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한 이유
2022년의 FC서울은 너무나 위태위태했다. K리그1에는 12팀이 있고, 12팀의 최종 경기결과 맨 꼴찌인 팀은 2부리그인 K리그2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10위, 11위 팀은 K리그2에서 2~3위를 차지한 팀과 승강플레이오프를 거쳐야만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프로축구리그도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다. FC서울은 2부리그로 내려 갈지, 아니면 1부리그에 잔류할지를 다른 팀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전력이 뛰어난 팀이라면 강등에 대한 걱정 대신 우승에 대한 기대를 품겠지만, 당시 FC서울은 과거에 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리그 초반부에는 기대를 하긴 했으나, 부상자가 나오고, 팀에서 좋은 역할을 해줘야 할 외국인 선수가 제 몫을 못해주면서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9월과 10월에 있었던 대구FC와의 경기에서 2번 연속으로 진 것은 큰 위기였다. 그래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일찌감치 강등의 위기에서 벗어나 다소 여유를 갖고 경기를 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애초에 벌어둔 승점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FC서울보다 밑에 있었던 대구FC가 FC서울을 추월하여 올라가고 있었고, 다른 모든 팀들도 사력을 다해서 성적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데 말이다. 1승만 하면 다른 팀들과의 승점차를 벌리면서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걱정이 되고 긴장도 되었다. 이미 3년 전,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가서 경기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37번째 경기였던 성남FC와의 경기였다. 그래도 이 경기는 이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경기는 답답하게 전개되었다. FC서울의 공격은 맛있을 것 같아서 입안에 넣은 고구마 때문에 텁텁한 느낌과도 같았다. 뭔가 시원한 사이다 같은 골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사실 기회도 쉽게 잡지 못 했다.
이미 강등이 확정된 성남FC 이지만 그들의 투지 있게 FC서울의 공격을 막아내고, 때로는 위협적인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기고 잔류를 확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지만, FC서울이 골을 넣기가 무척 어려워 보였다.
성남FC는 강등이 확정된 팀이었지만, 절대 무기력하지 않았다. 정치권과도 관련되어 팀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상황일 텐데 그날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끈끈했다. 수비에서 집중력을 갖고 서울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뭔가 보여줄 것처럼 보여줄 것처럼 기대를 갖게 했지만, FC서울의 공격은 번번이 수비에 막혀서 힘을 못 썼다. ‘이것은 거의 100% 골이다’라는 직감이 든 장면도 하나 있었다. FC서울 선수가 슈팅한 공이 성남 골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성남FC의 김영광 골키퍼가 거의 다 들어간 것처럼 보였던 공을 낚아채듯이 쳐내버렸다.
후반 35분경 성남FC가 코너킥을 차는 상황에서 공이 FC서울 수비수의 손에 맞았다. 그 장면을 정확히 보지 못한 심판은 VAR을 통해서 화면을 다시 확인했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고 성남FC의 공격수는 FC서울의 골키퍼가 몸을 날린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슛을 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FC서울은 다급해졌다. 그전에는 이기기 위해 한 골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이기기 위해 두 골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10분 정도 남은 후반전, 충분히 두 골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FC서울이 경기 동안 보여준 모습을 볼 때, 두 골을 득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남은 시간 동안 FC서울 선수들은 경기를 뒤집기 위해서 아등바등 댔다. 역시나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날 따라 성남FC의 수비는 훌륭해서 도저히 빈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슈팅 기회를 만들고 슛을 시도했지만, 어느새 수비수들이 다가와 공을 멀리 걷어내 버렸다. 아쉽게도 시간은 우리를 위해 멈춰서 기다리지 않는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어떻게든 공을 상대편의 골 문 안으로 넣어야 했다. 그런데 경기에 꼭 이겨야겠다는 절심함이 보이지 않았다.
성남FC의 선수들은 이미 강등이 확정된 팀이었지만, FC서울과의 경기에서 꼭 승리하겠다는 자세로 간절하게 경기에 나섰다. 경기는 1:0으로 FC서울의 패배로 끝났고, 경기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무척 실망스러웠다.
그로부터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일요일 오후였다. 나는 아내와 함께 전주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날은 그곳에서 FC서울과 전북현대모터스 간의 FA컵(현재 코리아컵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결승전 2차전 경기가 있었다. 주중에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비롯해 뛰어난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전북현대모터스가 보다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병뚜껑 바로 밑에 적혀 있는 글자가 ‘꽝’ 일지 ‘당첨’ 일지는 열어봐야 아는 것처럼,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두 팀은 상대팀의 골문을 향해 골을 넣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어쨌든 1차전은 무승부였고, 이기는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다만, 원정골에 더 가산점을 주게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1:1로 경기가 끝나면, 1차전이었던 원정에서 더 많은 골을 득점한 전북현대모터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2차전인 홈경기에서는 1:1로 비겼더라도, 1차전에서 2:2로 두 골을 넣은 전북현대모터스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어 있었다. 다소 복잡할 수도 있지만, 그냥 두 팀 간에 승부가 갈렸을 때 어쨌든 이기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두 팀에게 모두 똑같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FC서울에게도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경기는 전북현대가 주도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진 않았다. 게다가 전북현대의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이기도 했다. 아주 이른 시간, 전반전 11분에 전북현대의 측면 공격수 모두 바로우에게 실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FC서울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전반전 종료 직전, 전북현대의 공격수인 조규성이 한 골 더 득점하면서 2:0으로 뒤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두 골 따라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FC서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전에 득점이 필요한 FC서울은 공격을 강화했다. 전북현대모터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공격수 일류첸코를 투입한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FC서울은 수비수 윤종규를 빼고 공격수 박동진을 투입하면서 공격에 더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현대의 수비는 강한 편이기 때문에 골문이 잘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FC서울의 팔로세비치가 측면에서 올려준 볼을 나상호가 멋진 시저스킥으로 연결했다. 골을 들어가지 않았지만, 순간 뭔가가 달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왠지 골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장면에서 교체로 들어왔던 박동진이 득점에 성공했다. 이제 한 골만 들어가면 2:2 동점이었다. 이대로 전후반 90분이 끝나면 1,2차전 합쳐서 4:4 동점이기 때문에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고,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후반전 44분쯤 조규성에게 한 골을 더 실점하면서 3:1이 되어 버렸다. 그 후에도 FC서울 선수들은 만회하기 위해서 애를 썼지만,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FA컵 우승은 전북현대가, 준우승을 FC서울이 차지하게 되었다.
경기장까지 찾아간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서 아쉬움이 더 컸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팀을 상대로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이기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던 경기. 만족할 수 있었다.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패배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보는 팬들은, 지더라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모습에 환호를 보내고,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지지한다. 무기력하게 경기 중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지는 건 싫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간에 내가 응원하는 선수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만족할 수 있다.
같은 패배라고 하더라도 느낌이 다를 때가 많다. 경기를 지더라도 팬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경기를 이기면 좋지만,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경기에서 지는 경우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어떤 모습으로 지는 지도 중요하다. 무기력하게 상대 팀에게 3골이나 내주면서 지는 경기보다는, 그래도 경기 막판 3:1로 한 골을 추격하는 경기가 좋다. 그래도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누가 경기를 보든지 ‘졌지만 잘 싸웠다’고 얘기해 줄 수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에는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곳에서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사람들은 성공이라 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성공은 자신이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선’의 노력이 모두 ‘최고’가 되기를 보장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안다. 누군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들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 ‘과정’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