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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Oct 13. 2023

어느 화가의 작업실

예술에세이 4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1949, 80.7×100.1㎝).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어느 화가의 작업실을 보고 있다. 캔버스가 놓여있어야 할 이젤에는 서류가방이 있고 그 뒤에 한 여인의 조각상이 있다. 아마 화가는 이 조각상을 그리고 싶었나보다. 아뜰리에의 문을 넘어보면 거실인지 응접실인지 모를 화려한 창문이 보인다. 그 곳은 뒤피의 예술과 다른 모습이 아뜰리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작업실의 창문과 문 뒤로의 창문은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문 넘어 야자수가 밖에 있는 걸 봐서는 여름의 어느날인가보다.

아틀리에를 바라보니 나만의 아틀리에를 다시 보게 된다. 화가의 아틀리에는 그림을 그리기에 안성맞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책상들이 존재한다. 어지럽게 쌓아둔 책들 속에서 항상 책에 빠져사는데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나의 아틀리에와 그림에만 집중할 수있는 작가의 아틀리에가 비교가 된다. 매번 책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다보니 매일 정리해야지 다짐하지만 실천이 되지 않는 나도 다시 돌아보게된다. 작가는 자신의 예술에 몰두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함을 이 그림을 통해 환기시키며 나의 아틀리에도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 탄생하여 나중에 나의 아틀리에를 그림으로 남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화가가 그리다 만 배 그림이 눈에 보인다. 평소 라울뒤피는 배를 그리기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고향이 바닷가였고 바닷가에서 놀던 기억이 그에게 그림이라는 영감을 주었다. 바닷가에 살고 있는 나도 매일 바닷가를 걷는다. 아침에 걸을때는 따사로운 햇빛이 바다를 반사해서 생기는 윤슬의 모습에 어떤 다이아몬드보다 반짝이는 자연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깊이 따뜻함을 느낀다.

저녁에 바다를 산책하다가 하늘과 바다의 조화를 보고 있으면 신기함을 느낀다. 같은 어둠 속에 존재하지만 잔잔한 파도의 물결이 나는 바다야라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 모습에서 하늘과 바다의 다른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시 속 바다는 빛이 계속 존재하기에 바다의 모습보다는 빛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게 조명으로 보여주고 있는 건물들에 시선이 집중되고 바다와 하늘은 배경이 되어버린다. 고요한 모습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는 바다를 보면 그 모습에서 겸손을 느껴본다.

남편은 매일 산책할때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런 구도 저런구도 다양하게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같은 길을 매일 걷는데도 사진을 왜 찍지? 하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작가의 전시를 보고 나서 같은 장소도 다른 각도, 다른 시간, 다른 빛과 색의 모습에서 수많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매일의 일상에 시선하나만 달리보아 풍성한 하루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게 된다. 아마 그 사진들도 추억이 되어서 남편에게 예술을 가져다 줄거라고 상상해본다. 라울 뒤피도 자신의 어린 시절의 머릿속 사진 한장들이 모여서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머릿 속에 그 추억들을 생생하게 만든건 그가 기억하는 빛과 색이었다.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그의 전시를 보고 와서 깨달았다. 주변에는 많은 빛과 색이 조화를 이룬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담아내기에 버겁지만 주위의 많은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주의깊게 관찰해보자. 나에게 자연이 어떤 선물을 전해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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