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대만, 하늘에 소원을 날리다

난리난리 대만여행(4) 스펀천등광장에서, 내 소원을 어디쯤 닿았을까

by 이설


타이베이에서 예류까지,

예류에서 다시 스펀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스펀으로 가는 길은 약 한 시간. 중간에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미리 닭날개 구이를 신청했다.

대만 여행에서 먹거리는 중요한 부분이다.

별도의 추가 요금이 필요한 메뉴였지만

점심을 제 때 챙기지 못하니 굶을 수는 없다.




스폰에 도착해서 보니 비는 조금씩 잦아드는 것

같았지만 우비를 벗을 수는 없었다.

흩날리는 빗방울 때문도 있었지만..

춥다.

12월의 대만은 서늘한 감이 있다.


스펀으로 가는 길에 많은 분들이

이미 천등을 날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기에 순간 화들짝 놀라게 되는 엄청난 굉음까지도

들린다.

멀리서부터 여기구나!라는 걸

확실히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다.


스펀천등광장은 진짜 기차가 다니고 있는 기찻길이다.

그래서 기차 오는 소리가 들리면 올스톱.

얼른 그 자리를 나와야 하는데 그걸 보니

살짝 재미있기도 했다.


그 기찻길 옆으로 천등과 먹거리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 많은 가게 중 가이드의 인도를

받아 들어간 가게에서 천등을 구매했다.

처음엔 각자 사야 하나 했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의 천등은 하나로도 충분하다.


천등은 모두 4면 각각 다른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빨강은 사랑, 하늘색은 학업과 관운, 노랑은 돈,

주황은 건강을 뜻하는데,

천등에 소원을 적는 순간만큼 우리는 사뭇 진지해졌다.

나 역시 모든 면에 진심을 담아 소원을 적어나갔지만,

특히나 노랑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건 안 비밀.

(제발 이루어져라!)


직원은 늘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답게 능숙했다.

색색의 다른 면마다 포즈를 알려주고,

날아오르는 장면까지 놓치지 않았다.

대충인 것 같지만 역시 베테랑의 솜씨가 느껴진다.



천등이 차츰 하늘로 오르자 마음이 묘하게 차분해졌다.

2025년의 바람이 저 천등을 타고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등을 띄운 뒤에는 닭날개 구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속에 찹쌀이 들어 있어 든든했지만,

향신료에 민감하다면 호불호가 갈릴 맛이었다.

향...대만 음식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향이 문제다!

배가 고파서 조금 먹긴 했지만

전날 취두부의 잔향이 느껴지는 순간, 살짝 내려놓았다.


투어 승객들에게는 버스 넘버가 주어졌는데,

제휴된 가게에서 보여주면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요게 큰 금액은 아닌데 왠지 사 먹고 싶어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우리는 대만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땅콩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는데, 맛이 그냥 그렇다.

특별히 잘하는 곳이 있나?

그래도 이런 게 소소한 재미다.


시간이 지날수록 으슬으슬 한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때 또 이 버스 쿠폰을 이용해 따뜻한 생강차와 생강 밀크티를주문했다.

생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밀크티와는 의외로 잘 어울렸다.

속이 따뜻해지니, 마음까지 온기가 스미는 듯했다.

버스안에서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며 바라보는

비오는 풍경은 참 좋다.

내가 그 빗속에 있는 거만 아니라면.




예류의 바다에서 무거움 하나를 덜고 온 이날 또 다른

무거움은 천등에 날려 보낸 기분이었다.

그만큼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것만 같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나의 천등은 무사히 잘 날아갔을까?

나의 소원이 하늘 어딘가에는 닿았을까?



천등을 날린 뒤 우리는 진과스로 향했다.

비는 점점 더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

아, 그칠 일이 없겠구나.

이 순간 맑은 하늘에 대한 기대를 살포시 내려놓았다.




진과스는 황금박물관으로 유명하지만,

우리가 간 날은 보수 공사로 닫혀 있었다.

기대했던 금괴를 직접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

대신 광부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었다.

창가 자리라면 풍경이 좋았을 텐데,

비와 안개로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따뜻한 안쪽 자리에 앉아 받아온 도시락을 열었다.


배가 슬슬 아니 많이 고팠던 시간.

밥 위에 돼지고기와 채소가 얹힌 덮밥 같은 이 도시락은

위로가 되었다.

거기에 김치가 함께 나왔는데,

평소 잘 먹지 않던 김치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오늘의 메인인 지우펀으로 향했다.

불과 5분 거리에 있다는 지우펀을 향하는 길 빗줄기는

점차 거세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무사히 지우펀을 구경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보고 싶은 풍경을 보고 올 수 있을까?




여행에선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예상치 못한 추억이 생기고,

그 추억은 힘들었던 기억과 함께 더 깊숙이 내 안에 남는다.

여행 중 만난 비는 불편함과 아쉬움을 남겼지만,

동시에 색다른 기억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던 그 기억도 낭만이

덧씌워지니 말이다.

그 흔적을 더듬는 지금,

그날의 풍경이 문득 그리워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