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이 이성적인 사람보다 세상을 많이 변화시킨다
대학교 시절, 술자리에서 어느 교수님이 해줬던 이야기가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사자성어 들어 봤어?”
“아직 못 들어 봤습니다.”
“미쳐야 미친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한다면 누가 보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해야 거기에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지.”
“아!”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어딘가에 미친 적이 있을까?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며 달려든 적이 있었을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미친 척하고 달려든 것은 나를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돌이켜 보면, 내가 그렇게 미친 척하고 달려든 대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취업 활동에 미친 척하고 달려든 적이 있다. 취업은 한 때 내 인생의 크나큰 숙제이기도 했다. 어느 누군가는 쉽게 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정말 미칠 정도로 많은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미치지 못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에릭 칸토나. 프랑스 출신의 축구 선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기도 했던 그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미친 사람이 이성적인 사람보다 세상을 많이 변화시킨다.”
그가 한 얘기 중 미친 사람이란 어떤 이를 말하는 것일까? 그야말로 광인(狂人)을 말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축구계에서 ‘광인’이라고 불리는 이가 한 명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감독인 마르셀로 비엘사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그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틱 빌바오(팀의 공식 명칭은 Athletic Club)라는 팀을 이끌 때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어차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다 해 먹는 리그라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그 두 팀이 1위와 2위를 나누고, 나머지 열여덟 팀끼리 나머지 순위를 가리는 리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팀을 상대로도 자신 있게 자신의 축구를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던 팀이 있었다. 그 팀이 바로 아틀레틱 빌바오였고, 당시 감독이 마르셀로 비엘사였다.
그는 상대 팀에 대한 압박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2012년에 있었던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그는 골키퍼를 제외한 상대 팀 선수 전원에게 모두 1:1로 마킹하면서 압박하기를 지시했고, 이는 무척 성공적이었다. 그 경기에서 그를 상대했던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도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압박을 통해 공을 뺏어낸 후에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빠른 공격 전개를 통해 바르셀로나를 괴롭혔다. 엄청난 경기력이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말도 안 되는 경기력으로 상대팀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팀이었다.
대부분 감독들은 전력차를 인정하고 자신이 하던 전술을 그대로 하기보다 수비를 먼저 생각하며 다소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데 비엘사 감독은 달랐다. 초반부터 바르셀로나를 강하게 압박했다. 아틀레틱 빌바오의 선수들에겐 해당 경기에서 자신이 막아야 할 선수가 있었다. 수비할 때 자신이 막기로 약속한 선수를 지옥까지라도 쫓아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공을 빼앗는 데 성공하면 공을 후방에서 돌리기보다는 전방에 있는 공격수에게 빠르게 연결했다. 그리고 전반전에 득점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엘 로코(El roco)’, 광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경기 전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그리고 팀은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야 하고, 선수들은 그것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부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축구 경기를 하다 보면 수많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통해 경기를 치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는 선수들이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에 비해 몇 센티미터라도 뒤에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더 전진하라고 지시하시기도 했다. 어떤 이가 보기에는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전술적인 움직임과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가르침을 주었다. 우리는 주위에서 그의 영향을 받은 다른 감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펩 과르디올라다. 그는 바르셀로나 출신이었고, 그가 정식 감독이 되기 전 당시 아르헨티나에 있었던 비엘사 감독을 찾아가 축구에 대해 토론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과르디올라 외에도 그의 영향을 받은 감독들은 무척 많다. 호르헤 삼파올리와 마우로 포체티노 외 여러 감독들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언젠가 블로그에 그의 전술에 대해 설명된 글을 번역해서 영상과 함께 포스팅한 적이 있다. 당시 어느 유소년팀 감독이 이를 보고 엄청 디테일하고 세세하다면서 배울 점이 많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그에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격이 다혈질이고, 상대방과 축구 외적인 문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를 하거나 해임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축구팀인 라치오와 계약했다가 스스로 물러났던 일도 있었다. 게다가 강력한 압박 시스템은 좋으나 후반전에는 밸런스를 잘 유지하지 못해서 경기에서 원하는 승리를 가지고 오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 경력에 비해 아직 굵직한 우승트로피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는 아니다. 그의 축구 철학은 전 세계 여러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해 본 지도자이기에 그는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강한 성격과 집착 등으로 인해 ‘광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친 듯이 축구에 집중하고,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해 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미치광이가 정상적인 사람보다 세상을 더 많이 변화시킨다는 에릭 칸토나의 말에도 공감이 간다.
다만 한편으로는 ‘미치광이’가 그릇된 신념을 갖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지시를 내린다면, 그리고 이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어떻게 될까. 21세기 히틀러라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는 그 결과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어찌 됐든, 한 명의 미치광이가 한 명의 보통 사람보다 세상을 더 많이 변화시킬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것을 간절히 원하면서 때로는 광적으로 그것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