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rt Essay

램브란트 초상화

예술에세이 10

by 꿈꾸는 담쟁이
Untitled (3).png 램브란트 초상화

얼굴은 주름이 자글자글 하구만. 얼굴을 찌푸릴 필요가 없겠어. 언제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팔자주름이 생겼는지 알 수없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를 느낀다. 얼굴에 상처 하나하나 그릴때마다 이 주름살은 아들 녀석이 날 고생해서 생긴 주름이고, 이 주름살은 마누라가 세상을 떠났을때 통곡하며 생긴 주름일거야. 이렇게 생긴 주름들이 얼마나 멋진지 흑발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다. 요염한 표정의 입을 앙다문 모습이 나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정면을 바라보는 이 모습 캬 너무 멋지지않은가. 네덜란드에 내 이름을 모르는 이 없으니 내 얼굴을 모두 알 수있도록 그려야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그림 솜씨는 죽지 않았다. 몸에는 자신이 없으니 빛을 비추지 말고 자신있는 얼굴에 빛을 주어 선명한 내얼굴이 모두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려보자. 그렇게 하나하나 터치한 붓칠이 완성되고 나면 나의 또 다른 화가의 삶이 그려질것이다. 나의 일기 같은 이 자화상이 나를 화가로 만들었다.

화가는 이렇게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을것이다. 400년 후 내가 본 화가의 초상화에서 아버지의 서글픔이 보였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외로움을 느끼신다. 담배 한가피에 세월을 낚으며 고생들을 후 날려보낸다. 젊은 시절 가족들을 위해 뼈빠지게 고생을 하였지만 아내는 매일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딸은 시집간 후 간간히 전화 한통만 한다. 어릴때는 애교도 부리고, 용돈 달라고 떼쓰기도 했는데 어느새 철이 들었는지 용돈을 가끔 주기는 하여도 애교부리던 그 모습은 보기 힘들다. 한갑이 넘어 70을 바라보는 나이는 아직도 청춘이다. 몸은 여러군데 고장은 났지만 일은 할 수있는 체력은 있어 일을 간간히 한다. 그러나 예전만큼 벌지 못하는 벌이에 죄절하기도 하고 여유롭게 노년을 생각하며 소일거리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일하며 만나던 사람들도 하나 둘 퇴직을 하면서 농사일을 한다는데 나도 농사일을 해볼까 생각해보지만 도시를 떠나 살 수없다는 아내의 언성에 그러지도 못하고 매일 TV를 보거나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낸다.

아버지의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가끔 아프다. 이 초상화를 보았을때 그 모습이 보였다. 세월의 흔적을 군데군데 가지고 있으면서 강인한 입술이 난 아직 죽지 않았어 하는 노장의 모습을 보인다. 거는 가족도 명예도 잃은 노년을 보냈지만 우리 아버지가 TV를 보거나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내듯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헤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나는 효도를 어떻게 할 수있는지 고민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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