고 물으니
그냥 넘버원 시키면 된단다.
메뉴판을 보니 정말 넘버 원만 밀크티다.
이렇게 단순 명료할 수가.
고민을 줄여주니 좋지 아니한가.
주문을 하면 번호표와 귀여운 스티커를 받았다.
줄은 길지만 기다림이 길지는 않다.
오픈된 주방에서 공장처럼 계속해서 밀크티가 만들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한쪽에서는 흑당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유를 붓고 토치로 불맛을 입히는 과정이 쉼 없이 이어졌다.
기다림마저 구경거리였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행복당 밀크티는 사실상 흑당 버블티에 가깝다.
진득한 흑당의 단맛과 우유의 부드러움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무엇보다 버블이 진짜 맛있다!
나는 원래 버블티를 좋아하지 않는다.
질겅질겅 씹히는 식감이 고무 같아서.
그런데 이곳의 버블은 씹자마자 사르르 녹는다.
달콤 보드라운 식감이 우유와 어우러져 아주 최고의
당충전이 되었다.
밀크티 한 잔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시먼딩을 방문한 또 하나의 목적.
대부분의 과자가 수입품인 대만에서
직접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과자를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 과자 찾아
삼만리를 시작했다.
돌고 돌아 겨우 찾았던 그 과자.
하지만 무엇인지는 차마 말할 수 없다.
이런 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될 그 과자를
대만 시먼딩에 가신다면 꼭 한 번 찾아보시길.
재미있는 경험이 될 듯하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건 장담한다.
거리를 걷다 보니,
처음 눈길을 끌었던 국숫집이 다시 생각났다.
일행 중 한 명이 “한 번 먹어보자” 하고 나섰고,
이번 여행 모토는 ‘먹는 것에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였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길에 늘어선 줄 한 칸을 차지하고 서있었는데
생각보다 줄은 금세 줄어들었다,
어찌나 빨리 나오던지.
처음 먹는 국수인지라 혹시나 몰라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고 고수를 넣어 달라고 했다.
나는 고수를 즐기지 않지만,
고수를 너무나 사랑하는 일행이 있어서.
사실, 고백하자면 이게 곱창국수인지라 나는 별로 먹을
생각이 없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입 짧은 나는 곱창도 못 먹으니 말이다.
국수를 받으면 가게 한편에 있는 소스를 선택해서
넣을 수 있다.
갈릭 소스, 칠리소스, 그리고 이름이 가물가물한
또 다른 소스.
이 소스를 넣고 안 먹기는 아쉬우니 수저로 국물을
살짝 맛봤는데,
가쓰오부시 향이 입안에 가득해졌다.
곱창이 들어갔음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평소 고수를
멀리하는 나조차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고수를 넣는
편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새로운 나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이것이 여행의 힘인가?
이날의 밀크티와 국수는 생각나는 맛이 될 것 같아
마지막 날에도 다시 찾았다.
두 번째이기에 입맛에 맞는 맛있는 조합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선택은 고수와 갈릭 소스.
첫날의 만찬이 마지막 날의 만찬이 되었던 시먼딩의 맛,
우리의 여행은 맛으로 시작해 맛으로 끝났다.
돌아오는 길에 곱씹어 보니,
시먼딩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밀크티 한 잔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 속에서뜻밖의 풍경과 맛을 만났다.
새로운 경험의 기억.
여행의 기억은 결국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뜻하지 않는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순간,
나의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진다.
시먼딩을 시작으로 대만의 여행에서는 먹는 것에 대한
후회는 1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시먼딩은 아직도 그 이야기가 남아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