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고 있다.

by 꿈꾸는 담쟁이

어릴 적 일기를 쓰면 선생님께서 빨간색으로 열심히 낙서를 하신다. 그 모습이 싫었다. 틀린 글자를 고쳐주는 건 좋았는데 그 밑에 멘트를 달아주는 게 내 글이 평가받는 느낌에 일기쓰는 일을 멀리하는 동기가 되었다.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고나서 글쓰기를 한다. 맞춤법을 고쳐주지만 글을 고치진 않는다.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이 시뻘겋게 되면서 까지 쓴 글에 칭찬도장은 찍어주어도 지적은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나도 글쓰기를 완벽하게 쓸 줄 모르는데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생각에 4년이라는 시간동안 아이들과 글쓰기를 그냥 하였다. 이제 아이들은 연필을 움직이며 그냥 쓴다.


아이들은 이렇게 잘 쓰는데 나는 글쓰기에 대해서 자기 검열관이 심하게 활동한다. 글을 그냥 쏟아 내는 일도 힘들게 생각해서 쓴다. 그리곤 읽어보곤 ‘이상한데... 다시 쓸까? 쓰지 말까?’매번 고민한다. 그냥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검열관들이 조금씩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처럼 그냥 쓰고 놔둔다. 퇴고가 있잖아. 하며 ‘나중에 글을 다듬자’하고 생각한다.



화면 캡처 2023-04-19 064910.png

'파인딩 포레스터'라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친애하는 지멀에게. 한때 난 꿈꾸는 걸 포기했었다. 실패가 두려워서, 심지어는 성공이 두려워서. 네가 꿈을 버리지 않는 아이인 걸 알았을 때, 나 또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지. 계절은 변한다. 인생의 겨울에 와서야 삶을 알게 되었구나. 네가 없었다면 영영 몰랐을 거다.”

이 대사가 마음에 들어서 공부방 책상 한쪽에 메모를 해두었다. 이 영화는 은둔중인 작가인 ‘윌리엄’이 16세의 ‘지멀’이라는 소년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윌리엄이 지멀에게 하는 대사이다.


나 또한 독서토론 수업을 아이들과 하고 그냥 글쓰기를 하였다. 아이들이 토론한 걸 남기고 싶었고 얼마나 성장한지 궁금했었다. 그 4년의 시간이 아이들이 글을 읽고 쓰는 일에 그냥하면서 점점 생각주머니가 커졌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아이는 지난 겨울방학에 8000자의 글을 써서 공모전에 출품도 하였다.


이렇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작가’라는 꿈을 키워갔다. 윌리엄이 말하듯이 함께 공부방에서 책을 읽고 쓰는 아이들이 없었다면 꿈을 꿀 수 없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계속해서 함께 글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이 삶을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너츠》, 일상을 풍요롭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