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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Oct 12. 2023

앞만 보고 가는 우리

예술에세이 3

피웅피웅.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점프하란 말이야. 왜 이렇게 잘 안돼” 게임 화면 속 여자가 열심히 점프를 하고 있다. 발레를 하듯이 다리를 쭉쭉 뻗으며 열심히 앞을 향해 가는데 뒤에 보이는 악마가 계속해서 내가 움직이는 캐릭터를 보고 있다. 어떻게 방해할까를 살피면서 바라보는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 눈빛에 겁에 질린 나는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인다.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야 해. 얼른 레벨 업을 해서 악마에게서 벗어나야 해’ 하는 생각을 열심히 점프를 한다. 앞을 향해 점프하며 가는 이 여자가 마치 내가 된 듯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왜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할까?”


게임을 하면서도 의문이 든다. 모든 게임은 앞을 향해 나아간다. 주변에 적이 있으면 적을 물리치고 방해하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면서 앞을 향해간다. 그렇게 가다 보면 마왕을 만나거나 최고의 시련을 겪을 대상이 나타난다. 그 상대를 물리치면 게임에서 승리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같은 동료도 만날 수 있고, 대화도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함께 걸으며 힘을 보탤 수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데 최대한 빨리 게임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배제하고 앞만 보고 간다.


열심히 다리를 쭉쭉 뻗으며 가는 이 여자도 앞과 뒤에 가는 사람들과 함께 가면 될 텐데 왜 눈을 감고 앞만 보며 다리를 찢을까? 점프하는 네 명의 여자가 서로 손을 잡고 간다면 더 빨리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악마와는 대화를 할 수 없을까? 네 명의 여인이 악마를 둘러싸고 대화를 하다 보면 악마가 천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잔소리는 어떤 힘보다 강하니까 말이다.


오늘 산책 갈 때는 앞만 보고 걷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아야겠다.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에게도 인사하고, 지저귀는 새들도 한번 쳐다보면서 여유로운 점프를 하며 앞을 향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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