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을 나서서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동네 사람을 20명 이상은 만난다. 하지만 그중에 인사를 나눈 사람은 딱 두 명. 10프로의 사람만 인사를 나누며 길을 지나간다.
어릴 적 동네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서 학교 가는 동안 평상에 앉아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부터 학교 가는 중고등학교 언니오빠들까지 신호등에서 멈춰 서면 인사하고 신호등 건너면서 마주 오면 인사하고 교문을 지나 만나는 선생님들에게 인사하고 교실에 들어와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허리와 손은 바쁘게 움직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다시 하교할 때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그렇게 인사를 많이 하다 보니 20살이 되어서 엘리베이터에 같이 있는 사람들이나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할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고개만 끄덕이고는 나와 멀리 떨어진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왜? 인사했는데 피하지? 인사를 하며 다가온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사이비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사람들이 인사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보니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인사하는 사람은 아는 사람. 이렇게 나의 관계는 좁아지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각자의 집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오며 가며 만나도 모르는 사람처럼 산다.
그러다 집 앞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몇 명이 나를 오며 가며 봐서인지 집 앞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면 얼굴을 보고 인사한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인사하는 아이들에게 “안녕”하고 인사해 주는데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러다 자주 마주치는 아이들의 인사가 서먹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학교에 이런 아이들이 있구나를 알게 되었고, 학원 버스를 기다리다가 비가 오거나 하면 공부방 앞에 비를 피하게도 해주었다.
그 아이들이 우리 공부방에 오진 않지만 그렇게 잠깐 인사를 하고 몇 마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이웃에 이런 아이들이 있구나를 알게 된다. 그 뒤로 산책을 하러 갈 때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정자에 지나면 나도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쳐다보다가 계속되는 인사에 이제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디 사는지 모르는 어르신들이지만 인사를 통해 산책 갈 때, “기찻길 가는겨?”하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바나나 우유를 주시기도 하신다. 인사만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는 이웃들이 많은데 우리는 너무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뉴스에서 계속해서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나서인지 남편이 함부로 막 인사를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오며 가며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사회가 된 게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