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형은 어디로 가고 날강두만 남은 것일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함께 이 시대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지금은 유럽이 아닌 각각 사우디와 미국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당장 두 선수가 경기에서 맞대결 하게 된다면 엄청난 구름 관중이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출신이다. 스포르팅 리스본(이하 스포르팅)이라는 팀 소속이었다. 2005년 여름, 그의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경기가 있었다. 스포르팅과 맨유가 프리시즌에 친선경기를 하게 되었고, 호날두도 출전했다. 그 경기에서 맹활약한 호날두는 맨유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얼마 후 그는 맨유의 계약 제의를 받아 팀을 옮기게 되었다. 당시 맨유가 스포르팅에게 준 이적료는 400억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10대 선수 치고는 매우 큰 금액이었다. 이는 그만큼 맨유가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호날두는 이후 맨유,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거쳤다. 화려한 발재간과 드리블을 이용해 돌파를 하던 그의 스타일은 점차 변화했다. 측면에서 주로 뛰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끄는 선수가 되었다.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과 훌륭한 문전 앞 움직임, 그리고 빼어난 결정력을 가지고 있어서 수많은 득점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었다.
호날두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에서 뛸 때 소속팀의 프리 시즌(정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끝나기 전에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기간)을 이용해서 우리나라를 찾은 적이 있다. 세계적인 슈퍼 스타의 방문 소식에 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그리고 해당 경기를 보기 위한 관람권은 구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매진되었다.
언론을 통해서 호날두가 유벤투스 소속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경기를 치르는 데 45분 이상 의무적으로 뛰는 것으로 계약이 되어 있다고 발표되었다. 텔레비전으로만 봤던 지구 저편의 슈퍼스타가 우리나라에 와서 경기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축구 팬들의 마음속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호날두는 1분 1초도 뛰지 않았다. 텔레비전으로 나는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 지켜봤다. 호날두는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 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가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왜 그랬던 것일까? 이 사건의 전말을 김나나 축구 에이전트가 쓴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라는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내가 만일 유벤투스의 팬이었다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보통 유럽의 유명 구단들은 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는 7월에서 8월 사이에 아시아나 미국과 같은 다른 대륙으로 가서 경기를 한다. 굳이 먼 지역까지 가서 경기를 치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자국의 리그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두 번째, 유럽 외의 다른 대륙에 있는 팬들에게 자신들의 멋진 경기 모습을 직접 보여주면서 클럽의 팬층을 늘리기 위해서. 세 번째는 경기를 뛰면서 돈(대전료)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기들에 대한 일정은 최소한 한 두달 전에는 확정되어 발표되는 게 정상이다. 해당 경기를 위해서 많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움직이게 되는데, 숙소나 훈련장도 정해야 하고, 차량과 비행기 같은 이동편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전이나 경기 후 어떤 행사를 할지도 미리 정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부터 7월에 호날두가 우리나라에 와서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리고 호날두가 의무적으로 경기에 출전하게 되어 있다는 내용도 언론을 통해 떠돌았다. 그러데 이상한 점은 유벤투스 홈페이지에 나오는 여름 투어 경기 일정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7월 2일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에 와서 경기를 치른다는 소식이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경기일은 7월 26일이었는데 말이다.
책 속에서는 그렇게 지연된 이유가 바로 대전료 입금 지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입금 문제로 경기가 열릴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대전료가 입금되어야 공식적으로 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데, 행사를 주최한 프로모터(더 페스타)측에의 입금을 하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전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하러 한국에 간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입금이 안 되어 무산되게 되면 그만큼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구단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손해다.
거기에다 프로모터는 호날두가 의무적으로 출전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광고를 했다. 대전료를 지급하기에 돈은 부죽하고, 티켓을 팔아서 대전료를 지출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때 호날두라는 슈퍼 스타가 의무적으로 출전하게 되리라는 내용은 팬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게 될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호날두가 경기를 최소 45분 출전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계약상의 내용은 호날두가 일정 시간인 45분을 뛰긴 하지만, 경기에 나오지 않을 시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전 웜업이나 부상으로 인한 경우에는 45분을 안 뛰어도 되고 미출장으로 인한 패널티를 안 내도 된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 의무적으로 45분 뛰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호날두와 그의 에이전트는 자신이 체결한 계약도 아니었으며, 자신에 대한 의무 조항이 있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구단에서도 대전료 입금 때문에 경기가 있을 지도 없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호날두에게 그런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날두의 에이전트는 처음부터 자신들과 협의 되었어야 하는 내용을 그렇게 늦게 전달 받은 것에 대해서 화를 냈다.
게다가 그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5월부터 있었다니. 그의 입장에서 한 편으로 정말 어이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는 경기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구단에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구단의 홍보 일정에 맞춰서 질질 끌려 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그 사건은 프로모터측이 어설픈 일 진행으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었다. 호날두에게도 한국팬들에게도 상처가 되었다. 유벤투스에게 대전료를 입급해 줘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니 티켓을 팔아서 대전료를 입금하려다가 늦게 입금하게 되었고, 무리한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유벤투스는 경기 당일날 입국 후 경기를 마친 후 다음날 한국을 떠났다). 게다가 프로모터는 티켓 판매가 필요했기에 계약서에 명확하게 적혀 있지도 않았던 ‘호날두 45분 의무 출전’이라는 문구를 이용해 홍보했다. 팬들은 기대감에 표를 사고 경기장으로 몰려 들었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상처 뿐이었다.
솔직히 나는 호날두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가 뛰는 모습을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팬들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여러 팬들이 호날두에 열광할 줄은 몰랐다. 그가 그렇게 경기에 뛰지 않고 떠난 후 그에 대한 이미지는 나빠졌다. 한때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호날두를 ‘우리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지만, 이제 그는 '날강두'가 되어 버렸다.
책을 읽으면서 호날두의 입장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축구는 공놀이지만, 그렇게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수많은 돈이 오고 가고 그 곳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래서 호날두도 경기를 보이콧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 켠에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의 모습을 보겠다고 수많은 팬들이 찾아왔는데, 굳이 보이콧까지 해야 했을까. 우리나라 팬들을 조금 더 배려해서 후반전에 짧은 시간이라도 출전했다면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분명 여러 팬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먼 훗날, 여러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어떤 이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말이야, 2019년인가 그 때 호날두가 프리킥하는 모습을 직접 봤어. 그것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